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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비트코인의 가치

내가 예전에 비트코인에 대한 글을 하나 썼다. 내재 가치가 0이기 때문에 결국엔 가격도 거기에 가깝게 갈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비트코인의 ETF도 만들어지고 가격이 7만불을 돌파하네 마네 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나는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내재 가치가 0이라는 의견도 이제는 달라졌다. 나는 시야가 그렇게 넓지 못하다. 그냥 엔지니어로써 사물을 볼 줄 알지 뭔 대단한 비전을 접했을 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였다.

투자를 하려면 내재 가치가 필요하다. 난 아직 이렇게 생각한다. 내재 가치를 생각하면 필연적으로 용도를 알아야만 한다.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온지 10년이 넘었지만 범죄자들 돈세탁말고 다른 용도가 증명된 적이 없다. 그러니 비트코인은 내재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고 나도 거기에 동의했었다. 그런데 가만 있어보자. ‘돈세탁’ 이건 왜 말고인가? 돈세탁도 엄연한 수요다. 수요가 있고 비트코인이 이걸 잘 수행할 수 있다면 용도가 있긴 있는 거잖아. 용도가 있으면 쓰는 사람이 있고 거기서 내재 가치는 생긴다.

그럼 돈세탁의 수요는 얼마나 되는가? 사실 이걸 내가 알 리는 없다. 그냥 어마어마하다고만 생각한다. 한국도 지하 경제의 규모가 조단위라고 하고, 첩보 영화 같은데 보면 전세계 경제의 80%가 지하 경제라고 하는 걸 보면 돈세탁의 수요도 장난이 아니라고 할 수 밖에. 얼마 전에 임창정이 연루된 주가조작단도 순전히 돈세탁을 위해서 골프장 등의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었지 않나.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보면 돈세탁 하다가 액수가 1/3으로 줄어도 개의치 않는 걸로 봐서 돈세탁의 비용도 아주 높은 것 같다.

헌데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방법이 생겼단 말이야. 눈속임 업장을 운영하는 것에 비하면 말할 수 없이 간편하고 비용도 거의 안 들다시피 한다. 가격 변동성을 얘기할 순 있겠지만, 돈세탁의 비용 때문에 액수가 1/3으로 줄더라는 말은 다시 말해 비트코인이 1/3으로 폭락해도 나쁠 거 없다는 말이다.

제도권에 계신 분이 대놓고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겠지. 나도 제도권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으로써 너무 시야가 이 쪽으로만 제한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 밖의 세상도 실재하고 있는데 말이다.

작년에 미국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를 조진 걸 보면, 이 암호화폐도 제도권의 감시 하에 두려는 것 같다. 그러면 돈세탁이라는 용도가 어느 정도 제한되긴 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100% 감시가 가능한지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이 어둠의 용도라는 게 아직은 유효하겠지. 비트코인의 내재 가치를 제대로 측정하려면 전세계 돈세탁의 수요와 비트코인이 돈세탁에 얼마나 유용한지를 알아야 할텐데 나는 여기에 대한 지식이 없으므로 숫자를 내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알만한 금융사에서는 이미 계산을 끝냈을 것 같다. 대놓고 얘기할 수 없을 따름이지.

자본 시장이 생기고 거래소가 생겼을 때부터 주가조작이 있어왔다. 이미 유구한 역사를 통해 주가를 조작하는 방법이라는 건 다 정립이 되어 있다. 하지만 NYSE에서 이걸 실행할 수는 없다. 실시간으로 감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근데 암호화폐가 생기고 거래소가 생겼다. 감시가 전혀 없는 거래소가 생긴 것이지. 주가조작 꾼들 이 동네로 다 몰려갔음은 불보듯 뻔하다. 제도권 트레이딩 펌들도 여기 가서 같이 해먹었다. 방법이야 다 알고 있으니까. 실제로 수많은 사건이 생겼다. 결국 미국 정부가 손 걷어부치고 들어가서 직접 감시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암호화폐로써는 Wild Wild West 시절이 끝난 것 같다. 뭔가 시장에 신뢰 비슷한 게 좀 생기고 본연의 용도까지 해서 더 번창하게 될지, 아니면 그 유일한 용도가 퇴색되고 사그러들지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이렇게 적고보니 장기적인 비트코인 가격은 세계 지하 경제 규모에 달려있는 것 같네. 난 뭐 모르겠다. 가격이 더 오를 것 같긴 한데, 꼭 이럴 것 같아서 내가 사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내리더라고. 그냥 나는 제도권에 있을란다. 지하 경제 규모가 커지면 제도권 경제 규모도 커지겠지. S&P 500만 믿고 있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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