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아이가 생기면 어떤 세상에 살게 되느냐

Markowitz 2025. 3. 29. 07:04

나는 가정을 가지고 싶었고, 아이도 가지고 싶었다. 그런데 사실 아이가 생기면 어떻게 될 것이다 뭐 이런 걸 구체적으로 알고 그렇게 결정하고 희망했느냐면 당연히 그건 아니지. 그래서 뭐 생각했던 것보다 다른 것도 많은데, 그런 걸 하나하나 다 따지는 건 좀 무의미한 것 같고. 큰 것만 다뤄보련다.

세상에서 내 딸이 제일 예쁘다. 진짜다. 아름다운 여자야 뭐 세상에 많지. 그런 여자들 보면 나도 우와 아름답다 뭐 그런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러다가 우리 딸을 보면 그냥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우리 딸의 얼굴이 가장 경이적으로 보인다. 나도 안다. 우리 딸보다 예쁜 애들 세상에 많은거. 당장 얘 학교 같은 반에도 몇 명 있고. 사람이 예쁜 거 보면 기분이 좋잖아. 나는 다른 애도 아니고 우리 딸내미 얼굴 보고 있을 때가 가장 기분 좋다. 당연히 내가 이런 소리를 남들 앞에서 하진 않지. 내가 바보도 아니고. 하지만 내 속마음은 이렇다. 나만 이럴 리는 없고 세상의 딸 가진 아빠들은 대충 다 나하고 비슷한 상태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길 가다가 우리 딸보다 좀 큰 딸내미들 보면, 우리 딸도 좀 있으면 저래 크겠구나 하는 생각부터 들고, 좀 작은 딸내미들 보면, 우리 딸도 세 살 때 저만했지 딱 이런다. 여자 아이들 옷 보면 우리 딸이 입으면 어떻게 보이겠다부터 생각이 시작된다. 그냥 여자 아이 관련된 세상은 우리 딸에 맞춰서만 보게 된다.

또 하나 더 있다. 우리 아들이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 아직 킨더 다니니까 애고, 그 중에서도 덩치가 작은 편이라 같은 친구들 사이에서 귀염을 받는 것 같긴 하더라. 근데 그래서 내 눈에 귀여워 보이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보고 있으면 너무 귀엽다. 장난으로 너는 내 애완 동물이라고 하는데 진짜 그렇게 보인다. 누가 귀엽다고 고양이 사진 보내줘도 솔직히 뭐 귀여운 건 알겠지만 감흥이 없다.

이 아이들도 나를 좋아한다. 나하고 노는 게 친구들하고 노는 것보다 더 재밌단다. 뭐 대단한 걸 하면서 놀아주는 건 아니고, 아내 말을 빌자면, 어디 좀 모자라는 아저씨가 하는 짓 같다 뭐 그렇게 놀아주면 애들 바보 된다 이런 소리를 듣는 수준인데 얘네들이 그게 재밌다는 걸 뭐 어쩌냐. 그러니까 나는 다른 건 몰라도 내 눈에 제일 예쁘고 귀여운 애들을 행복하게 만들 능력 하나는 확실하게 갖고 있는 셈이다. 이런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또 나의 행복이기도 하지.

참 진부한 주제가, 행복에 돈이 중요하냐 어쩌냐 하는 건데, 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지금 누리는 경제적 여유는 나도 좋다. 하지만 행복은 별 게의 문제인 것이, 어린 시절 우리 아버지의 월급이 두 배 정도 많았다면 내 행복을 저해하던 요소가 사라졌을까? 구질구질하게 가정사를 늘어놓진 않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언뜻 돈 문제처럼 보이는 것도 돈 문제가 아니었다. 구성원들이 사서 병신 짓 안 하면서 서로 사랑한다면 얼마든지 행복한 가정일 수 있다. 이러려면 부모가, 특히 내가,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되겠지.

하여간 가정을 가지고 아이를 낳으니 정말 행복할 일이 많은 세상에 살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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