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Lake Michigan Circle Trip - Sheboygan / Milwaukee

Markowitz 2024. 8. 22. 07:05

그 다음 호텔이 잡혀 있는 곳은 Sheboygan이다. Green Bay에서는 한 시간 밖에 안 걸리기 때문에 여기서 멈추기 애매한데, 애초에 원래 내가 세운 계획은 Green Bay에서 자는 게 아니라 Marinette이었기 때문에 이리 됐다.

여기는 전에도 와봤지만, 리조트 안에만 있었기 때문에 도시를 둘러보지는 못 했다. 즉, 이 동네를 돌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쇠락한 도시 같다. 수십년은 됨직한 간판을 그대로 걸고 있는 가게가 많다. 인구를 봐도 대충 1970년대에서 늘어나지 않았다. 이미 도시의 성장은 끝난 게지. 그래서 돈을 들여서 리모델링을 해봐야 손님이 더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 저리 방치해두고 있는 것 아니겠나. 과거 주 산업이 뭐였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시절은 지나갔고, 요즘 들어서 다시 관광으로 어찌 해보려고 하는 모양새다. 건투를 빈다. 하지만 Green Bay 같은 도시와 경쟁하기 상당히 버거워 보인다.

딱히 해야 할 건 없어서 바로 떠나도 되는데, 뭐 그냥 이왕 왔으니 좀 살펴보긴 했다. 일단 도심에 있는 Art Museum에 갔는데, 다들 시큰둥 했다. 현대 미술이라는 데서 미덕을 찾으려고 노력을 했으나 봐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안 드니 어쩔 수가 없다. 또 어디 유료 정원이 있다고 해서 애들 보내고 나는 차에서 꿀잠을 잤다.

밀워키는 예전에 농구 경기 보러 한 번 와봤을 뿐이라서 잘 모른다. 시카고의 작은 버전 비슷하다고 들어서 뭔가 새로운 것이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냥 애들이 좋아할만한 뮤지엄 하나 찾아서 거기서 놀렸지. Discovery Center라고 Children’s Museum이랑 수족관을 섞어놓은 곳 같더라. 여기야 애들만 잘 놀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간 곳이었고, 뭐 예상대로 잘 풀렸다.

근데 3시가 넘어서자 갑자기 애들이 배가 고프다고 하더라고. 급하게 안에 있는 카페테리아에 갔더니 아뿔싸 하필 3시에 문을 닫았다. 그걸 보고는 둘째는 엄청나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무리 이게 내 잘못이 아니지만 이 어린 애를 설득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냥 먹을 걸 대령하는 수 밖에. 그래서 저녁 먹으려고 생각했던 곳으로 서둘러 출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간 곳은 Milwaukee Public Market인데 흡사 Boston Public Market과 같았다. 시애틀 가본 사람이라면 Pike Place Market을 떠올릴 것이고. 저기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이런 걸 본 적이 있는걸 보면 이게 그냥 흔한 옛날 시장 형태 중에 하나인 것 같다.

근데 진짜 Boston Public Market하고 너무 비슷하더라고. 붐비는 것도 비슷하고. 그래서 그 때 생각이 난 김에 랍스타롤을 먹었지. 보스턴에서 먹었던 것만큼이나 실하게 나와서 아주 만족했다. 솔직히 편하게 먹을 환경은 아니었는데, 어쨌든 애들 배만 불릴 수 있다면 이것 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오롯이 애들 먹이는 게 목표였다고 하기에는 제법 호사스럽게 먹은 식사 같기도 하고. 보스턴 다시 가고 싶다. 그런데 얘네들이 언제 크겠냐.

그렇게 애들 배를 불리고 나니 또 좀 조용해지더라. 그제야 좀 마음 편하게 둘러볼 수 있었지. 디저트도 좀 사먹이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이 여행이 끝나가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밀워키에서 집까지는 2시간이 채 안 걸린다. 이제 주차장에서 차를 꺼내면 사실상 끝인 거다. 내일이면 나도 저 사람들처럼 다운타운을 부지런히 걸어다니고 있을 게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솔직히 거창하게 할 말은 없다. 미시건이 위스콘신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것 하나 배웠고, 누가 여름 휴가 다녀왔냐 물어보면 대답할 거리 생긴 것 밖에 없다. 그냥 애들한테 추억거리를 선물한 것이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애들이 행복해 했고 그냥 그게 다인 것 같다. 뭐 나도 애들과 같이 행복해 했다는 그런 추억을 만든 것이지. 아버지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뭐 이 정도로 정리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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