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의 참 맛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그것의 재미, 혹은 참 맛을 제대로 느끼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처음 맛본 와인이 쿠킹 와인이었기 때문에, 처절하게 맛이 없었으므로, 오랫동안 와인을 거부했고, 첫째는 스키를 즉시 좋아하게 되었으며, 둘째는 스키를 싫어해왔다.
그럼 첫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고, 둘째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 첫째가 처음으로 스키를 타본 게 4살 때였는데, 첫 날부터 개인 교습을 시켰다. 기골이 장대한 남자 강사가 나타났다. 우리 애가 4살 치고는 덩치가 큰 편이긴 했어도, 너무 어린 나이다. 그래서 그 강사가 뭘 해줬느냐 하면 애를 들쳐 안고 스키를 탄 것이다. 뭐 그것만 한 것은 아니고 기본적인 것들을 알려줘서 태우긴 했다. 하지만 주로 애를 안고 슬로프를 내려간 것이지. 아무리 애가 어리고, 반대로 강사가 힘이 세도 쉬운 일은 아닌데 이걸 해준 그 강사에게 너무나 고맙다. 이틀 연속으로 그 강사가 애를 이렇게 돌봐준 다음 내가 바톤을 이어 받아 똑같이 해줬다. 우리 첫째는 이게 너무나 재미있었던 거다. 그래서 틈만 나면 스키를 타러 가자고 했고, 지금은 제법 잘 탄다.
반대로 우리 둘째는, 뭐 개인 교습을 시키긴 했는데, 아담한 체격의 여자 강사가 나왔다. 애를 들쳐 안기는 커녕, 물론 이건 굉장히 무리한 기대이다, 애한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로만 지시를 했지. 재미가 있었을 리가 없고, 개인 교습 시간이 끝나자마자 스키를 벗어던지고는 그냥 눈 밭에서 구르면서 놀더라. 내가 우리 첫째에게 했던 것처럼 안고 타면 되지 않았겠느냐… 싶지만, 나는 첫째를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둘째에게 그렇게 해줄 수가 없었다. 이럴 때 마누라가 1인분을 해주면 참 좋으련만 뭐…
그러다 지난 주말 드디어 우리 둘째에게 스키의 참 맛을 알려줬다. 첫째가 쉬는 동안, 아무래도 마누라가 첫째 데리고 테슬라 수퍼차저에 가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둘째를 데리고 놀 수 있었다. 그냥 안고 리프트 올라갔지. 그리고 애를 안고 슬로프를 내려 온 거다. 원래는 딱 5번만 하기로 약속했었다. 그런데 너무 재미있어 하면서 자꾸만 더 해달라고 하더라. 10번 해달라고 하더니 거기서 또 더 원하대. 그래서 총 13번을 내려왔다. 1 시간 동안 말이다.
둘째는 자기는 스키를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 좋아하게 됐단다. 왜 강사가 피자 자세를 연습시켰는지도 이해했단다. 진작 이걸 경험하게 해줬어야 했는데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고, 이제라도 해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연습이 왜 필요한지 이해를 시키는 게 제대로 된 배움의 과정인 것 같다. 특히 우리 둘째는 그냥 시키면 안 한다. 본인이 이해가 되어야 움직이는 시늉이라도 하는 애다. 내가 그걸 알기 때문에 더더욱 이걸 시켜주고 싶었다.
그래서 다음 주에 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