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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직장생활

회자정리(會者定離) 회사 생활을 한두해한 것도 아닌데, 아직까지 힘이 든다. 정들었던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 말이다. 일을 시작한지 일 년이 좀 못 된 어느 날이었다. J가 시카고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알려왔다. 그와는 내가 처음으로 맡은 중요한 프로젝트를 같이 했었다. 그동안 정도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 난 그 애가 좋았다. 그는 차분해 보이는 눈빛에 참 온화한 성품을 가졌다. 가끔 버스 정류장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같이 일할 때면 내 엉터리 영어를 잘 견뎌주고, 내 서투른 일처리를 이해해주어서 너무나 고마웠다. 참 이상하지. 왠지 얘가 곧 떠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참 이상하지. 사람의 느낌이란. 그리고 그날 이메일을 받았을 때 직감적으로 알았다. 내용을 보지 않았어도 말이다. 언젠가 홈타.. 더보기
여기도 회식이 있다 누가 그랬냐? 미국 회사에 회식이 없다고. Not surprisingly, 여기도 회식이 있다. 그런데 따로 챕터를 구성해야 할 만큼 이 회식이 중요한가 하면, 아마도 그렇지 않을 거다. 한국에서처럼 참석에 대한 압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잘 쳐줘야 직장생활의 양념 정도이니 그냥 없는 셈 치고 살아도 된다. 허나 굳이 회식, 혹은 회사 이벤트에 대해서 쓰는 이유는 재미가 있어서다. 매번의 이벤트가 난 꽤 재밌었다. 한국과도 상당히 다르기도 했고. 시카고 컵스 경기장에서 열린 이벤트 갔다가 TV에 나오기도 했었고, 볼링장에서 놀 때도 재밌는 일 많았다. 하지만 회식의 왕이자 직장생활의 꽃은 바로 Year End Party다. 미국 회식에 대해서 얘길 하려면 바로 요놈을 끄집어내야 한다. 오늘은 이 연말파티.. 더보기
이너 써클을 뚫어라 어느 날 퇴근 후 CBOT (Chicago Board of Trade) 근처의 한 술집이었다. 나는 회사의 다른 팀 동료들과 함께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긴 해도, 이메일 등을 통해, 이름은 들어왔던 터라 반갑게 인사했다. 그렇게 밝은 분위기에서 대화가 시작되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제 업무를 말씀드릴 것 같으면 재수 없는 상사들에 대한 경멸을 감추는 것과 화장실에서 자위행위를 하며 조금 덜 지옥 같은 삶을 꿈꾸는 것입니다.” 뭐… 내가 비록 외노자이긴 해도 초면에 이런 말을 뱉기에는 잃을 게 많은 사람이다. 그럼 어찌하여 그 우호적인 대화가 이리로 이어졌을까? 여기까지 온 과정을 되새겨봤다. 그래 난 출근을 하게 됐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지. 근.. 더보기
위계 조직, 역할 조직 위계(Rank-Driven) 조직에서는 가장 지위가 높은 사람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아랫사람들은 지시를 수행하기만 한다. 역할(Role-Driven) 조직은 구성원에게 역할을 부여하고 그들은 그에 따른 재량을 갖고 본인이 생각하는 최선은 방법으로 일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위계 조직에서는 “지름 1m, 깊이 1.5m의 구덩이를 특정 장소에 팔 것.” 이렇게 지시가 떨어진다면, 역할 조직에서는 주어지는 목표는 “저기 보이는 나무를 옮겨 심을 구덩이를 주차장 입구 옆에 만들 것” 이런 식이다. 한국에서 내가 겪은 조직들은 위계 조직에 가깝고, 여기서는 다 역할 조직이다. 이 한 가지가 내가 느낀 직장 문화 차이의 80% 정도는 설명하는 것 같다. 오해를 덜기 위해 밝히자면, 이 둘 중 어느 한 가지가 다른.. 더보기
Your opinion matters 한국에서 우스개 소리로 돌아다니던 이야기이다. 어느 대기업 중역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다. 그런데 사장의 이야기에 다들 고개만 끄덕이고 있는 게 아닌가. 보다 못한 사장이 한마디 했다. “여러분들도 각자의 의견을 좀 내보세요.” 그러자 누군가 용기를 내서 말했단다. “그런 애들은 과장 때 다 잘렸어요.”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마냥 허구라고는 못하겠다. 나도 한국에서 일할 때는 회의 시간에 가능하면 조용히 있으려고 했었으니까. 여기 미국 회사 분위기는 상당히 다르다. FaceBook에서 인턴을 했던 사람이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회의실에 있었던 경험을 쓴 글을 봤는데, 본인이 그 회의에서 별로 공헌을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걸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이거였다. ‘인턴 주제에 무슨 소리를 하는 .. 더보기
