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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e

금리 인하 시사에 대한 단상

예전에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한국 경제의 문제점과 그에 따른 투자 방향에 대해서 글을 쓰다가 만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의 내 예상과 너무나 비슷하게, 정부에서 기준 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시사했네. 약간 우쭐한 기분도 들고 해서 늦었지만 다시 쓰던 글 정리해서 펴본다.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난 경제학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금융을 공부했고 그걸로 밥을 먹고 살고 있다보니 보통 사람들보다 조금 더 아는 정도일 뿐이니, 혹시라도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나를 뭔 대단한 전문가로 착각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정부에서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 금리를 인하한다고 했다. 아직 갑론을박이 있지만 결국 그러지 싶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다. 뭐든 상황에 맞는 해법이 있고, 순작용과 부작용이 다 있다. 그럼 왜 지금 금리를 인하하며 기대하는 효과와 예상되는 결과를 살펴보자.

많은 경제지에서 지적하듯이 금리를 인하하려는 이유는 두가지다. 내수가 부진하고 원화가 급작스럽게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수출에 심하게 의존하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10년 전에도 내수가 부진하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점점 추세가 심해졌다고 볼 수 있다. 내수 부진에 대해서는 좀 할 말이 많아서 따로 글을 쓰든지 뒤에 추가하든지 해야겠다.

그럼 금리가 어떻게 내수에 영향을 주는지 보자. 금리를 인하하면 돈을 빌리는 부담이 줄어든다. 뭐든 부담이 줄어들면 많이 하게 돼 있다. 그럼 사람들이 돈을 빌려가서 뭘 하느냐인데, 10년 전에는 부동산에다가 짱박았다. 부동산이 계속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물 경제로 돈이 흘러가지를 않았다. 하지만 이제 부동산이 안오른다. 그래서 돈을 빌려가서 부동산에다 깔아놓는 사람은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고 대신 먹고 쓰는데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금리 인하는 내수를 효과적으로 부양할 수 있을 것 같다. 뭐 그래서 증시도 즉시 반응을 한 것이고.

금리 인하는 수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확히는 환율에 영향을 준다. 한국에는 외국인 투자자들도 많이 있고, 그들 중에는 예금 상품에 돈을 넣어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금리가 내려간다면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게 불리해진다. 그런 돈이라면 다른 금리가 더 놓은 나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나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달러가 비싸진다. 즉 한국 기준으로 환율이 올라간다.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예전에 달러당 1,100원하던 것이 1,000원으로 내려가면 앉아서 엄청 손해를 본다. 대충 원가가 800원이라고 치면, 똑같이 수출을 해도 300원 남던 것이 200원 남는다. 순이익이 33%나 줄어드는 것이다. 만약 예전에 100원 밖에 안남는 장사였다면 지금은 하나도 안남고, 50원 남던 장사였다면 이제는 도리어 50원 손해를 본다. 뭐 무역이라는 것이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지만 대충 큰 그림은 이렇다. 원화 강세는 무역수지를 악화시킨다.

한국 경제가 거의 수출에 의존해서 굴러가고 있기 때문에 원화 강세를 손놓고 보고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금리 인하는 환율에 직접 영향을 주니까 이번에도 역시 효과를 제대로 볼 것 같다. 실제로 환율도 그렇게 반응을 했고.

결론적으로 이번 금리 인하는 내수 부양과 환율 안정이라는 목표를 효율적으로 이룰 것 같다.

그럼 이 꽃놀이패처럼 보이는 금리 인하의 부작용은 뭘까? 뭐 많이 있겠지. 그런데 나한테는 하나 밖에 안보인다. 바로 부채다. 앞서서 돈 빌리는 부담을 줄여 놓으면 많이 빌려 쓰게 되어 있다고 했다.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는 사상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은지 오래됐다. 경제규모가 커지면 부채가 늘어나는게 자연스럽긴 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나중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이번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더 빠르게 할 것이다. 이 뒷감당을 나중에 어떻게 할지 좀 걱정이 된다. 물론 한국은행이나 재정부에 앉아계신 전문가들은 나보다 경제학을 훨씬 잘 안다. 게다가 내가 볼 수 없는 수많은 데이터를 보며 정책결정을 한다. 나는 정부가 발표한 통계도 제대로 안챙겨보는데 말이다. 그래서 아마도 부채 문제도 아직은 감당할만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약간 불안하다. 수치로 보는 가계부채가 너무나 높다. 높은 가계부채는 결국엔 내수를 짓누르게 된다. 그리고 IMF 직후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서 신용카드를 남발했다가 커다란 후유증을 겪은 기억도 있기 때문이다. 뭐 국가가 부도가 났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종합적으로 봐서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적절한 것 같다. 하지만 가계부채를 늘여서 미래에 치워야 할 똥을 만들어놓는 점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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