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 Blower를 팔았다
일리노이주 사는 놈이 머리에 총을 맞았나 왜 snow blower를 치우냐 뭐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 근데, 너무 안 써서 팔았다. 안그래도 비좁은 차고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니까. 한창 추울 때 팔아야 값을 잘 받을테니 지금 팔았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추운 일리노이주에서 side walk도 긴 코너 유닛에 사는 주제에 snow blower를 없애버린 게지. 용감하다.
내가 이사오자마자 이걸 샀으니까 2021년 11월에 샀지. 그 겨울에는 제법 많이 썼다. 눈도 많이 왔고. 그런데 지지난 겨울부터 이상했다. 세 번 정도 밖에 안 썼다. 지난 겨울엔 더 심해서 딱 한 번이었다. 그리고 올 겨울에는 쓴 적이 없다. 이거 뭐… 겨울 끝나고 snow blower에 있는 기름 없애려고 돌린 시간이 실제로 눈을 치운 시간 보다 더 많을 지경이다.
이렇게 안 쓰다보니 정작 써야 할 때는 못 썼다. 갑자기 큰 눈이 온다고 치자. 그러면 나는 엔진 오일을 사 와서 갈고, 주유소에 가서 기름통을 먼저 채워 와야 한다. Snow blower를 최초로 한 번 쓰기 위해서는 이렇게 일이 많다. 일 년에 여러번을 쓴다면야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은데, 단 한 두번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쉽게 말해 귀찮아서 못 쓰는 거다.
이렇게 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일리노이주에 눈이 별로 안 온다. 이 동네라고 하면 여름엔 날씨가 좋지만 겨울이 되면 우중충하게 맨날 흐려지고 눈 많이 오고 그런데 눈이 예전처럼 많이 오지 않는다. 와도 눈 대신 비가 오는 일이 많다. 그리고 내가 다운타운으로 출퇴근을 하는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눈을 치워야 할 때 내가 집에 없으면 못 치운다. 얼마 전 큰 눈이 왔을 때가 딱 그랬다. 그래서 그냥 사람 썼다. 하기사 집에 기름도 없었지. 이렇다 보니 이걸 언제 쓰게 될지 모르겠더라고.
얘를 Facebook Marketplace에 올렸더니 진짜 수십명한테서 연락이 오더라. 대부분 깎아달라 그러던데, 그냥 다 안 된다 하고 내가 올린 가격에 산다는 사람에게 넘겼다. 실제로 기계 상태를 보고는 너무 좋아하더라고. 뭐 하기사 이걸로 눈을 얼마나 치웠나 생각해보니 10 시간은 안 되는게 확실하다. 지금 같은 모델 가격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좀 오른 모양인데, $750이더라. 세금까지 생각하면 반값도 안 되니깐 좋아할만 하네.
그럼 난 앞으로 어쩔 작정이냐 하면, 일단 우리집에 눈 치우는 삽이 두개가 있다. 한 쪽 side walk은 옆에 학교 눈 치우는 사람이 같이 치워줄 때가 많으니 나는 내 drive way 쪽만 신경 쓰면 된다. 일 년에 한 두번이라면 이걸로 버틸 생각이다. 그리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snow blower를 다시 살 건데, 휘발유 말고 전기로 돌아가는 걸 사려고. 집에 Ego Power의 배터리가 있으니까 전기 snow blower가 있으면 그냥 바로 쓸 수 있다.
일단 겨울이 끝나면 세일이 좀 있지 않을까 싶은데 대충 보고 굿 딜이 뜨면 사야지. 근데 아무리 싸다고 해도 1년에 한 두 번 쓰고 마는 거라면 아예 안 사는게 더 낫지 않나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