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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사람을 거르는 큰 필터 하나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수준이 많이 낮은 사람은 쉽게 걸러내는 편이다. 20대에 훌륭한 분들을 많이 만나 어울렸다. 그런 분들의 특징을 분석해보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레 익숙해진 것 같다. 거기서 거리가 먼 사람들을 보면 뭔가 어색함을 느꼈다. 좀 경계를 했다고 해야겠다. 이래서인지 내가 믿지 말아야 할 사람을 믿은 적은 드물다. 뭐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다시 말하면, 내가 사람을 보는 눈이라는 게 별게 아니라 그냥 그분들과 얼마나 비슷하냐 하는 것이다.

그 시절에야 막연한 낯설음을 이유로 병신들을 멀리했지만, 지금은 좀 머리로 이해를 한다. 내가 느낀 어색함이 어떻게 진짜 병신을 판별했는지. 그 중에 첫번째 필터는 '말 많은 놈'이다. 좀 더 자세히 풀어놓자면 '온갖 주제에 다 끼어들어서 자기 말을 풀어놔야 속이 시원한 놈', '남 얘기를 들을 줄을 모르는 놈' 되시겠다.

아주 뛰어난 두뇌와 실행력과 무궁무진한 호기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여기다 세상 오만 분야에 다 관심이 있는 것 추가다. 아 돈도 많아야겠네. 이런 사람이 있다면, 오만 지식을 다 습득하고, 별의 별 시도를 다 해보면서, 느낀 것도 많고 성찰도 많이 했을거다. 이러면 어떤 주제가 나와도 영양가 있는 얘기를 쏟아낼 수 있겠지. 그런데 이런 사람 실제로 얼마나 있을까? 내 생각에는 없을 것 같은데, 있더라도 대한민국 전체에 몇명 없다.

내 앞에 앉아있는 번지르해보이는 사람이 온갖 주제에 자기 얘기를 쏟아내고 있다면 경우의 수는 다음과 같다.
1. 어쩌다가 그 사람이 정말 잘 아는 분야만 나왔다.
2. 진짜 대단한 사람이다.
3. 어디서 줏어들은 소리 아니면 구라를 까고 있을 뿐이다.

대화를 좀 더 해보면 1번인지 아닌지는 금방 알 수 있다. 그럼 2번일까 아니면 3번일까? 이런 고민을 하기 전에, 그 사람이 내가 아는 걸 건드리고, 3번으로 뽀룩나는게 대부분이긴 하다. 그렇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에 몇분 없을 그분이 내 앞에 강림하사 귀한 시간을 써주고 있을까? 그럴 리가 있나. 내가 듣고 있는 이 소리가, 잘 봐줘야, 줏어들은 소리라는 뜻이다.

본인이 아는 것과 줏어들은 것도 구별을 못하는 사람 수준이란게 뭐 뻔하지만, 진지하게 분석을 좀 해보자. 도대체 왜 이러느냐? 남에게 잘보이고 싶어서 그렇다. 그래서 잘 몰라도 구라를 까고, 대충 아는 것 나오면 잘 아는 듯 과장을 하고, 줏어들은 소리를 자기가 아는 소리처럼 하는 것이지. 그럼 이 과도한 허영심이 특정 주제에 대해서만 발현될까? 그럴 리가 없다. 애초에 동기가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포장하는 것이라 주제를 가리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절대 믿어서는 안된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형편없이 적게 들고 있는 사람이다. 지식도, 경험도, 실력은 당연히, 없다. 혹시 자기가 컴퓨터를 고쳐주겠다고 해도 맡기면 안된다. 애초에 1시간이면 된다고 말했겠지만, 하루종일 시간만 잡아먹고 제대로 못고친 다음 엉뚱한 핑계를 댈거다. 스노우보드 잘 타니까 가르쳐주겠다고 해도 배우지 마라. 대충 어디서 줏어들은거에다 유튜브 영상 몇개 본걸 갖고 가르치려들텐데, 제대로 못배우는건 둘째치고, 사고난다. 이런 사람 만난 건 시간 좀 버린 걸로 끝나지만, 믿었다가는 큰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사람이 실제로 나타나면 거리를 둬라. 잔재주로 처음 본 사람의 호감을 사고, 그 사람들이 띄어주는 맛을 즐긴다. 그렇게 해주는 사람만 찾아다닌다. 그래서 이런 애들은 주변에는 꼭 지같은 얼뜨기들 밖에 없다. 반대로, 잡소리에 호응만 좀 안해줘도 자연스레 거리를 둘 수 있다. 그 병신으로부터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겠지만, 걱정마시라. 인생 살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살 필요는 없다. 사실을 말하자면, 병신들로부터는 멀어질 수록 좋다.

좀 다른 어프로치도 있다. 수년전에 있었던 일이다. 어느 상병신 하나가 나타났다. 그 새끼 병신인거 나와 내 친구는 바로 알아챘다. 근데 대응 방식은 완전히 달랐다. 난 거리를 뒀다. 근데 그 친구는 뻔한 헛소리에 맞장구를 쳐주더라. 난 멀쩡한 애가 왜 이러나 했지. 나중에 보니 앞에서 적당히 호응해줘서 호감을 산 다음, 심심할 때 데리고 놀다가 끊어내더라. 물론, 그 병신은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도 모를거다. 난 속으로 감탄했다. 난 이정도로 인간관계를 마이크로콘트롤하며 살 능력은 없다. 그런데 할 수 있으면 뭐 이러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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