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imple Life

기분 전환

시카고는 겨울에 엄청 춥다. 이번 겨울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따뜻했다고는 하지만 나에겐 춥더라. 대신 여름은 정말 좋다. 크게 습하지도 않고, 그렇게 더운 날도 별로 없고 날씨는 화창할 때가 많다. 게다가 모기도 없고.

어제는 Des Plaines라는 곳으로 트래킹을 갔다. 기차역에서 조금만 가면 바로 숲으로 난 트래킹 코스를 탈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선택을 받았다. 기차시간 확인하고 7불 내고 round ticket을 끊었다. 새 룸메로부터 빌린 자전거와 헬멧을 들고 기차에 올랐지.

트래킹 코스는 대충 이런 분위기였다.


여기다 가끔 사슴도 나타나고 청솔모도 나온다. 나무 대신 풀밭이 펼쳐진 곳을 가면 어릴 때 시골에서 많이 보던 들국화와 패랭이 꽃도 피어 있었다. 물론 안좋은 곳도 많았다. 군데 군데 며칠 전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가 있어서 재주껏 뛰어 넘어야 했고, 물웅덩이도 많이 있어서 신발과 자전거에 진흙이 잔뜩 묻다. 그리고 시카고 시내에서는 약에 쓸래도 찾아볼 수 없는 모기가 좀 깊은 숲엘 가니 달아붙었다. 그래도 재밌었다. 찻길을 달릴 때에는 10년도 훨씬 전인 대학 1학년 때 제주도 자전거 일주 여행을 하던 생각도 나더라.

한국에선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언덕이 많아서 그렇다. 처음부터 땅 자체가 그렇게 생겨먹기도 했고, 도시를 만들 때 불도저로 땅을 밀어서 평평하게 만들고 그 위에다 뭘 해도 하는게 상식인데, 군사정권, 혹은 이승만 정권이 그런 기본적인 상식을 갖춘 애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기본을 지키지 않고 무조건 빨리빨리, 자기가 생각하는 기한 내로만 만들 생각을 하다보니, 자전거 좀 타고 다니라고 지랄발광을 해도 그럴 수 없는 도시가 되어버린거지. 아마 자전거 인프라가 갖춰져도 분당이나 일산처럼 기본적인 도시개발의 상식을 지키면서 만든 도시는 가능하겠지만, 서울은 그렇게 안될거다.

반면 시카고, 그리고 그 근처는 땅 자체부터 평평하게 생겼다. 그리고 자전거 도로가 썩 잘되어 있진 않지만 그래도 썩 타고다닐만 하다. 시카고에서는 대부분 도로로 달리고, lake shore에도 길이 잘 나 있어서 hybrid 자전거가 가장 시카고에 잘 맞는다고 한다. 나도 MTB 타고 가는데 hybrid 자전거가 옆을 쌩쌩 달리면 좀 부럽긴 하더라. 그런데 그걸 타고 트래킹은 절대 못할 것 같다. 트래킹을 가끔이라도 한다면 MTB는 꼭 있어야 될 것 같다.

맨날 시카고 다운타운의 아파트와 학교만 왔다갔다 하다가 이렇게 숲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오니 머리가 조금은 더 가벼워진 기분이다. 이게 아마 시카고에서 유학생활하며 누릴 수 있는 몇 안되는 호사겠지.
반응형

'Simple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드컵과 우리나라의 병력특례  (0) 2010.06.26
FaceBook, MSN  (0) 2010.06.24
영어공부  (1) 2010.06.18
한 때 김정훈도 학력위조 의혹이 있었단다.  (0) 2010.06.14
Chicago Blackhawks 우승 퍼레이드  (0) 2010.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