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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맥도널드가 기피시설이 되는 동네

뉴스 보다가 알았다. Wilmette, IL에 맥도널드가 출점을 하려는데 동네 주민들이 반대해서 못 했단다. 아는 동네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고, 또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Wilmette은 나도 이사를 가려고 했던 동네다. 일단 학군이 최고고, 다운타운도 가깝다. 학군 좋은 서버브 중에서 출퇴근이 압도적으로 편한 동네다. 게다가 안전하고, 미시건호에 붙어 있으며 수변 공원도 정말 잘 되어 있다. 집만 있는 서버브 동네이긴 한데, Northwestern university가 있는 Evanston이 바로 아랫 동네라서 번화가에 접근하기도 편하다. 한마디로 지도상으로는 단점을 찾을 수 없는 동네다.

근데 내가 Wilmette을 포기한 이유가 있다. 뭐 결론적으로는 너무 비싸서 그랬다. 집도 몇 개 봤는데, 오퍼조차 넣지 않았다. 동네 자체가 옛날에 만들어지다보니까 집터를 작게 작게 잘라놨다. Wilmette 북쪽으로는 Kenilworth가 있고 그 위로는 Winnetka가 있다. Kenilworth는 동네가 작아서 그렇지 명실상부한 최고 부촌이고, Winnetka도 거기에 버금간다. Home Alone이 바로 여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케빈네 가족이 매우 부유하게 나오는 걸 보면 시카고 근교에서 부촌이 어딘지는 각본가가 확실히 알고 있었던 게지. 아무튼 Kenilworth는 집터가 큼직 큼직하게 구획되어 있고, 당연히 거기에 맨션들이 지어져 있는 걸 보면 애초에 Wilmette은 대단한 부촌으로 계획되진 않았던 것 같다.

아무튼, Wilmette은 시카고 서버브 중에 거의 제일 처음으로 만들어진 동네고, 옛날엔 TV도 이렇게 크기 않았기 때문에 방도 작고, 따라서 집도 작고, 집 터도 작다. 이렇다보니까 attached garage가 있는 집이 드물었다. 이 추운 mid-west에 말이다. 거기다 집도 거의 다 수십년은 기본으로 나이를 먹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원하는 집을 찾기가 너무나 어려웠고, 가끔 있더라도 심하게 비쌌다. 그리하여 Wilmette을 포기했다. 사고 싶었던 집이 있긴 한데, 그 집이 나왔을 때는 우리가 이사를 갈 수 있는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었지. 그러다 판데믹 오고 집값은 뭐… 집 값만 그런 게 아니고 세금도 비싸더라.

길도 좀 좁은 등 동네 기반 시설이 옛날에 만들어진 티가 좀 난다. 이런 동네에, 맥드라이브가 생기면 차량이 몰리는 걸 걱정하는 게 이해가 된다. 어차피 이 동네 사람들이 맥도널드 가고 싶으면 10분만 차를 몰아도 Evanston이나 Skokie 이런 데 가면 되기 때문에 딱히 아쉬울 것도 없는 상황이긴 하다. 내가 집 사면서 알아보니까 이렇게 부자 동네는 대충 차만 10분 쯤 타고 가면 어지간한 거 다 있더라고.

나는 사실 맥도널드 싫어한다. 예전 유학 시절 한 달 동안 아침밥으로 맥모닝을 먹어야만 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 이후로 맥도널드 음식에는 손이 잘 안 간다. 근데 애들 키우다보니까 별 수가 없더라. 맥도널드가 애들 입맛에는 잘 맞는지 애들이 너무 좋아한다. 얘네들, 혹은 얘네들 친구들까지, 데리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음식 시키고 먹이고 하려면 진짜 생각만 해도 뒷골이 땡기는데 맥도널드는 잘 먹어서 부담이 덜하다. 마침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보니까 뭐 종종 이용하게 되었는데 동시에 Wilmette 사람들도 이해가 되니까 나도 확실히 시카고 지역에서 10년 넘게 산 짬밥이 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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