‘그래도’가 아니라 ‘그래서’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겪은 일이다. 한 달은 걸릴 일인데 며칠 만에 끝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난 그 지시를 전달하는 사람에게 그 결정이 잘못된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그 사람은, 실망스러운, 그러나 충분히 예상했던 대답을 들려줬다. “그래도 해라.”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사실 이런 지시가 하달되는 일은 왕왕 있어왔다. 그 때마다 난 최선을 다해서, 되든 안되든, 뭐든 했고 말이지. 그런데 그날 있었던 일이 유독 기억에 남은 이유는 이 사건으로 내 임계치를 넘겨버렸기 때문인 것 같다. 그때도, 있던 힘까지 다 빠져버릴 만큼 실망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뭔가를 하긴 했다. 허나 이해도 안되는 일, 아닌 줄 뻔히 아는 그 길을 억지로 가는 건 엄청난 스트레.. 더보기
압박 면접 MBA 과정에 있던 친구가 미국에서 열린 한국 회사 잡 페어에 다녀와서 들려준 이야기다. 거기 있는 일부 회사들은 생소한 어프로치를 사용하고 있었다. 간단히 설명하면 면접관이 후보자에게 대놓고 모욕을 주는 면접 방법이다. 이게 압박 면접이란다. 최소한 몇몇 면접관들은 그렇게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질문을 몇 개 들어보니, 이 사람들이 한국인에게 이 짓을 벌인 게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게 생각해주자면 후보자가 당황하거나, 기분이 상할 만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기 위해서인가 싶고, 이런 의도의 질문은 여기 미국 회사도 한다. 허나, 이 동네 사람들이 쿨 한 건 일에 대해서일 뿐이다. 압박도 일로 해야지 인신공격을 퍼붓는 순간 뒷일을 장담할 수 없다. 지가 무슨 노예시장에 쇼핑 나온 .. 더보기
It’s just business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이 일치하는가? 그러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여기서 안타까운 점은, 이 이유로 회사에서 나의 능력과 기여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건 기분 좀 나쁘고 마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연봉이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생각보다 초봉이 높지 않기 때문에 학교를 갓 졸업하고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들에게 더 문제가 된다. 그럼 이 곤란에 처한 미국인은 어떻게 하느냐? 이 동네 사람들의 사전에 ‘아등바등 버텨본다’ 따위는 없다. 그냥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고, 실현시킬 수 있는 곳으로 떠나면 그만이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겠지. 하지만 억울함을 쏟아내거나 앙심을 품는다거나 이런 건 못 봤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 거지 여기 개인적인 감정.. 더보기
야구만 잘하면 얼룩말이라도 상관없어 미국의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재키 로빈슨’이라는 선수가 있다. 그는 최초의 흑인 선수로서 여러 반발에 시달렸는데, 그 중에는 선수단의 보이콧도 있었다. 그러자 감독인 ‘리오 듀로셔’는 이렇게 일갈했다고 한다. “나는 그 녀석 피부가 노랑이건 검정이건, 줄무늬건 상관없어. 야구만 잘하면 그만이야.”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그 감독이 미국의 헌법 정신이나 천부인권 같은 것들을 거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그런 건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진심으로 경기에서 이기게만 해준다면, 그래서 돈을 벌 수만 있다면, 얼룩말이라도 야구장에 내보낼 각오가 되어 있었던 게 아닐까? 이 일화로부터 미국 사람들의 마인드셋을 엿볼 수 있다. 여기 사람들은 정말 실용적이다. 내 배경이 무엇인지 신경 쓰지 않는.. 더보기
경쟁 내가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일해보며 느낀 문화 차이는, 아마도 이 한 가지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바로 미국이 한국보다 경쟁이 치열한 곳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이렇게 얘길 하면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해한다. 나도 한국에 있을 때 한국은 국토는 좁은데 사람은 많아서 경쟁이 심하고, 미국은 땅도 넓고 인구가 많지 않아서 경쟁이 덜하다고 흔히 들어왔으니 말이다. 저 말이 옳은 구석이 아주 없는 건 아닌데, 크게 보면 틀렸다에 가깝다. “적응하거나, 사라지거나. (Adapt or die)” 이 동네 살면서 정말 많이 듣는 말이다. 이 냉정한 소리가 여기서는 상식이다. 미국 사람들은 경쟁이 좋은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법률과 제도는 많이 있지만, 기존 산업을 보호..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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