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mple Life

늙으면서 새롭게 겪는 일

Markowitz 2025. 3. 26. 07:15

나이가 들면 새로운 일을 겪는 일이 드물어지고 따라서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 생각을 해보면 1년 1년이 다르고 정말 길었던 것 같이 느껴지는데 직장 다니고 나서는 뭐 10년이 지나도 그 시절의 1년 보다 남은 기억이 적은 것 같다. 이렇게 삶이 지루해지고 재미가 없어지는 건데… 뭐 나이 들면서 새롭게 겪는 일도 있네. 바로 몸이 고장나는 일이다.

사실 어디 한 두군데 불편한 데 없는 사람은 없지. 어릴 때는 그냥 견딜만 했던 것인데, 점점 심해져서 드디어 의사에게 털어놓았다. 20살이 갓 넘었을 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서 어느 같은 교회 다니는 한의사에게 갔지. 그 한의사가 나한테 뭔 짓을 했는지 그 때부터 문제가 있었다. 사실 정형 외과에 가서 해야 할 걸 한의사에게 갔으니… 아마 나 같은 환자 많을 거다. 뭐 하여간 스테로이드하고 또 다른 약을 처방 받았지. 그래서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는데, 이상하게 그 날부터 몸이 물을 빨아들이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물을 평소보다 많이 마셨는데도 오줌 양은 그대로고… 뭐 그게 알고보니 스테로이드의 부작용.. 그리고 그 부작용의 끝은 변비였다.

아 시발 진짜 고생했다. 똥은 마려운데 존나 아무리 힘을 줘도 나오지도 않고. 이런 저런 변비약을 동원해서 어째 하루치를 빼내긴 했는데… 와 진짜 이 날이 휴일이었으니 망정이지 회사라도 나갔으면 큰 낭패를 볼 뻔 했다. 진짜 변비 때문에 조퇴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 그 와중에 마누라는 오늘 맛있는 한국 음식을 먹어야겠다며 집에서 제법 떨어진 한국 음식점을 검색하고 있더라. 우여곡절 끝에 똥을 빼내고 그 한국 음식점엘 갔는데 속이 더부룩해서 음식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애들하고 마누라만 신났지. 특히 마누라.

안그래도 어깨가 아파서 MRI 찍게 생겼는데, 이것도 생전 처음 해보는 거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여기 저기 약한 고리부터 터져 나가는 것 같은데, 나름 새롭게 겪는 일이라면 그런 거고. 좀처럼 즐겁게 받아들여지진 않지만 늙었다고 새로운 경험이 없는 건 아니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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