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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교외 지역으로 이사를 나가야 할 것 같다

내가 오후 5시면 집에 돌아와 아이들을 볼 수 있는 이유는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 살기 때문이다. 처음 이사를 올 때는 학군이 좋기 때문에 여기 오래 머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머지 않아 이사를 나가야 할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내 아이는 항상 뛰어다니고 소리도 많이 지른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심한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웃들 입장에서는 고역일거다. 아무리 매트를 잘 깔아놔도 마찬가지다. 지금에야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말려도 소용이 없지만 조금 더 크면 다를 줄 알았다. 그런데, 더 크면 더 심하게 뛰고 소리를 지를 뿐이라는 걸 알았다.

며칠 전에 근처 사는 가족을 집에 초대해서 고기를 구워먹었다. 이제 6살, 8살 된 애들도 같이 왔다. 걔네들을 보고 아내도 나도 충격 받았다. 이유 없이, 뭐 자기 집이 아니라서 편하게 하고 싶은대로 못하는게 이유겠지만,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니고 떠들면서 노는 걸 보니 지금 내 아이는 아무것도 아니더라.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나도 이해는 한다. 에너지를 그런 식으로 발산하고 노는게 애들의 본성일거다. 그걸 못하게 하는건, 제어가 되는지는 둘째 치고, 할 짓이 아닌 것도 같다. 나는 어릴 때 조용했던 걸 알고는 있지만, 그건 내가 자폐증이 의심될 정도로 내성적이어서 그랬던 것일 뿐이다. 저렇게 떠들고 노는게 애들인거다. 내 아이도 머지 않아 저렇게 될거란 뜻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이사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학군이다. 시카고 시내에는 시험 없이 들어갈 수 있는 좋은 초등학교가 딱 하나 밖에 없다. 바로 지금 사는 동내에 있다. 그 학교 가려면 지금 사는 바로 여기 살아야 한다. 시험 봐서 들어가는 좋은 학교는 몇개 더 있고 그런 학교는 사는 곳에 구애받지 않고 갈 수는 있지만, 내 아이가 그정도로 똑똑할지 아닐지는 모르는거 아닌가. 사실 똑똑하다 하더라도 IQ 테스트조차 적용이 안되는 어린 아이들이 시험을 어떻게 볼지는 알 수가 없다. 사실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아이가 여럿인 경우에는 모두 같은 학교의 시험에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학군 좋은 동네에 그냥 사는 것이 이상적이다.

문제는 지금 동네가 너무나 비싸다는 것이다. 누가 단독주택을 공짜로 줘도 재산세 때문에 유지도 못한다. 재산세가 어느 정도로 나오냐면 내가 한국에서 살 때의 연봉보다 높다. 이래서 사람들이 서버브로 이사를 가는 것이다. 같은 회사 사람들을 봐도 젊을 때는, 지금 내가 사는 동네 포함해서, 시내에 살다가 서버브로 이사를 가는 일이 흔하다. 그래 나도 그 사람들을 따라 이사를 갈 운명인 것 같다.

서버브로 이사를 간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학군 좋은 동네는 정해져 있고, 기차로 출퇴근이 쉬운 동네도 정해져 있다. 거기다 편의 시설도 좀 고려해보고 하면 모두들 선호하는 동네 몇개만 남는다. 그런데는 비싸다. 집값도 비싸고, 재산세도 비싸다. 울며 겨자먹기로 다운타운에서 더 먼 곳을 찾아본다. 그러면 통근시간이 한시간을 훌쩍 넘어간다. 급행열차가 자주 다니는 동네도 있지만, 그런 동네조차도 급행을 탈 수 없는 시간대에는 뭐 대책이 없다. 뭐 아주 비싼 동네조차도 한시간 내에 통근을 하기란 매우 쉽지 않다. 그만큼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 모든게 지극히 당연하다. 내가 선호하는,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는, 지역을 따져보면 시카고 근교지역의 10%를 넘어가지 않는다. 그럼 내가 다운타운에 출근하는 사람들 중에 상위 10%에 들어갈까? 기껏해야 난 여기서 일한지 10년도 안된 영주권자일 뿐인데 그럴 리가 있나. 이러니 모든 사람들이 선망하는 지역에 집을 마련해놓고 살 처지가 못되는 것이다.

애들이 커가면서 어깨가 더 무거워진다더니 진짜네. 예전에는 저런 말 들으면 ‘거 참 피곤하게 사네 좀 대충 하지’ 이렇게 넘겼었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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