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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데이케어에 등록했다

둘째가 생기고 나니 첫째를 데이케어에 안맡길 수가 없네. 첫째가 너무 심술을 부려서 어쩔 수가 없다. 장모님이 한국에 돌아가시고, 아내 혼자서 이 어린 애들 둘을 돌보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니 가능은 하다손 쳐도 삶의 질이 아주 낮아지겠지. 첫째는 하루종일 울고만 있을거고, 둘째는 우는 첫째 때문에 제대로 잠도 못잘거고 어휴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데이케어에 애들 보내는 건 뭐 예상했던 시나리오다. 작년에 일찌감치 투어도 다 했다. 그래서 어디에 보낼지 정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예상치 않게 원래 보내고 싶었던 곳에 못보내게 됐다. 당황스러운 일이라 그간 있었던 일을 정리해봤다.

첫번째 투어. 직장동료들이 여럿 애들을 보내고 있는 곳에 찾아갔다. 오너가 직접 운영하고 있고, 규모는 가장 작았다. 학생 대 선생님의 비율이 다른 곳보다 조금 높다. 규모가 작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야외 활동이 많다. 위치가 야외활동에 유리하기도 한데, 두블럭만에 닿을 수 있는 공원이 둘이나 있고, 미시건호와도 가깝다. 우리가 예상 시작날짜를 알려줬더니, 자리가 얼마나 비어 있는지 알려주면서 그 날짜에 예약을 할 수 있었다.

두번째 데이케어는 집에서 약간 더 가까운 곳이다. 큰 브랜드의 한 지점이고, 규모는 첫번째의 두배 정도. 다른 곳보다 조금 지저분해 보여서 아내가 싫어했다. 그래서 탈락. 여기도 예상 시작일을 알려줬더니 예약을 받아주겠다고 하더라. 자세히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첫번째 가본 곳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다 데이케이인데 뭐 비슷하겠지.

세번째 데이케어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날만 좋으면 걸어가도 된다. 역시 큰 브랜드의 한 지점이고, 규모는 첫번째의 세배 정도이다. 아내의 지인이 여기를 이용하고 있고 평이 좋단다. 2019년 여름에 시작하고 싶다고 했는데, 놀랍게도 어플리케이션을 받아주지 않았다. 시작일 두달 전에 다시 오란다. 그러면서 시작일 두달 전에 ‘등록하세요’ 하고 노티를 주겠다고 하더라. 난 구글캘린더에 등록해놓을테니 안해주셔도 된다고 했지. 그 때 자리가 없으면 어쩌냐고 물어봤는데, 2살 반은 항상 자리가 있단다. 뭐 당시에도 자리가 있더라.

네번째는 가장 비싼 곳이다. 최근에 투어를 했다. 예전에는 멀다고 안갔다. 오너가 직접 운영하고 있고, 규모는 세번째와 비슷했다. 특이하게도 야외활동이 아예 없었다. 그 캠퍼스 뒷마당에 놀이터가 있었고, 거기서 노는게 야외활동의 다다. 이게 장점도 단점도 될 수 있겠다 싶었다. 가장 비싼곳 답게 시설도 깔끔하고 좋아보였다. 애를 당장 보낼 곳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예약을 받아주는지는 모르겠다. 웨이팅리스트가 얼마나 긴지 등등 자세히 알려줬다.

아내와 난 세번째 데이케어에 아이를 보내기로 했다. 작년에 결정한건데, 당시에는 아무것도 할 게 없었다. 그쪽에서 말한대로, 아이를 보내기 두달 전에 연락을 했다. 그런데 의외의 답변이 왔다. 애 못받아준단다. 난 이게 무슨 소리냐고, 니네가 나한테 이 때 다시 연락하라고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쪽 얘기가 그 당시에는 자리가 있었는데 우리 투어 하고 나서 그 자리는 찼고, 지난 8개월동안 빈 적이 없단다. 지네는 무조건, 자리 있으면 들어오고, 아니면 웨이팅리스트에서 기다리는 시스템이란다. 그러면서 이제 웨이팅리스트에 올려주겠단다.

아니 이런 얘기를 지난 투어 때 해줬어야 하지 않나? 이런 얘기는 안해주고 ‘보시다시피 지금처럼 항상 자리 있으니 필요할 때 와요.’ 이런 소리만 했으니. 뭐 내가 자세히 따지지 않은 탓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난 2019년 여름에 아이를 보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분명히 했다. 자리가 있으니 나중에 오라 소리 밖에 못들었는데, 이만하면 그쪽에서 미필적 고의로 misleading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뭐 사실대로 말해줬다면 난 예약이 가능한 데이케어로 뒤도 안돌아보고 갔겠지.

우리는 급하게 근처 다른 데이케어에다 연락했다. 네번째 데이케어도 그렇게 해서 투어를 간거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다들 차 있어서 애를 보낼 수가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첫번째 데이케어에 임시로 여름 동안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여름엔 자리가 있지만 가을부터는 어찌될지 모른다는 뜻인데 이게 무슨 얘긴지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여름 동안 여행다니는 가족들이 좀 있는 모양이더라. 아마도 부유한 집이겠지. 여름 내내 시카고를 떠나 있으니 말이야. 그럼 그집 애는 여행다니는 동안 데이케어에 올 수 없다. 그 아이는 여름 동안만 데이케어에서 자리를 뺐다가 가을에 다시 돌아온단다. 내 아이가 여름 동안 비어있는 자리에 들어가는거지. 이 얘기를 오직 첫번째 데이케어에서만 들었다. 그래서 거기 아이를 보내기로 하고, 동시에 웨이팅리스트에 올려놨다.

여름이 끝나면 어찌되느냐… 그건 아무도 모른다. 보통 여름에 다운타운에서 교외지역으로 이사가는 집이 좀 나온다고도 하고, 이사를 고민중인 가족이 몇 있다고는 하는데, 그 사람들이 실제로 갈지 안갈지는 모르는거지. 네번째 데이케어에서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 어떤 여름에는 아무도 안가기도 하고, 세집 가기도 하고. 경험적인 확률로 봐서는 가을에 자리가 날 것 같다고는 한다.

하여간, 이번 7, 8월에는 아이를 맡길 수가 있다. 차라리 잘 됐다 싶다. 애초에 걸어갈만 하다는 점 때문에 세번째 데이케어를 염두에 뒀던거지, 그거 하나 빼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이 여기였다. 아내는 규모가 작다며 좀 불만인듯 한데, 내가 중요하게 보는 점은 아니다. 그 전까지 애한테 열심히 설명해줘서, 이해하는지는 둘째 치고, 데이케어에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으면 좋겠다.

데이케어에 대한 글을 쓰며 비용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네. 내가 둘러본 곳들은 월 $1,900에서 $2,300 사이다. 2017년 시카고 지역 Family Income 중간값이 $83,890이다. 애 하나만 데이케어 보낸다 쳐도, 대충 저거의 30%를 갖다내야 된다. 뭐 다행이라면 내가 직장에서 받는 돈이 저것보다는 높아서 말이지. 에고 열심히 일해야겠어. 결혼하고 애 생기면 인생이 단순해진다, 돈버는 것 말고 아무것도 없어진다더니 그 말이 진짜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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