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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유학생활과 한국사람

유학생활을 잘 하려면 한국사람들과 가까이 해야할까 아니면 피해야 할까? 여기에 대해서는 유학생들끼리도 많은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사람인데도 한국사람이 아닌 척 하는 놈이 보기 싫더라부터 시작해서 네이티브 스피커들한테 너무 붙어먹을려고 하는게 얄밉더라 등등 나도 여기에 대해서는 아주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다. 하지만 난 철저히 내 기준에서 쓴다. 내 생각을 가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내 블로그이기도 하지만, 난 내 판단이 그리 틀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람과 가까이 할 때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내 생각을 풀었다. 이왕 하는거 장점부터 시작하자.

* 장점

1. 처음에 도착하면 한국 사람들이 분명히 도움이 많이 된다.
유학에는 돈이 든다. 게다가 처음 오면 각종 살림살이를 장만해야 하는데 이게 제법 큰 일이다. 어디서 뭘 싸게 살 수 있는지 뿐 아니라 한인마트 등에 대해서 맞춤형 정보를 빨리 얻어야 하는데 한국사람들이 아니면 이런걸 알 수 가 없다. 그리고 만약 중고물품을 싸게 사고 싶다면 한국사람들 무빙세일을 노리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게 사실이다. 그리고 혹시 이 정신없는 시기에 의지할 수 있는 한국인 친구가 있다면 금상첨화다.

2. 외로움을 덜 탄다.
유학생활은 참 외롭다. 나도 처음엔 벽보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도시에 친구가 한명 있었더라면 적응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됐을거다. 나도 처음 와서 여러 문제를 느낄 때마다 한국인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하소연을 늘어놓곤 했었다. 그리고 원래 있던 친구가 아니라도 한국사람끼리는 말이 통하기 때문에 좀 빨리 친해진다. 그럼 외로움을 많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란 격언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3. 주로 먹는 문제에 도움이 된다.
내가 사는 시카고는 마땅히 코리안타운이라고 꼭 집어 말할 동네도 없는 곳이다. 한인마켓을 가려면 차를 빌려야 되는데, 한국사람 여럿이 모여서 가면 비용을 엔빵할 수 있다. 이것도 계속 쌓이다보면 무시못한다. 그리고 룸메이트를 새로 구하기 위한 정보라던가, 알바 정보 등 먹고 살기 위한 정보가 많이 유통된다고 한다.

이 세가지가 장점인 것 같은데, 뷰에 따라서는 정말 중요한 것들일 수도 있다. 그럼 이제부터 단점 나가신다.

* 단점

1. 퀄러티가 낮다.
지금 학생이니까 퀄러티는 자기절제능력과 학습능력 정도로 정리하자. 내가 지금 그닥 좋은 학교를 다니는 건 아니지만, 난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었다. 내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애들이다보니 처음엔 유학생들이 다들 그런 줄 알았다. 학과공부와 영어공부에 둘 다 열심히 하고 장래 진로에 대해서도 높은 기준을 갖고 있는 애들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만난 유학생, 어학연수생들은 집에서 돈 좀 있으니 그냥 보낸 애들이 훨씬 더 많다. 한국에서도 공부 열심히 하는 애들보다 그렇지 않은 비율이 더 높지만 여긴 훨씬 심하다. 게다가 가려서 만날만큼 한국사람 수가 많지도 않다. 이전엔 상대할 필요도 없었던 spoiled child들과 있으면 참 생각도 못했던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이도 생기더라.

2. 영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 영어 못하는거 유명하다. 언어 구조, 발음 구조자체가 다르니 어쩔 수 없다. 정말 여기서 영어연습 피나게 해야된다. 이건 약간 나이 탓인 것 같기도 한데, 남들은 1년 정도 있으면 귀가 좀 열린다고 하는데 난 아니더라. 영어가 1년만에 는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어서 시간만 나면 공부해야된다. 그런데 퀄러티가 그리 높지도 못한 한국 사람들이랑 있으면, 영어 쓰지도 않는다. 그리고 걔네들 중에 좀 낫다 싶은 애들이 꼭 잘난척 하면서 영어공부를 이렇게 해야 되느니 어쩌니 하는데 영양가 있는 이야기는 거의 안나온다. 그리고 여기서 루저되는 지름길이 한국 드라마 다운 받는거라는데, 한국 애들 집에 놀러오면 꼭 하는게 한국 드라마 보는 웹사이트 들어가는거다.

3. 공부에도 도움이 안된다.
앞서 말한 퀄러티 이야기와 거의 동일한 것을 수도 있다. 내가 강한 동기와 강한 절제력을 겸비한 한국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불행히도 그렇지 못하고, 앞으로도 그럴 일 없을 것 같다. 퀄러티가 대충 낮다보니 놀자고 전화 많이 온다. 아예 연락을 끊고 지내자니 괜히 욕먹을 것 같고 오해 살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좀 껴서 다니긴 한다. 어떤 놈은 사흘 연짱으로 놀러오더라. 이래서 유학생들 중에 아예 한국인들과 일체 관계를 끊고 사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 평가가, 한국 사람들은 욕을 해도, 훨씬 좋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4. 외국 친구 만들기는 더 어려워진다.
나도 특정 국적을 가진 애가 그 동네 애들하고만 어울리는 것을 알면 걔가 옆에 앉아 있어도 말을 걸기가 꺼려진다. 반대로 내가 걔네들 눈에 '한국 사람하고 어울리는 애'로 보이면 내가 옆에 있어도 말도 안걸고 어디 초대도 안한다. 그러다보면 외국 친구 못사귄다. 뭐 어떻게 같이 놀러 다닐 친구 정도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유학이 놀러 온 것도 아니지 않은가. 같이 숙제도 해야되고 팀도 만들어서 리서치도 해야 되는데 클래스 내 평판이 그렇게 되면 정말 곤란하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유학와서 뭔가 열심히 해보려는 애들이 국적 불문하고 되도록 다른 나라에서 온 애들이랑 어울리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더욱 한국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건 비추다.

5. 유학생활 끝도 안좋더라.
내가 말하는 한국사람 가까이 할 때의 단점은 대부분 퀄러티에서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여기 오기 전에도 들은 말이, "한국사람들과 코리안타운 돌아다니며 형님 아우 하고 소줏잔 기울이기 시작하면 유학 생활 끝이야." 이건데 100% 동감이다. 그런 애들이 영어도 덜 늘고, 공부도 덜했고 잡서치도 덜한다.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다. 요즘 잡마켓이 안좋으니 열심히 해도 될까 말까인데 저렇게 지내면 졸업하기도 전에 한국 갈 짐 싼다. 서로를 보면서 위안이라도 받는 모양인데 난 차라리 잡 못구해도 한국사람 보면서 위안 안받고 만다.

Population 자체가 좋지 못하다보니 정말 좋은 친구 만나기 어렵고, 영어에 도움도 안되고, 공부에도 도움이 안된다면 한국사람들이랑 가까이 지낼 이유가 없다는 말인데, 실제 내 생각이 그렇다. 처음부터 아는 친구가 있다면 당연히 가깝게 지내야 하지만,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은 괜찮은 사람인지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국사람이라고, 말 통한다고, 혹은 몸 편하다고, 반가운 마음에 덥썩 같이 놀러다니다 유학생활에서 목표한 바는 하나도 못이루는 경우가 많다. 그들 중 대부분은 애초에 편하게 있다 가는게 목표인 사람들이니 뭐 상관 없겠지만.

그래서 내 결론은 이렇다. 한국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Do not try to make friends with Kor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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