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불리한 사람들 – The Truly Disadvantaged
인디애나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여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일리노이로 넘어오기 전에 기름을 넣고 싶어서 적당해 보이는 곳으로 나갔지. 그리하여 들린 동네 이름은 Gary, IN이다.
여기에 대해서 조금 들은 바는 있었다. 마이클 잭슨의 생가가 여기 있는데, 가 볼 생각은 감히 하지 말어라 뭐 이런 거지. 단순히 후진 동네겠구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실제로 내 눈으로 본 풍경은… 과장 좀 보태자면 놀래 자빠질 뻔 했다. 이건 그냥 버려진 동네였다. 제법 규모가 있는 도시가 그냥 통째로 버려진 것이다. 정말이다. 눈에 보이는 거라고는 끔찍한 형상을 하고 있는 집 뿐이었다. 시카고에서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곳에 이런 동네가 있을 거라는 걸 나는 상상한 적이 없었다.
알고보니 Gary는 미국에서도 최악의 도시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각종 통계 뿐만 아니라 구글맵의 사진만 봐도 그 비범함을 알 수 있다. 크게 번창하던 도시가 어떻게 순식간에 버려져서 저 꼴이 되었는지 궁금해서 조금 알아봤다. 원래 여기는 제철소를 중심으로 번창하던 도시였다. 근데, 제철 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며 이 도시의 숨통도 같이 끊겼다.
일차로 제철소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상대하던 비즈니스들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이렇게 되니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떠났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돈이 많거나 인맥이 있는 사람들이다. 애초에 직장을 찾아 타지에서 흘러 들어온 사람들이라는 걸 보면, 그런 운 좋은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거다. 나머지 사람들은 떠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전 재산이나 다름 없을 집값은 이미 폭삭 내려 앉아서 이걸 팔아도 멀쩡한 동네로 이사를 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냥 몸 누일 공간이라도 있는 거기 남아서 사회 복지 제도에 기대어 연명하는 처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
그렇게 남겨진 사람들이 얼마나 비참한 처지일지는 버려진 집들만 봐도 쉽게 상상이 된다. 그럼 이 곳 사람들 분위기는 어떨 것이며 어떤 문화와 기대를 안고 살고 있을런지. 이런 동네를 탐구한 서적의 제목 “The Truly Disadvantaged” 이게 다 말해주잖아.
이런 일이 있었던 동네가 미국에 여기 하나 뿐이 아니다. 중서부 지역, 그 중에서도 rust belt라고 불리는 지역의 수많은 곳에 산재되어 있다. 이 동네 그리고 여기 사는 사람들은 그동안 정치적으로도 철저히 외면받아 왔다. 이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정당이 없었다니까. 그냥 신경 안 쓰고 없는 사람 취급을 해왔지. 그래서 내가 한동안 저 책 제목을 “The Truly Abandoned”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트럼프가 나오면서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그래서 Rust belt의 표가 트럼프로 향한 것이지. 헌데, 트럼프가 돌아와도 버려진 제철소가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미국에 있는 공장이 갑자기 문을 닫고 사람들이 버려지는 일은 좀 덜 일어난다 정도가 최선이지 않을까 싶네.
그럼 저 사람들은 뭔가? 이 비참한 처지로 떨어진 게 오롯이 그 사람들의 잘못만이라고는 할 수 없다. 재수 좀 없었던 것 치고는 대가가 가혹하다는 생각이 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