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미국에서 직장인으로 살기
Markowitz
2012. 2. 23. 15:28
오전 일을 대충 마무리 해놓고는 밖에 나가 늦은 점심을 사서 들어왔다. 회사 카페테리아에 갔더니 얼마 전에 입사한 애가 혼자서 창밖을 보며 밥을 먹고 있었다. 옆에 앉아도 되겠냐고 묻고는 같이 앉아서 밥을 먹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문득 내가 회사에 들어온지 얼마나 됐냐고 물어보더라. 내가 회사에서 자리를 잘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지... 나도 어느 회사건 들어갔을 때 이미 회사에 참 잘 융화되어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언제쯤이면 저렇게 될까 궁금해 하기도 했었지. 아직 제대로 하는 일도 없고 불안한 처지인데도 말이야. 생각해보니 지난 6월에 여기 들어왔으니까 벌써 8달이나 되었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회사에 제대로 적응하는 데에는 1년 정도 걸렸으니까 하물며 미국에서랴.. 하지만 이정도면 미국에서 직장생활 하는데 대해서 좀 말할 거리가 생긴 것 같다.
일반적인 한국 사람들이 누가 미국에서 일한다면 떠올리는 키워드가 어떤 게 있을까?
영어
높은 연봉
화려한 오피스
파티
칼퇴근 후의 시티 라이프
...
아마 이런 정도일게다. 나도 그랬으니까.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해본다면 미국에 사는 여피족의 삶 정도가 아닐까 싶네.
그럼 하나씩 보자.
1. 영어
당연히 영어 해야된다. 그런데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써 영어가 잘 될래야 될 수 없다. 그냥 토플 몇점 받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회의를 들어가면 알아들어야 되고, 내 의견이 상대방과 다를 때에는 설득을 해야하며, 상대방이 뭔가 이해를 못하고 있으면 또 다른 방향으로 설명을 해서 이해를 시켜야 한다.
이게 쉬울까?
당연히 어렵다. 심지어 한국말로도 어려운데. 그래서 영어는 정말 끊임없이 공부해야된다. 이건 좀 곱게 표현한거고 정말 평생 가는 스트레스다.
2. 높은 연봉
내 연봉이 한국에 있을 적보다는 좀 높다. 아니 한국에서 이 연봉을 받기는 어려울거다. 하지만 내가 싸인한 연봉만 보고 좋아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세금이 무지무지하게 높기 때문이다.
일단 Federal Income Tax가 있다. 이게 크다. 그 다음 State Income Tax다. 이것도 크지만 연방소득세에 비하면 1/3 수준이라 작은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여기다 Social Security Tax, Medi Care 이게 또 나간다. 다른 주에 사는 내 친구는 City Income Tax도 있다며 좌절하더라. 세금은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르고, 미국에서는 또 사는 주, 도시마다 다 다르긴 하지만, 내 경우엔 30% 정도 세금을 내고 있다.
말이 30%지 한국에 있을 땐 이정도까진 안냈다. 500만원 벌면 세금으로만 150만원 빠져나간다는 말인데 한국보다 세금은 훨씬 무겁다. 게다가 한국에서 의료보험 등등 냈던 것처럼 여기서도 보험료라는 폭탄이 숨어있다. 보통 결혼하고 아이도 있으면 드는 보험 중에 좀 좋은 건(나쁘지 않은 건) 한달에 한국 돈으로 100만원 넘게 나간다. 한국에서는 상상을 할 수 없는 금액이지. 거기다 렌트비. 1000불 밑으로는 괜찮은 원룸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방 따로 있는 것을 구하려면 거기다 최소 300불 추가. 물론 별로 안괜찮은 것을 구하려면 싸게 하는 건 가능하다. 거기다 연금 보험도 나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국에서 받는 높은 연봉은 빛 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허다하다. 나도 경제적인 면만 봐서는 한국으로 가는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3. 화려한 오피스
아마 영화 드라마 보고 그러는 것 같은데, 한국도 영화 드라마 보면 멋진 오피스들 많다. 내가 보기에 오피스는 한국과 차이가 없다. 오히려 난 한국에서 개인 오피스를 썼는데 여기선 그렇지 않다. 물론 나은 점도 있는데 각종 음료수가 냉장고가 빽빽하도록 채워져 있고, 각종 고급차도 양껏 마실 수 있다. 그런 것만 채워주는 직원이 따로 있을 정도다.
