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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신입사원들을 위한 조언

한국에서 모범 직장인으로 살던 어느날, 우리 부서로 대학교 갓 졸업한 신입사원들이 왔다.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 내 상사께서 우리 회사에서 훌륭하게 살아남는 법에 대해서 알려주라고 했다. 아마도 나와 가깝게 일하게 될 애들이라서 날 시킨 모양이다. 난 회의실을 빌렸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무슨 얘기를 듣게 될지 기대하고 있는 걔네들에게, 내 생각을 날것 그대로 쏟아냈다.

1. 부모님께 잘 해라.
여기까지 오는데 부모님의 도움이 가장 컸을거다. 지금까지 쭉 부모님의 지원을 받으며 살아왔으니 이게 공기처럼 느껴질 법도 한데,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이제 돈을 벌게 되었으니,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보답해드려라. 내복은 너무 쌍팔년도 스러우니, 근사한 식사에 용돈 정도 챙겨드리면 좋아하실거다.

2. 오후 8시 이후에 회사에 남아 있지 마라.
니가 야근을 한다는 것은 두가지를 의미한다. 첫번째는 니가 무능해서 남들 제 시간에 끝내는 걸 못끝냈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니 상사가 무능해서 너한테 일을 제대로 못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너희들 일 못한다고 광고하는 거다. 절대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 가끔 불가피한 일이 있어서 한두시간 남아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 외에는 하지 마라.
너희들도 내가 맨날 야근하는거 봤을텐데, 딴 사람도 아니고 내가 이런 말 하는데 대해서 의아할거다. 나도 이게 잘하는 짓이라서 이러고 있는게 아니다. 누군가 일을 엉망으로 만들어놓았으니 어쩔 수 없이 그런거지. 그러니 혹시 나를 보고 ‘야근도 많이 하고 몸바쳐 일해야 하는구나’라고 착각하는 일 없기를 바란다.

3. 건강 잘 챙겨라.
이 회사에서 죽도록 일하다가 진짜 몸 망가지는 사람 여럿 봤다. 그런데 말이야. 회사에서 책임져주지 않더라. 그 사람들 그냥 다 퇴사했다. 왜냐하면 더이상 일을 그렇게 해낼 수가 없으니까. 몸 망가지면 너희만 손해다. 체육관 가서 운동 열심히 해라. 아직 젊으니까 실감을 못하고 있겠지만, 너희 모두 몸이 재산이다.

신입사원 연수에서 듣던 얘기랑은 좀 차이가 났을테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게다가 몇몇 윗분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발언이기도 하고. 하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지금 누가 조언을 구한다면 똑같이 말해주겠다. 저렇게 해야만 개인도 성장하고 일도 잘 된다고 믿고 있다.

그러부터 1년이 지난 후, 난 회사를 관두었다. 환송회 자리에서 그들 중 한명이 와서는 내 얘기가 도움이 되었다고 하더라고. 최소한 내가 한명의 인생에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셈이지. 나머지 애들은 얼마나 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다들 사회생활 할만큼 했을테니, 그 때 내 말이 구라가 아니었다는 것 정도는 다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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