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imple Life

인공지능이 여기까지 왔구나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을 세번 연속으로 꺾었다. 이세돌이 한판을 이기긴 했지만,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다. 인공지능이 여기까지 오다니. 놀랍다. 너무나 놀랍다.

AI에 대해서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이 써논 글이 널렸으니 뭐 난 내 감상이나 적어보련다. 내가 학부 다니던 시절 인공지능이 유행이었다. 때마침 IBM에서 개발한 인공지능이 체스 세계챔피언을 꺾는 일도 생겼다. 그런데 그 시절 한국의 대학에서 연구하던 인공지능이란 게 뭐 그냥 거의 다 패턴 인식 수준이었던 것 같다. 내가 그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인공지능 공부한다는 사람 만나보면 거의 다 지문 인식, 홍채 인식 같은 거였다. 아마 그게 연구비 잘 나오는 주류 분야였던 모양이지. 조금 그러다가 인공지능 연구는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대충 2000년대 중반에는 인공지능 연구하겠다는 학생 많이 못만나봤다.

체스는 경우의 수가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어서 컴퓨터가 이길 수 있었다. 빡세게 가능한 시나리오를 늘어놓고 계산해서 이긴 거다. 이게 금융공학에서도 자주 쓰이는 방법이다. 그러면 Linear Programming 같이 단순한 최적화 알고리즘을 딥다 돌리기만 하면 된다. 인간의 판단력을 모방하는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는 뜻이다.

바둑은 좀 다르다고 들었다. 워낙 경우의 수가 많아서 현재의 컴퓨터로도 모든 경우를 다 계산할 수가 없단다. 인간의 직관력 비슷한 게 또 필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경우의 수도 빡세게 계산하긴 하겠지. 특히 어느 정도 가짓수가 제한되는 종반이라면 모든 경로를 다 계산할 수 있을거다. 하지만 계산이 제대로 안되는 초반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몰랐다. 그런데 구글은 해냈다. 그것도 인류 대표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누구 책에서 읽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되는 것을 3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더라. 1차는 제임스 왓슨의 증기기관, 2차는 인터넷이다. 각각의 변혁기마다 수많은 직업이 갈려나가고 새로운 직업이 생겼다. 3차 산업혁명이 가시적으로 다가온 지금,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뭔 일이 생긴다고 했는지 좀 참고해볼만 하다.

1, 2차 산업혁명으로 사람의 근육을 기계가 대신하게 되고 거리의 제약도 줄어들면서 선진국에서 제조업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AI가 사람의 두뇌까지 대체하면서 또 다른 직업군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미국의 언론에서는, 전문직 화이트칼라 계층, 특히 회계사와 변호사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여기서 말하는 회계사는 연말정산을 대신해주는 사람을 말하는 것 같다. 미국은 연말정산이 복잡해서 보통 회계사를 만나서 세금 정산을 한다. 이미 회계사가 Turbo Tax 같은 소프트웨어로 많이 대체되었다. 종국에는 기업감사를 뛰는 회계사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기업의 Financial Statement에서 수상한 패턴을 찾아내는 일은 AI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5명의 회계사가 필요하던 일이 1명의 회계사로도 충분하게 될 것이다. 이건 변호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계약서 검토와 같은 일에 AI가 많은 일손을 덜어줄 것이다. 비단 이 둘 뿐이겠나. 비싼 전문직일수록 AI로 대체될 동기가 더 크니 많은 전문직 일자리가 갈려나갈 것이다.

그럼 사람은 도대체 어떤 일을 해야 하나?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AI보다 나은 게 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내 생각에, 인간이 AI보다 잘하는 것이래야 사람 비위 맞추는 것 정도 밖에 없는 것 같다. 많은 전문직 일자리가 쪼그라들고,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그랬듯이, 서비스 관련된 직업이 많이 생겨날 것으로 본다. 전문직 중에서도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겠지만, 그 수는 서비스 직종에 비하면 미미하리라 본다. 서비스업은 제조업이나, 화이트칼라 전문직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좋은 일자리가 뭉텅 안좋은 일자리로 내려 앉는다라… 무서운 일이다. 이는 드라이하게는 빈부격차가 커진다고 할 수 있고, 실존적으로는 보통 사람들이 먹고 살기 버거워진다는 뜻이다. 한국을 생각해보면 된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어디 공장에라도 나가 열심히 일하면 중산층으로 올라갈 여지가 있었다. 집도 사고 말이야. 그런데 지금은 전문직이 되거나, 일부 돈 잘 주는 기업에 들어가야 그렇게 살 수 있다. 물려받은 것 없이 잘 살 수 있는 길이 좁아진 것이다. 그런데 이 길이 더 좁아진다.

그럼 나같은 사람은 뭘 어찌해야 할까? 내가 보기엔 두가지다. 하나는 좁아지는 길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업계에서 버티는거다. 최신 트랜드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공부도 계속 하면서 말이야. 두번째는 돈을 모으는 거다. 꼭 AI 때문이 아니더라도 직업안정성이 갈수록 떨어질 게 뻔하니 지금 돈 좀 번다고 흥청거리지 말고 자산을 축적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재산 소득을 만들어내거나, AI를 이용하는 생산수단에 투자해서 소득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도 재산 소득이긴 하네. 경쟁력 유지와 근검절약. 왠지 쌍팔년도스런 구호네 이거. 허나 이 두가지가 되어야 AI발 폭풍에서 덜 다치거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본다.

반응형

'Simple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한번 유럽  (0) 2016.04.14
대한민국의 특수부대, 예비군  (0) 2016.04.08
기초군사훈련의 별식 군대리아  (0) 2016.03.06
자전거 출퇴근 성공  (0) 2016.02.21
아마존 리뷰도 별 수 없군  (0) 201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