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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A good case of 육아

아침밥으로 회사에서 토스트를 해먹으려 했는데, 토스터기가 고장이더라. 나가서 사먹을까 하다가 그냥 차가운 빵을 씹어먹었는데 갑자기 친구한테 들은 얘기가 생각났다. 빵이나 토스터기하고 그 친구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맥락 없이 떠올랐다. 허나 생각난 김에 글로 써봐야겠다.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낸 이 녀석을 몇마디 글로 표현해보면 대충 이렇겠다. 학업성적은 아주 탁월했다. 이 성적과는 안어울리게 많이 게으르다. 성격은 아주 긍정적이다. 이 긍정적인 성격이 게으름과 만나 시너지를 낸게 뻔뻔함이다. 어떤 짓을 저질러도 천하태평이다. 집은 조금 여유가 없는 편이었지만, 언제나 밝은 얼굴에, 학업성적은 최고이다보니 꼭 부잣집에서 자란 애 같다. 실제로 부잣집 도련님들하고 잘 어울렸다. 그 친구 말로는 이상하게도 그런 애들이 자길 좋아하더란다.

우린 서로의 집에도 왕래하게 되었다. 집집마다 분위기가 똑같을 수는 없겠지. 걔네집은 아주 화목했다. 부모님 모두 그 아이를 아끼는 것을 나도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그런지 내게도 잘 대해주셨다. 걔의 동생과도 친해졌는데, 구김살 없기는 동생도 똑같더라.

그 당시 우리집은 큰 문제는 없는 가정이었지만 그렇다고 화기애애하진 않았다. 부모님은 내게 별 관심이 없으셨다. 내 성적에는 관심이 많았지. 그냥 그게 다였다. 사는게 바쁘니깐 그랬겠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 고민이 뭔지, 이런거 모르셨다. 나도 사실 부모님이 뭘 좋아하시는지 크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냥 대화가 별로 없는 평범한 학생 가정이었다. 딱히 내 가족에 불만은 없었지만, 화목한 걔의 집이 조금 부럽기는 했다.

어느 시험이 끝난 날이었다. 난 시험 결과에 초조해하고 있었다. 안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그런데 그녀석은 또 천하태평에 뭘 하고 놀까 아이디어 짜고 있더라. 결과가 기대에 못미치면 혼나지 않느냐고 물어봤는데, 난 그 친구의 대답을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반에서 5등만 해도 좋아하시더라."
난 이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전교에서 5등까지 떨어져본 적도 드문 앤데, 반등수 5등에 칭찬을 듣는다니. 내 경우도 그랬지만, 아이의 성적이 평소보다 못했는데도 칭찬하는 부모님은 드물게다.

나이를 좀 더 먹어보니, 부모님의 태도가 저 친구 성격에도 많이 영향을 준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자기를 지지해주고 칭찬해주는 부모님 아래서 성장하다보니 저렇게 긍정적이고 태평한 성격, 태도를 갖게 되지 않았을까? 구체적으로 예를 늘어놓지는 않겠지만, 이게 그 친구의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 부모님들하고 사이도 좋다.

내 아이도 그 친구처럼 성장하면 참 좋겠다. 비록 애기라 아직 말은 못알아듣지만, 칭찬을 많이 하고, 어떤 경우에도 널 지지하고 사랑한다는 걸 알도록 해야겠다. Cause I’m doing all I can to be a better f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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