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 살면 생기는 일
내가 외향적인 사람은 절대 아닌데다 영어도 못 하다보니 뭐 딱히 아이들 친구 부모들하고 친해지지 않는다. 그래도 생일 파티 가면 억지로라도 인사를 하고 말을 붙여야 한다. 이른바 small talk라고 하지. 사실 다른 사람들은 수다를 엄청나게 떠는데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나마 만만한 게, spring break 때 뭐 하냐, winter break 때 어디 다녀왔냐 이런 거지. 어느 생일 파티에 간 나는 뭐 습관대로 이렇게 물어봤지.
놀랍게도 그 birthday boy의 아빠는 내가 얼마 전에 다녀온 플로리다에 자주 간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Naples라고 여기 저기서 많이 들어본 동네다. 거기 부모님이 사시는데, 뭐 정확히는 살기는 지금 이 동네에 여전히 사시고 겨울만 거기서 보낸다고 하시네, 거기 갔다가 어느 호텔에서 묵는다고 하네. 그러면서 그 호텔이 얼마나 좋은지 설명을 해주시더라고. 사실 small talk라는 데에 크게 의미를 두면 안 되지만, 이런 것들은 현지인들의 정보라 들어두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특히나 나처럼 나 하나 덩그러니 이 동네에 사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집으로 돌아와 그 호텔을 검색해봤지. 어른 둘에 애들 둘 이렇게 딱 치고, 대충 한 두달 후에 4박 5일인지 5박 6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음… $3,000이 넘게 나오더라. 실제로 여기서 묵으면 이런 저런 수수료가 또 붙겠지. 비싸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가볼만은 하겠다 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건 전체 가격이 아니다. 1박 당 가격이었다. 4박 5일로 가면 방 값만 12K를 박고 시작하는 것이지.
이건 뭐 저축으로 사둔 채권을 팔면 모를까 내 주머니 사정으로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아니 나서는 안 된다. 사실 이 호텔도 나 같은 놈 오라고 만들어놓은 것도 아닐테고 말이야. 주제 파악 잘 하고 살아야 된다. 이리하여 이번 Spring Break의 Naples 계획은 허공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