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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컵스 월드 시리즈 우승

와 정말 기쁘다. 이런 일이 드디어 생기는구나. 7차전 승부가 연장까지 이어진 탓에 밤 12시가 넘어서 경기가 끝났다. 우리 동네 싸이코들은 그 시간에도 폭죽을 신나게 터뜨렸다. 도시 곳곳에서 밤새 무수한 파티가 이어졌으리라.

 

고작 스포츠팀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 시카고에서는 헤드라인 뉴스다.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고 있고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응원하는 스포츠팀이 우승한 건 92년 롯데 이후로 처음이다. 무려 24년이나 걸렸네. 컵스가 롯데보다 먼저 우승할지는 진짜 몰랐다.

 

시카고 컵스와 롯데가 참 비슷한 것이, 둘 다 대도시에 연고를 두고 있고 팬도 많다. 그런데 맨날 진다. 차이라면 롯데는 짠돌이 짓을 하고 당연한 듯이 지고, 컵스는 투자를 많이 하는데도 이상하게 진다는 것 정도다. 꼴데 팬 짓도 참으로 못할 짓이긴 한데, 이것저것 많이 하는데도 안되는 컵스 팬의 심정이야 어디 말로 할 수 있었겠나. 그 패배감을 한방에 날릴 이번 우승이다. 난 그동안 컵스 경기 보러 갈 때마다 롯데 저지를 입고 갔었는데, 그럴 때마다 아내가 아주 싫어하긴 하지만, 이제는 컵스 저지를 하나 사서 완전히 컵스 팬으로 갈아탈까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아내와 사이 좋게 하나씩 컵스 우승 기념 후디를 사야지. 다시 우승하는데 100년 넘게 걸릴지 또 모르는 일이니. 아이폰도 하나 사야겠다. 우승의 순간을 사진으로 찍었는데, 이렇게 엉망으로 나오네. 나름 역사적인 장면인데.



TV로 본 것에서 그칠 수야 있나. 우승퍼레이드 구경도 해야지. 아침 일찍부터 다운타운에 파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회사에 와보니 오피스가 텅 비다시피 했다. 다들 퍼레이드 보러 간게지. 나도 밖에 한번 나가봤다. 점심시간인데 불구하고 레스토랑이 다 비었다! 난 시카고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사는지 몰랐다. 퍼레이드가 이미 지나갔는데도 끝도 없이 밀려드는 사람들… 사람들… 더 깊이 들어갔다가는 다시 못나올 것 같아서 여기서 사진 한방 찍고는 돌아와야 했다.


 

수년 전 Chicago Blackhawks 우승 때보다 사람이 훨씬 많네. 온갖 인종과 남녀노소가 뒤섞여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컵스가 시카고 지역 사람들의 아이덴티티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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