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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산으로 가는 배의 병신 리더

굳이 내 개인적인 경험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조직원이 잘못해서 조직이 잘못되는 일은 없다. 조직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리더가 잘못햇을 때 맛이 간다. 그리고 그 상황을 반전시키는 결정도 리더 몫이다. 권한도 별로 없는 직원이 하던 일 열심히 더 해서 상황을 반전시키는 일도 역시 없다.

뭔가 일이 잘못되면 거기에 대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진단이 틀리면 올바른 처방이 나올 수가 없고 처방이 틀리면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드물다. 그게 다가 아니다. 진단을 내리는 역할은 보통 그 조직에서 최소한 매니저급이다. 그 사람이 엉뚱한 진단을 내리는 것을 조직원들에게 들키는 것은 조직은 목표와 긴장감 설정에 아주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있는 조직원은 보통 거기서 유능한 사람이다. 리더가 저지르는 웃기고 자빠진 꼴을 그 유능한 사람들이 보게 되면, 최소한 비웃음을 사거나 그 유능한 조직원들을 잃게 된다.

일이 잘못되어가는 것의 책임은 리더에게 있고, 그것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리더의 몫이다. 모든 일이 항상 잘 될 수는 없기 때문에 하던 일이 망했을 때 리더의 처신을 보면 대충 그 사람과 조직을 파악해볼 수 있다.

그럼 세가지 유형의 리더를 생각해볼 수 있다.
1. 능력과 성품 모두 괜찮은 사람
2. 능력이 좀 딸리는 사람
3. 사기꾼 (능력도 같이 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이 망했다고 치자. 능력과 성품 면 모두 괜찮은 리더라면 제대로 된 진단을 내리고 실행도 옮긴다. 자신의 과오가 있다면 거기에 대해서도 솔직히 알린다. 이런 행동은 조직원들의 신뢰를 얻게 해주고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커진다.

그럼 능력이 모자란 리더는 어떻게 할까? 삽질을 한다. 엉뚱한 진단을 내리고 엉뚱한 일을 시킨다. 이 과정에서 좀 똑똑한 조직원들과 충돌이 있는 경우가 많다. 충돌마저 없다면 더 볼 필요도 없다. 조직원들이 뭔가 말을 할 수 없는 분위기라면 똑똑한 사람들의 이탈이 이어진다.

세번째 경우는 직원 탓을 한다. 내가 사기꾼이라고 한 것은 사실을 그대로 알려주지 않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리더이기 때문이다. 들어보면 자기가 잘못한 것은 별로 없고 다 조직원들일 잘못해서 일이 이렇게 된 것이라고 엉뚱하게 조직원들을 다그친다. 이런 조직이라면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별로 없고, 나이지게 되더라도 조직원을 희생시킨다.

이 세가지 경우 중에 대부분은 마지막 케이스다. 그럼 그 사람은 왜 저럴까?

리더자리에 있는 사람은 그래도 과거에 뭐 하나는 잘한 게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자기가 하던 일이 예전에 잘 되었다 해도 그게 어디 개인의 능력 때문인가? 개인 능력은 10%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잘된 것은 모두 자기 탓, 그래서 자신는 우월한 능력자로 생각한다. 그런 능력자가 하던 일이 잘못되었으니 이것은 같이 하는 무능한 애들 탓인거지.

그나마 이렇게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앞으로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자신의 실제 능력과 성공을 냉정한 눈으로 볼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조차 많지 않다. 정말 세번째 경우의 리더들 대부분은 내가 지금부터 설명하는 이유로 저 짓을 한다.

단순히 그 위기를 조직원들의 희생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다. 조직원을 쥐어짜서 하던 짓이라도 하면 상황을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법이 어느 정도는 상황을 낫게 만들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이게 상황을 낫게 만들 수 있는 선택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지키는 선택이기 때문에 이 길로 가는 것이다.

이건 자신의 위치는 쉽게 유지하며 자신에 속한 사람들을 쥐어짜서 자신의 위치를 지켜나가는 선택이다. 전체 조직보다 우선하는 것이 자기 자신이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아랫 사람들 정도는 얼마든지 노예처럼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네이버 CEO인 이해진씨가 직원탓을 했던게, 진작 이탈했던 똑똑한 직원에게 반박당하는 일이 있었다.
http://www.jaso.co.kr/458
병신같지만 상황 파악 안되는 리더가 하는 가장 흔한 행동이 이거다.

한국이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을 때 일이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나보다 훨씬 잘 아는 사람들이 써놓은게 많으니 패스하고, 그때 보수언론과 정부가 했던 말들이 난 참 웃겼다.

일반 국민들이 저축 열심히 안하고 외제품을 많이 써서 그렇게 됐단다. 이제부터 열심히 아껴서 금모으기라도 하란다.

사실 난 그때도 참 병신같은 개소리라고 생각했다. 아마 그때 의사결정을 했던 사람들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있을 것 같다. 아니 정말 모르는 것 같아 보인다. 캐파가 그것 밖에 안되니 일도 그모양으로 한 것이고 지금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르는거지.

내가 위에 성품과 능력을 분리해서 말을 했지만, 자기성찰도 능력인 것 같다. 능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뭔가 좋은 것을 더하거나 창조하는 것'이 능력이라면 성품도 능력이다. 내 생각에는 이 정의가 더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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