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나는 순수 예술하고 안 맞다.

Markowitz 2024. 11. 5. 23:02

노벨문학상을 한국인 작가가 받았다길래, Chicago Public Library에서 빌려서 읽어봤다. 아마도 수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 듯한 소설이다. “채식주의자”

사실 존나 두근거리면서 봤다. 하루키나 위화를 알게 되었을 때를 생각해봐라. 진짜 보물을 찾은 듯 한 기분. 그런 기분을 또 느끼게 되겠구나… 뭐 이게 내 기대였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근데 시발 실제로 읽어보니까 이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뭐 이런 정도가 아니다. 그냥 시발 차라리 안 읽느니만 못 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끝까지 읽었을 때 내게 느껴진 것은 슬픔과 그 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인류애나 뭐 이런 게 아니다. 솔직히 쓰기가 좀 꺼려지는데, 내가 내내 읽으면서 받은 느낌은 더러움, 역겨움 뭐 이런 거였다.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 센터에 가서 현대 미술을 목도한 마누라의 그 황당해 하는 표정. 차라리 황당함 정도였으면 나았으리라. 마누라가 책 어떠냐고 물어봤을 때 그냥 집에 있는 하루키를 읽으라 그랬다. 아 진짜 아직도 생각이 정리가 안 될 정도로 당혹스럽네.

예술이란 게 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아름답고 뭔가 영혼의 안식을 주고 이런 건데 현대 예술은 그게 아닌 것 같다. 물론 예술은 금기에 저항하는 기능이 있다. 금기에 저항함으로써 여러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겠지만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해방시키지 않던가. 하여간 무슨 미덕이 있는 게 예술일 것 같은데 말이야. 노벨상 심사하시는 분들 눈에는 진짜 이게 위화나 하루키보다 더한 미덕을 세상에 가져왔다고 생각하신 거잖아. 솔직히 믿을 수가 없다. 내가 작가의 의도를 읽어내고 싶어서 두 번 봤는데, 시발 진짜 모르겠다. 나는 무식한 공돌이라서 그런 걸 모르는지.

시발 그래 내가 무식해서 모른다 치자. 나같은 무지렁이를 위한 예술도 있고, 유식한 분들을 위한 예술도 있는 거지. 그러면 한강이라는 작가는 그런 고상하신 분들을 위한 예술을 하시는 분으로 여겨야겠다. 송충이는 솔 잎을 먹어야 된다고, 괜히 고상한 예술 맛 봤다가 배탈만 났다.

이 작가의 책을 몇 권 더 예약을 해뒀는데 계속 도전을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일단 내 마음을 정화해야겠다. 조만간 도서관에 가서 이 책을 반납하고 하루키와 위화를 빌려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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