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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비극적인 일, 누구에게도

그냥 여느 퇴근 길이었다. 같은 시각, 같은 기차에서 내렸고 내가 항상 걸어가는 그 길로 향했지. 그런데 거기에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더라고. 경찰들도 와 있고 말이야. 뭔 일인가 싶어서 둘러보니까 그 옆에 샌드위치 가게의 벽이 무너져 있더라.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걸어가고 있었는데 점점 가게 안이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나 SUV 한 대가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게 아닌가. 난 그냥 어이쿠 별 일이 다 있구나 그러면서 집에 왔다. 근데 웬 헬리콥터가 위에 떠 있더라고. 방송국에서 취재하나 싶었지.

집에 와서 전말을 살펴보니 끔찍한 사고였다. 길 건너에 있는 세차장에서 차가 그냥 거기로 돌진을 한 거였다. 그냥 벽만 뚫고 들어갔으면 오히려 다행이었겠지. 운 없게도 그 벽 앞 인도에 이제 갓 중학교 졸업한 소년이 서 있었던 것이지. 가게 안에도 사람이 몇 명 있었는데 조금 많이 다친 사람도 있고 조금 다친 사람도 있지만, 그 소년은 뭐… 사람 몸이란 게 자동차나 벽돌보다 단단할 수는 없으니까. 결국 며칠 후에 숨을 거두고야 말았다. 그 샌드위치 가게 앞에는 지금 꽃이 쌓여 있다.

그 소년의 가족에게서 나온 statement를 읽어봤는데… 어휴 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 느껴지더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이 동네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가족이고 한 두 다리 건너서 연결되는 사람이겠지. 그런 사람들이 이러한 날벼락을 맞았다는 게 정말 남 일 같지가 않더라. 내가 매일 지나다니는 길이라는 것도 그렇고, 그 세차장도 내가 이용하는 곳이고… 그 샌드위치 가게는 언젠가 한 번 먹어봐야지 하던 곳이었는데. 당장 내가 그런 일을 당하는 것도 문제고 내 아이들이 이런 비극을 당하면 난 감당할 자신이 없다. 더불어 누군가는 그 일로 목숨을 잃었는데, 몇 발짝 옆에 있던 다른 누군가는 현장에서 반창고만 붙이고 나왔다는게 참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것이구나 싶다.

며칠 더 지나서 운전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세차장에서 알바하던 16살 아이란다. 어쩌면 난 차라리 그 사고를 낸 사람이 노인이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죽은 애도 안타깝지만 이 고등학생도 일부러 사고를 내지는 않았을 터. 나 같으면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살텐데 어휴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동네 사람들도 뭐… 다들 충격을 받은 것 같다. 진짜 나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진짜 차 조심 몸 조심 해야겠다. 그리고 그 날 떠 있던 헬리콥터는 사고 당한 소년을 이송하려고 대기하고 있었던 모양이더라.

그 사고를 당한 샌드위치 가게 주인 아저씨가 그랬다. 망가진 가게야 고치면 된다. 지금은 그런 걸 걱정할 때가 아니다. 저 소년의 목숨은 되돌릴 수 없을지도 모르지 않느냐. 참 그게 안 좋은 쪽으로도 되냐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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