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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데이케어에서의 첫주 + 오늘 아침

아이를 데이케어에 보내는게 힘이 든다. 그래도 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안타깝다. 둘째 때문에 심술을 부리지 않는다면 집에서 아내 혼자 돌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얘가 그렇지 못하니 뭐…

대망의 첫날, 아이는 평소처럼 일어나서 장난 치며 놀다가 밥먹고 옷도 입었다. 어디 간다하면 좋다고 따라 나서는 애라 기분 좋게 아빠를 따라 나섰다. 이 아무것도 모르는 애기는 데이케어에 가는 내내, 또 도착해서도, 즐거워했다. 비로소 아빠가 자길 놔두고 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야 심하게 울었다. 최선을 다해서 아빠로부터 떨어지기 싫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오후 늦게 아이를 데리러 갔을 때는, 의외로 담담하게 있었다. 그러나 아주 어려운 날이었다고 들었고, 실제로 아이의 두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The second day at school, 어제처럼 일어나서 밥먹고 옷도 입고 차에도 탔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는 순간, 불안한 느낌이 엄습했나보다. 조금씩 칭얼대기 시작하더니, 데이케어에 아이를 내려놓자 어제보다 더 심하게 울었다.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갔더니 어제보다는 약간 나았어도 여전히 어려운 날이었다고 들었다. 아이가 날 보더니 먹던 빵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선생님과 이야기하느라 자기에게 곧장 다가오지 않자 울기 시작했다. 내가 아이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비로소 울음을 그치고 폴짝폴짝 뛰면서 좋아했다. 애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콧물을 흘리고 있었다.

셋쨋날,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울기 시작했다. 밥도 제대로 안먹고, 옷 입기도 거부했다. 자기를 떼어놓지 말라고 애원하는 것이었겠지. 그렇게 차 안에서도 내내 울었다. 물론 아이를 데이케어에 놔두고 올 때도, 선생님한테 안겨서 최선을 다해서 울었다. 집에서 쓰던 인형이나 이불을 좀 가져다 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에 토끼 인형을 가방에 넣어 갔었다. 곧 올라온 사진을 보니 그 인형을 갖고 있더라. 그 때까지 계속 울어서 안달래졌던 모양이다. 오후에 가보니 애가 또 울고 있더라. 그래도 전날보다는 좀 덜했다고 하고, 인형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휴일이었다. 마침 독립기념일이 목요일이라 금요일에도 데이케어가 쉬었다. 연속 나흘동안 집에서 돌봐야 했다. 그런데 애기가 뭐 그런거 아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어제하고 비슷했다. 아이를 즐겁게 해주려고 박물관에 가려고 했는데, 밖으로 나가는 걸 거부하고 울기만 하더라. 그 외에도 데이케어를 연상시키는 어떠한 것이 나타나기만 해도 대성통곡을 하더라. 어찌 데려나가긴 했는데 잘 놀지 않더라. 언제 자기를 데이케어에 떨어뜨려 놓을까 싶어서 계속 울고 보채기만 하다가 하루가 갔다.

휴일 이틀째, 또 울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식음을 전폐하고 울더라. 데이케어 안간다고 아무리 말로 설명을 해도 애가 아직 우리 말을 이해하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데이케어’라는 말만 알아듣고 더 심하게 울어서 설명을 포기했다. 천신만고 끝에 링컨팍 동물원으로 갔다. 평일이긴 한데, 쉬는 사람이 많은지 주차자리 찾는데 애를 먹었다. 애가 잘 놀았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더라. 자기를 언제 떼놓을지 불안한지 계속 안겨 있으려고만 했다. 그 후로는 뭐 특별할 것 없는 그냥 어려운 날이었다.

휴일 사흘째, 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새벽에도 여러번 깨서 대성통곡을 했는데 아침이야 뭐... 친구집 뒷마당에 물 받아놓고 놀려고 했는데, 너무 울고 보채고 밥도 안먹고 밖에 나가는 걸 무서워해서 한시간이나 지체됐다. 풀에 들어가기도 싫어했는데, 막상 물을 튀기며 놀기 시작하더나 애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물놀이 끝나고 머리를 빨리 말려주지 않았더니 애한테서 열이 좀 나더라. 해열제 좀 먹이니까 또 정상으로 돌아와서 어렵지 않게 재울 수 있었다.

휴일 마지막 날, 데이케어를 사흘 연속으로 안갔더니 마음이 놓였을까? 이날 하루만은 애가 정상이었다. 낮잠을 평소보다 늦게 자긴 했는데, 뭐 그래도 지난 사흘이 이날만 같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물론 여전히 엄마가 둘째를 안는 것은 용납을 못하더라.

그리고 오늘 아침. 어제 늦게 잔 낮잠의 여파로 스케쥴이 뒤로 다 밀렸었다. 잠을 억지로 깨울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출근을 해야 하는데 뭘 어쩌겠나. 잠이 덜 깼으니 뭐 울었지. 과일 좀 먹여서 데리고 나왔는데, 예상대로 울기 시작했다. 내가 데이케어 갈 때 쓰는 가방을 들었기 때문인 것 같더라. 차 안에서 잠시 진정됐다가, 곧 다시 울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아마 지난 나흘동안 데이케어에 안나와서 더 이러는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도 뭘 어쩌겠나. 문 밖에 5분 정도 더 서있어 봤다. 그러나 아이가 울음을 그치는 것을 볼 수는 없었다.

우는 아이를 두고 나올 때마다 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짧으면 2주에서 길면 한달 정도 이걸 겪어야 한다는데... 내 아이가 exceptionally difficult child이니 한달은 걸린다고 봐야겠지. 집에서는 항상 엄마나 아빠를 끼고 노는 애가 거기서는 혼자 논단다. 하루종일 혼자서, 심심함과 불안함만 느끼고 있다가 집에 데려오니 뭐 집에서도 애가 힘들게 하는건 당연하겠다. 울기도 엄청 우는 모양이던데 이러다가 거기서 미움을 사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나는 나대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 아이가 하루종일 울고 있으니 일에 집중이 잘 안된다. 매일 아침이 너무 힘들다. 빨리 이 시기가 지나갔으면 좋겠다. 영화 Dream Girls에 나오는 노래 한토막이 생각난다.

It’s hard to say good-bye, my love.
It’s hard to see you cry, my love.
It’s hard to open up that 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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