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트럼프 관세 정책이 마냥 미친 짓은 아닐 것

Markowitz 2025. 4. 8. 08:05

아주 가끔 내가 경제학을 많이 아는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을 본다. 근데 아니올시다. 채권 이런거 맨날 하니까 미시 쪽은 좀 아는 게 있지만, 거시 쪽으로 가면 그저 CFA 시험 겨우 통과할 정도일 뿐이다. 그러니까 뭐 내 생각이라는 건 참고하면 절대 안되는 수준의 잡설이다. 그냥 20년 전에 제대로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이랑 했던 얘기가 좀 떠올라서 끄적거려본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재정 적자, 무역 적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그게 뭐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지. 근데 이해가 안되는 거다. 그 사람도 나한테 한 얘기는 아니고 다른 경제학도하고 얘기 하는데 나는 옆에 그냥 있었을 뿐이었다. 잘 이해는 안 되었지만 그게 영원히 가능하지는 않을 거라는 데에는 어렴풋이 동의를 했다. 그래서 난 물었지. 지금 하는 거 계속하면 좆된다고 치고, 그럼 미국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말이다.

그 사람은 지금 하는 걸 끊어야 된다고 했다. 미국이 무역 적자를 엄청나게 내면서 달러가 외국으로 빠져나가면, 국채를 발행해서 그 달러를 다시 미국으로 빨아들이는 걸 그만둬야 할 때가 온다고 했다. 덧붙여 지금 하고 있는 건 미국에게 아주 편한 거라고, 아마 미국 외에 다른 이해 관계가 얽힌 국가들에게도 아주 편한 체제라고 하더라고. 그런데 우리가 아무리 소파에 누워 있는 게 편한들, 영원히 누워 있을 수는 없잖아. 결국 자세를 고쳐 앉든 아예 소파를 떠나든 해야 된다. 결국 그런 때가 올 수 밖에 없다는 거지.

그 후 20년 동안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하던 거 계속 했다. 미국은 여전히 큰 무역 적자를 냈지만, 그래도 상관 없지. 미국 국채의 힘. 세계 금융 시스템의 근간이 미국 국채 아니냐. 주로 중국이 엄청난 양의 미국 국채를 사줬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 내에서도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는 데 너무 많은 돈을 쓴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 돈으로 중국 내의 다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 뭐 그런 거였지.

그런데 요즘 들어 생긴 변화가 하나 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주지 않는 거다. 미국이 큰 무역 적자를 내어서는 안 된다는 걸 의미한다. 동시에, 중국이 사 주지 않으므로, 미국 국채 금리가 5%를 돌파하는 일이 생겼다. 상황이 이러해도 계속 큰 무역 적자와 대량의 국채 발행을 계속할 수도 있지. 솔직히 바이든 정부 때는 그대로 했다. 대신 장기채 금리 부담이 너무 크니까 존나 단기채를 발행했는데 이걸 뭐 제대로 바꿨다고 할 수는 없지. 뭐 어느 정도 이해는 가는 것이 사람이 원래 하던 거 바꾸는 게 쉽지 않거든. 근데 계속 이러면 진짜 골로 간다. 대가리가 붙어 있으면 바꿔야 된다.

중국의 피벗이, 그러니까 미국 국채에서 금으로, 확실해진 지금 예전처럼 막대한 무역 적자를 감당할 수가 없게 되었다. 무역 적자와 국채 발행이라는 편한 방식을 그만둬야 할 때가 온 것이지. 그러니까 세계 무역의 판을 흔들어야 하는데 그 수단으로 꺼내든 게 관세다. 트럼프 1기 때도 비슷한 일 있었다. 대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이 관세라는 수단에 반대하고 있고, 내 생각 따윈 중요하지 않지만, 나도 비슷하게 생각한다. 무역 적자를 줄이려면 다른 방법으로 해야 된다는 건데 그럼 다른 방법 뭐? 당연히 나는 모르지. 그리고 쉬운 방법이란 게 있겠냐?

최근 DOGE를 신설해서 미국 재정 지출을 쳐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쌍둥이 적자를 마음 편히 용인하던 시대가 끝난 거다. 근데 아무리 공무원 인건비 줄여봐야 효과는 미미할텐데 이게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은 든다. 국방, Social Security 이런 게 지출 규모가 클텐데 조지려면 저런 데부터 조져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야.

레이건 때부터였나. 쌍둥이 적자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로 접어드는 것 같다. 나는 그 변화를 목격하고 있는 것이지. 지난 시대는 미국 입장에서는 번영의 시대였지. 그럼 다음 시대에도 이 성공을 다른 방식으로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좆 될 것인가? 그럼 나는 뭘 해야 하는가? 나는 모른다. 하던대로 S&P 500 인덱스 펀드나 사고 직장 열심히 다니고 이러는 수 밖에. 숲 속에서 볼 수 있는 게 나무 밖에 더 있나. 가끔 동서남북으로 몇 발짝 걸어보고는 바로 숲을 파악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런 혜안이 없으니 뭐… 그냥 성실하게 사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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