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imple Life

한국에서 퇴사 썰

한국에서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미국으로 오게 됐다. 다른 회사도 아니고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가는거니까 그냥 환송회만 하고. 못다 쓴 휴가를 몰아서 퇴사일까지 맞춰놨다. 그리고 휴가 전 마지막 날 인사하고 짐 싸들고 나왔지.

그리고 이 이야긴 나중에 들었다. 공식적으로는 휴가였던 기간 동안 누가 날 찾았단다. 물론 그 사람이 나한테 뭘 해주려고 찾은 건 아니고 또 뭔 일을 시켜먹으려고 그랬던 거지. 지금 한국 분위긴 어떤지 모르겠는데 2000년대 후반엔 새벽에 불려 나오는 것도 예사였다. 퇴근도 존중받지 못했고 휴가도 마찬가지였다. 상사께서 걔 지금 휴가 중이라고 답신을 해줬는데 휴가? 지금 장난하냐고 당장 걔 불러오라고 지랄을 하더라네. 아.. 근데 이게 말이 휴가지 사실상 퇴사. 게다가 행선지는 해외라고 건들지 말라고 했단다. 그러니깐 또 유종의 미 운운하며 질척댔단다. 뭐 대충 그림이 그려지는 게 그러고도 남았을 위인이지.

어휴 그 시절, 그 회사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어찌 어찌하다가 좀 과한 책임을 지게 됐다. 한국 회사들의 특징인지 나만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내가 direct reporting을 하는 윗 분한테서 지시를 받고 이런 저런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할텐데 내 처지는 좀 그러지 못했다. 거의 회사 안에 있는 프리랜서 아니면 독립 제품 분위기였다. 그래야 하는 것보다 과하게 많은 사람들을 직접 상대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중에는, 당연하게도, 나를 우습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무래도 그 사람들이 비슷한 일로 마주하는 사람들보다 내가 좀 어리고 하니까 더 쉽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긴 한데 속은 모르지 뭐. 중요한 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는데 유독 심하다 싶은 사람이 있었던 것이고 그건 그 사람의 인격 문제인 거지 내 나이나 뭐 여타 다른 게 문제가 아니다.

나도 그 사람이 선을 좀 심하게 넘는다 싶으면, 그러니까 다른 누구도 안하는 짓을 한다 싶으면 불쾌함을 표현했기 때문에 내가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사람은 내 생각 따위는 아무 상관없다고 여기는 게 분명했다. 모를 수가 없는 게, 그걸 또 투명하게 드러내시더라고. “너 따위는 뭐래도 상관없다.”라고 대놓고 티내는 사람을 평정심으로 대할 재주는 글쎄 나에게는 없다.

나도 무수한 실수를 하면서 살아왔다. 내가 기억하는 것들도 뭐 손발이 오그라드는 게 한 둘이 아닌데 생각 안나는 것까지 하면 진짜 뭐… 쥐구멍 상시 휴대라도 해야 할 판일텐데. 하여간 뭐든 안 좋은 쪽으로 튀면 안된다. 일부러 적을 만들 필요야 당연히 없는 거 아닌가.

근데 그 사람 말고 내 상사께는 언젠가 한국에 가게 되면 5 hours energy를 사가겠다고 약속을 했고, 그걸 지켰다. 그러자 하신 말씀이 이제 몸이 힘들어서 밤도 잘 못 새신다고. 아 진짜 지나가는 세월이여…

반응형

'Simple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금 시대에 대한 헌사  (0) 2023.01.13
공립 학교의 모금 이벤트  (0) 2023.01.06
5K 레이스  (0) 2022.12.17
이상적인 월드컵 매치  (0) 2022.12.08
원초적인 영화  (2) 2022.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