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uctured Security 시장의 키 플레이어 하나가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MBS를 포함한 structurted security는 일반 채권과 달리 해석해야 하는 정보가 많다. 그냥 애플이 채권을 발행한다면 그냥 애플의 재무상태와 그 채권의 조건만 살펴보면 분석이 끝난다. 하지만 structured security는 얘기가 다르지. 예를 들어 MBS는 모기지를 모아놓은 풀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 있는 모기지의 수는 수십, 수백이다. 내가 빌린 모기지, 그리고 거기 저당 잡힌 집과 뉴욕 사는 갑돌이가 빌린 모기지, 거기 저당 잡힌 집이 같을 리가 없기 때문에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야만 이 모기지 풀의 운명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을 것이고 거기에 따라서 MBS의 분석도 가능해진다.
내가 MBS 채권 하나 분석해야 된다 치고, 거기 들어 있는 모기지 풀의 ID를 얻어냈다 치자. 그럼 내가 직접 그 속의 모기지 하나 하나의 정보를 캐러 다니느냐… 당연히 그러지 않는다. 그걸 모아다 제공해주는 밴더가 있다. 블룸버그 터미널 아니다. 블룸버그 터미널에서도 그 정보를 알 수 있긴 한데 우린 그거 안 쓴다. 일반 사람들은 알 필요가 없는 밴더인데, 이게 딱 그 정보만 갖고 있는 게 아니고 거기서 뭘 좀 더 해준다. 아무튼, 분석에는 업데이트된 정보가 필요하니까 매달 새 모기지 풀에 대한 정보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해놨다. 지금 2025년 1월 마지막 날이니까 곧 2025년 1월에 발행된 모기지 풀에 대한 정보가 곧 올라오겠구만. File DB 비슷한 거지. 그럼 고객이 그걸 내려받아고, 프로그램을 돌려서 MBS의 가치를 전망하든 뭐든 하는 거지.
그런데 얼마 전 어처구니 없게도 그 밴더의 업데이트에서 ransomware가 발견된 것이다. 이것도 지네가 발견한 것도 아니고, 그 밴더의 고객인 대형 은행에서 발견했다. 제작년 파산하면서 미국을 금융위기의 공포로 잠시 몰아넣었던 은행이 SVC인데 이건 Frank-Dobb Act.의 적용을 받지 않는 규모였다. 그런데 이번 은행은 그 규모를 넘는다. 진짜 ransomware를 발견해내지 못했다면 몇 트릴리언 달러가 묶이는 대 재앙이 생기는 거였다. 그 대형 은행은 말 그대로 문 닫을 뻔 했다.
이 소식은 금융 시장 바닥에 빠르게 퍼졌다. 저 밴더가 워낙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Big Short에도, 영화 말고 책, 이름이 언급된다. Michael Lewis가, 소설가로 전업 하기 전에, 실제로 현업에서 MBS를 만지던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실무적인 내용이 사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모든 고객사들이, 사실상 미국의 주요 은행 상당수가, 업데이트 다운로드를 멈췄다. 그 밴더와 협업하고 있는 우리 회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당장 그 ransomeware에 의한 피해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밴더는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었다. 지금 당장 malware를 제거했다고 치더라도, 언제 또다시 해커가 그런 거 심어놓을지 모르는 것 아닌가. 말이 트릴리언 달러지 이게 한국 돈으로 1000조원이 넘는 돈이다. 이런 단위로 사고가 날지도 모르는데 업데이트를 재개할 그런 간 큰 용사가 흔할까? 그래서 당분간은 업데이트 다운로드를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은행들이 얼마나 최신 모기지 정보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다. 그래서 우리 고객들은 대체제를 찾고 있고, 우리도 그걸 수용해야 한다. 이러면서 내가 할 일이 엄청 많아졌다.
나는 그 밴더의 분석 툴을 공부하느라 많은 시간을 썼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게 많다. 나의 스킬 셋 중에 하나로 당당히 자리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상상도 못 했던 사고가 터질 줄이야. 데이터 보안을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백업을 생활화 해야지.
그리고 우리 고객의 선택을 받은 새 밴더는, 사실 이 일만 하는 곳은 아니다. 그런데 지네 본업을 하려면 in-house로 저런 걸 갖고 있거나 다른 데서, 우리처럼, 가져다 쓰거나 해야 했겠지. 지금 내가 일하는 곳과 과거사도 좀 있는 것이기도 해서 어떻게 협업이 진행될지 모르겠다. 당장은 골치가 아프겠지만 흥미로운 일이다. 앞 일이 기대가 된다.
덧붙여, 이 일은 언론에는 퍼져나가지 않은 것 같다. 일반 사람들은 모르는 가운데 대 재앙이 터질뻔 했지. 이런 일은 사실 보통 사람들이 알 필요가 없긴 하다. 나야 뭐 현업에서 뛰고 있으니 아는 거고. 이런 식으로 보통 사람들은 있는지도 몰랐던 지뢰가 실제로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봤다. 만약 이런 걸 다 아는 위치에 있다면 신경쇠약 걸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