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Lake Michigan Circle Trip - Petoskey

Markowitz 2024. 7. 25. 08:38

Traverse City에서 뭘 좀 더 하려고 했는데 비가 쏟아졌다. 내가 여행 계획을 짜서 오긴 했는데, 비가 오는 날을 가정하진 않았다. 날씨가 항상 화창하리라고는 나도 믿지 않았지만 딱히 계획을 세우고 싶어도 비가 오면 할 게 없다. 이렇게 되면 와이너리 가서 시음 하는 게 딱인데 이 어린 애들을 데리고 그럴 수도 없고. 이러니까 여행에서 날씨가 차지하는 비중이 반이 넘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지. 이를테면 주어지는 환경 같은 거다. 내가 아무리 용을 써봐야 내게 주어진 환경을 바꿀 수 없는 것처럼, 여행에서 궂은 날씨를 만나면 그냥 내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궁리하고 행동하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Old Mission Peninsula를 차로 달린 다음, 코스트코 가서 기름을 넣고 Petoskey로 향했다.

근데 이 날씨에 Petoskey라고 딱히 수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Boyne Mountain에 들렀다. 날씨가 좋았으면 Lake Torch였을텐데 뭐… 여긴 스키 리조트인데 대형 현수교가 있다고 갔지. 예전에 밴쿠버 간 생각도 나고 해서. 현수교야 뭐 우산 쓰고 가도 되지 않겠나 했는데, 아뿔싸! 거기까지는 리프트를 타야 된다네. 비는 오지게 오는데 말이다. 왜 리프트에서는 우산을 못 쓰게 하는지 모르겠다. 무시하고 그냥 쓰는 사람도 있긴 하던데, 안 좋은 쪽으로 튀기는 싫고 또 나는 우비를 챙겨왔기 때문에 첫째와 둘이 뒤집어쓰고 비를 견뎌냈다. 여행 다니려면 우비는 필수로 챙겨다녀야겠다.

날씨가 구린 덕에 그 긴 현수교를 나와 첫째 둘이서 쓸 수 있어서 좋대. 매점에서 핫 코코아만 팔았어도 참 좋았을텐데… 그 새 둘째는 아케이드에 가서 놀고. 일찍 호텔에 가봐야 뻔하디 뻔한 풀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밖에 없는데, 이렇게 뭐라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직장 동료 중에 Petoskey 출신이 하나 있었다. 아름다운 휴양 도시라 하더군. 그래서 꼭 와 보고 싶었다. 과연 기대대로 아름다운 곳이더라. 시작은 fur trade와 어촌이었지만 일찌감치 휴양 도시로 방향을 잡고 발전한 곳이다. 도시 전체가 리조트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잘 관리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가 본 도시들 중에서는 Saubatuck과 가장 비슷하다. 규모가 더 크면서 고급인 Saugatuck이랄까. 별장으로 보이는 집들이 참 많았는데, 어휴… 비싸더라. 하기사 그럴만도 하지. 이렇게 부유한 사람들이 모이는 탓인지, 관광 말고도 산업이 좀 있어 보였다. 피부 관리라든가 잘 보면 뱅킹도 있을 것 같고. 나도 이런 데 직장을 구할 수 있으면 여기 살아도 되겠다.

모래사장이 길게 이어진 호숫가는 너무나 아름다웠고 아이들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아내는 텐트에서 낮잠을 잤고 나는 애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내 인생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많은데 그래도 내가 얘네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재주는 있구나 싶었다. 뭐 대단한 성취가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애들이 더 크기 전에 이런 행복한 기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 그래서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음을 알게 하는 게 부모로써의 내 의무가 아닐런지. 잠시 해가 났을 때 여기라도 가 본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 편, 더 즐기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쉽더라. 다음에 여기 온다면 아이들이 더 컸을테니 같이 자전거를 빌려서 돌아다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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