4. 파티
회사마다 많이 다른데, 트레이딩 펌은 파티가 많은 것 같다. 트레이더가 워낙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직종이고, 또 한번 벌면 왕창 벌고 (반대로 잃으면 바로 파리목숨) 해서 파티를 자주 하는 것 같다. 회사가 스포츠 경기장의 로열박스를 갖고 있어서 그런 데도 상당히 자주(1달에 1번 이상) 가는 사람도 있고 어떤 트레이딩 펌은 회사 10주년 기념으로 얼마전에 회사직원 모두를 플로리다로 (물론 놀러) 데려가더라. 한국에서 비슷한 직종 사람들은 룸싸롱을 가는데 여긴 그런식의 유흥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회사가 있는 반면, 내가 다니는 회사처럼 조용한 문화의 회사도 있다. 물론 우리도 연말파티는 정말 고급스럽게 한다. 근데 1년에 딱 한번 뿐이다. 그런데 난 이게 좋다. 한국처럼 회식 자주하고 이런거 싫다. 미국 애들에게 한국 회식 이야기 해주면 놀란다.
5. 칼퇴근
이거 사실이다. 회사와서 야근이란 걸 한 적이 없다. 얼마 전에 뭐 결과 기다리느라 회사에 7시 넘게까지 한번 있었을 뿐이다. 일단 5시 반이 되면 사람들이 다 간다. 6시 정도 되면 청소하시는 분이 오신다. 7시 가까이 되면 분위기가 아주 스산하다. 미국에서도 야근 많이 하고 주말에 출근해서 일하는 회사가 있다고는 하는데, 한국에 비하면 수가 확실히 적은 것 같다. 내 네트웍에는 일한만큼 따가는 트레이더들 말고는 그런 경우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퇴근 후에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는 일은 별로 없다. 날씨 좋을 적엔 1주에 한번 정도 그런데 나도 가곤 했는데 요즘은 날씨가 추워서 안한다. 그 대신 퇴근 후의 시간을 자기개발에 쓸 수 있다. 해가 긴 여름동안은 퇴근 후에 호숫가에서 조깅하는게 낙이었다. 회사에 있는 동안 은근히 그 시간이 기다려지기까지 했으니까. 한국에서는 누리기 힘든 삶이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조금 편견을 바로잡아준다면 뭐라고 해야할까?
생각보다 경제적으로는 좀 팍팍하고, 스트레스는 예상한 것만큼 덜하지만, 영어공부는 정말 평생을 달고 해야한다.
이렇게 말해줬을 때 가장 잘 이해하는 것 같아 보였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문득 내가 회사에 들어온지 얼마나 됐냐고 물어보더라. 내가 회사에서 자리를 잘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지... 나도 어느 회사건 들어갔을 때 이미 회사에 참 잘 융화되어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언제쯤이면 저렇게 될까 궁금해 하기도 했었지. 아직 제대로 하는 일도 없고 불안한 처지인데도 말이야. 생각해보니 지난 6월에 여기 들어왔으니까 벌써 8달이나 되었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회사에 제대로 적응하는 데에는 1년 정도 걸렸으니까 하물며 미국에서랴.. 하지만 이정도면 미국에서 직장생활 하는데 대해서 좀 말할 거리가 생긴 것 같다.
일반적인 한국 사람들이 누가 미국에서 일한다면 떠올리는 키워드가 어떤 게 있을까?
영어
높은 연봉
화려한 오피스
파티
칼퇴근 후의 시티 라이프
...
아마 이런 정도일게다. 나도 그랬으니까.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해본다면 미국에 사는 여피족의 삶 정도가 아닐까 싶네.
그럼 하나씩 보자.
1. 영어
당연히 영어 해야된다. 그런데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써 영어가 잘 될래야 될 수 없다. 그냥 토플 몇점 받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회의를 들어가면 알아들어야 되고, 내 의견이 상대방과 다를 때에는 설득을 해야하며, 상대방이 뭔가 이해를 못하고 있으면 또 다른 방향으로 설명을 해서 이해를 시켜야 한다.
이게 쉬울까?
당연히 어렵다. 심지어 한국말로도 어려운데. 그래서 영어는 정말 끊임없이 공부해야된다. 이건 좀 곱게 표현한거고 정말 평생 가는 스트레스다.
2. 높은 연봉
내 연봉이 한국에 있을 적보다는 좀 높다. 아니 한국에서 이 연봉을 받기는 어려울거다. 하지만 내가 싸인한 연봉만 보고 좋아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세금이 무지무지하게 높기 때문이다.
