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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내 손을 점점 떠나가는 첫째 아이

며칠 전에 우리 동네에 음악회가 있어서 다녀왔다. Music festival이라고 하는데, 공원에서 그냥 밴드가 신나는 음악 연주하고, 옆에서는 푸드 트럭이 와서 음식 팔고, 사람들은 잔디밭에 앉아 있고 춤도 추고, 뭐 그런 분위기였다. 우리가 미리 알고 있었던 건 아닌데, 첫째와 같은 art class 다니는 친구네가 알려줘서 같이 가자 뭐 이래 된 거였지.

돗자리에 앉아서 음식 먹고 있는데, 우리 첫째의 베프인 쌍둥이들이 나타났다. 어찌나 반가운지. 그리하여, 뭐 둘째는 내 무릎을 떠나지 않았고, 킨더 애들이 넷이 됐다. 무슨 강아지떼 마냥 이리 뛰어갔다 저리 뛰어갔다 하다가, 얼씨구 엊그제 플레이데이트 한 또 다른 친구를 만났다. 여기까지 다섯. 오늘은 진짜 쟤네들끼리 놀겠구나 싶은데 저 멀리서 또 익숙한 얼굴 하나가 보이는 게 아닌가. 이렇게 애들은 여섯이 됐다.

이 여섯명의 조합은 전에도 본 적이 있다. 어느 날 우리 애가 어떤 아이 이름을 말하면서 플레이데이트를 해달라고 하더라고. 나도 아는 이름인데 딱 이미지가 꽃사슴 같은 아이다. 얘가 처음으로 우리집에 오면 어색해서 잘 못 놀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걔랑 가장 친한 또 다른 아이를 불러오자고 얘기가 됐지. 이렇게 해서 애들 셋. 우리 애는 뭐든 자기 베프 쌍둥이들이랑 하고 싶어하니까 이왕 여럿 부르는 김에 걔네들도 불러오자고 해서 애들 다섯명을 데리고 집에 오게 됐다. 근데 그날 학교 마치고 이 다섯 아이가 학교 놀이터에서 좀 놀고 싶어했고, 거기서 또 다른 친구와 논 거지. 난 얘들이 그 친구와도 잘 노는 걸 알고 있다. 그리하여 걔까지 여섯을 데리고 집에 왔다.

이거는 뭐 거의 플레이데이트가 아니라 생일 파티 규모가 되어버렸다. 지들끼리 모였다가 흩어졌다가 다양한 조합으로 놀더라. 의도한 일은 아니지만 이 게 나에게도 좋은 경험이었다. 덕분에 아이들의 성향과 그게 어떻게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지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우리 아이의 행동을 관찰해볼 수 있는 정말 귀중한 기회였다. 우리 애는 정작 자기가 친해지고 싶었던 그 꽃사슴과는 많이 못 놀아서 아쉬웠다고 하던데, 뭐 어쨌든 이게 그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이 되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날의 six kids들이 또 모였다며 깔깔거리고 뛰어다니고 그러더라고.

이 날도 애들을 관찰해볼 수 있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워낙 뛰어다니는 것과 동시에 둘째가 내 품에서 떨어지지를 않아서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애들이 확실히 여기가 지네들 동네라는, 그러니까 지네 나와바리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더라. 당연한 듯이 여기저기 아는 사람들을 찾아서 인사하고 허그하고 그러는 걸 보니 말이다. 여기는 안전하고 내가 아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여기서 친구들과 노는 게 엄마 아빠 옆에 있는 것보다 즐겁고 또 당연히 그래야 한다. 아빠는 사먹고 싶은 게 있을 때 찾아가는 사람이다. 뭐 이것도 사실이긴 하네. 진짜 친구들이랑 동네 아이스크림 가게 돈 달라는 소리를 할 날이 머지 않은게 아닌가 싶다.

덕분에 엄마들은 맘 껏 수다를 떨더라. 애들은 놀게 냅두고 말이야. 나는 둘째 안고 혼자 집에 걸어왔고, 다른 아빠도 비슷한 처지더라. 이 둘째까지 아빠랑 안 놀려고 하면 좀 슬플 것 같다. 몸이 고되어도 지금이 나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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