Lake Michigan Circle Trip - Saugatuck/Holland
우리 아이들이 아직 너무 어려서 멀리 비행기 타고 여행은 안 가기로 했다. 작년 이태리에서 확실하게 교훈을 얻었지. 비행기 안에 오래 갖혀 있는 걸 못 견디는데다 그렇게 가면 차도 빌려야 되고, 카시트를 들고 가거나 거기서 또 빌려야 하니 부담이 너무 크다. 그래서 애들이 좀 크기 전까진 그냥 일리노이주 근처에서 자동차로 다닐 수 있는 데만 가기로 했다. 그럼 자동차로 어딜 가느냐? 이번 여름에는 대담하게도 Lake Michigan을 한 바퀴 돌았다. 10박 11일의 대장정이었다. 사실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은 아닌데, 애들 때문에 하루에 2시간씩만 이동을 하다보니 이래 됐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재밌었다. 아니 애들이 재밌어 했다.
이 여정의 첫번째 도시는 Saugatuck. 여긴 예전에도 가봤었다. 예쁘고 작은 vacation town이다. Lake Geneva와 비슷하면서 규모는 작고 레스토랑이 다 맛있다. Lake Geneva 다운타운에서 음식을 먹으면… 시카고 부자들 별장은 이 동네에 다 있는데 음식점이 다 왜 이 모양일꼬 하는 생각이 드는데 여기선 이 날 그냥 들어가서 먹은 점심도 대만족. 큰 리조트 같은 것은 없고 여관도 모두 옛날 가정집을 개조한 것들이다.
대단한 attraction이나 관광객을 위한 activity가 있는 건 아니다. Duck Boat도 코비드를 지나면서 없어졌다. 그냥 예쁜 풍경 보고 맛있는 것 먹으면서 쉬는 동네다. 나는 여기가 정말 마음에 든다. 내가 나이가 들고 아이들이 다 독립하고 결혼도 하고 하면 이 동네에다 별장을 하나 사놓고 싶다. 지금 사는 집은 애들에게 물려주고 여기 주로 살아도 좋다. 아내와 그런 미래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 무슨 농담이냐고 하면서도 동네 부동산 가게에 눈길이 가더라. 물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었다.
Holland는 Saugatuck에서 북쪽으로 20분 정도 차를 달리면 나온다. 이 둘을 거의 같이 묶어서 취급을 하더라고. 분명히 휴양 타운으로 알고 갔는데, 20세 전후의 젊은이들이 꽤 많았다. 왜 그런고 했더니 한 복판에 대학교가 하나 있더라고. 학교 하나가 도시 분위기를 정말 많이 바꾸는구나 새삼 실감했다.
초기 미시건주에 네덜란드 사람들이 많이 이주해 들어갔다고 한다. 그 사람들이 새 동네에 왔었어도 자기네들이 살아가던 방식을 어느 정도는 지켜왔겠지. 그래서 네덜란드를 주제로 한 attraction이 여럿 있다. 특히 5월달에 튤립 축제 때에는 온 도시가 그냥 북적북적하단다. 우리 아이들은 특히 Neil’s Dutch Village를 좋아했다. 아기자기하게 옛날 네덜란드를 재현해놓은 곳인데 초기 이주민들에게는 이게 본인들이 기억하는 네덜란드였겠지.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다녀보니 내가 얼마나 재밌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마도 전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아이가 얼마나 만족했는지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Holland는 아주 훌륭한 곳이라 하겠다.
Lake Michigan을 다 돌아본 입장에서, 이 두 도시는 뭐 대단한 건 없지만 아기자기하고 깨끗하다. 지나치게 관광지화 되어버린 Lake Geneva와는 다르게 음식도 맛있어서 좋더라. 시카고에서 거리도 멀지 않으니 가까운 미래에 또 오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