일단 Federal Income Tax가 있다. 이게 크다. 그 다음 State Income Tax다. 이것도 크지만 연방소득세에 비하면 1/3 수준이라 작은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여기다 Social Security Tax, Medi Care 이게 또 나간다. 다른 주에 사는 내 친구는 City Income Tax도 있다며 좌절하더라. 세금은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르고, 미국에서는 또 사는 주, 도시마다 다 다르긴 하지만, 내 경우엔 30% 정도 세금을 내고 있다.
말이 30%지 한국에 있을 땐 이정도까진 안냈다. 500만원 벌면 세금으로만 150만원 빠져나간다는 말인데 한국보다 세금은 훨씬 무겁다. 게다가 한국에서 의료보험 등등 냈던 것처럼 여기서도 보험료라는 폭탄이 숨어있다. 보통 결혼하고 아이도 있으면 드는 보험 중에 좀 좋은 건(나쁘지 않은 건) 한달에 한국 돈으로 100만원 넘게 나간다. 한국에서는 상상을 할 수 없는 금액이지. 거기다 렌트비. 1000불 밑으로는 괜찮은 원룸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방 따로 있는 것을 구하려면 거기다 최소 300불 추가. 물론 별로 안괜찮은 것을 구하려면 싸게 하는 건 가능하다. 거기다 연금 보험도 나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미국에서 받는 높은 연봉은 빛 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허다하다. 나도 경제적인 면만 봐서는 한국으로 가는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3. 화려한 오피스
아마 영화 드라마 보고 그러는 것 같은데, 한국도 영화 드라마 보면 멋진 오피스들 많다. 내가 보기에 오피스는 한국과 차이가 없다. 오히려 난 한국에서 개인 오피스를 썼는데 여기선 그렇지 않다. 물론 나은 점도 있는데 각종 음료수가 냉장고가 빽빽하도록 채워져 있고, 각종 고급차도 양껏 마실 수 있다. 그런 것만 채워주는 직원이 따로 있을 정도다.
4. 파티
회사마다 많이 다른데, 트레이딩 펌은 파티가 많은 것 같다. 트레이더가 워낙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직종이고, 또 한번 벌면 왕창 벌고 (반대로 잃으면 바로 파리목숨) 해서 파티를 자주 하는 것 같다. 회사가 스포츠 경기장의 로열박스를 갖고 있어서 그런 데도 상당히 자주(1달에 1번 이상) 가는 사람도 있고 어떤 트레이딩 펌은 회사 10주년 기념으로 얼마전에 회사직원 모두를 플로리다로 (물론 놀러) 데려가더라. 한국에서 비슷한 직종 사람들은 룸싸롱을 가는데 여긴 그런식의 유흥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회사가 있는 반면, 내가 다니는 회사처럼 조용한 문화의 회사도 있다. 물론 우리도 연말파티는 정말 고급스럽게 한다. 근데 1년에 딱 한번 뿐이다. 그런데 난 이게 좋다. 한국처럼 회식 자주하고 이런거 싫다. 미국 애들에게 한국 회식 이야기 해주면 놀란다.
5. 칼퇴근
이거 사실이다. 회사와서 야근이란 걸 한 적이 없다. 얼마 전에 뭐 결과 기다리느라 회사에 7시 넘게까지 한번 있었을 뿐이다. 일단 5시 반이 되면 사람들이 다 간다. 6시 정도 되면 청소하시는 분이 오신다. 7시 가까이 되면 분위기가 아주 스산하다. 미국에서도 야근 많이 하고 주말에 출근해서 일하는 회사가 있다고는 하는데, 한국에 비하면 수가 확실히 적은 것 같다. 내 네트웍에는 일한만큼 따가는 트레이더들 말고는 그런 경우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퇴근 후에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는 일은 별로 없다. 날씨 좋을 적엔 1주에 한번 정도 그런데 나도 가곤 했는데 요즘은 날씨가 추워서 안한다. 그 대신 퇴근 후의 시간을 자기개발에 쓸 수 있다. 해가 긴 여름동안은 퇴근 후에 호숫가에서 조깅하는게 낙이었다. 회사에 있는 동안 은근히 그 시간이 기다려지기까지 했으니까. 한국에서는 누리기 힘든 삶이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조금 편견을 바로잡아준다면 뭐라고 해야할까?
생각보다 경제적으로는 좀 팍팍하고, 스트레스는 예상한 것만큼 덜하지만, 영어공부는 정말 평생을 달고 해야한다.
이렇게 말해줬을 때 가장 잘 이해하는 것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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