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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사기꾼의 클리셰

어느 방송인이 갑자기 유명해졌다. 부모님이 사기를 치고 이민을 갔다네. 그냥 소소한 금액이 아니더라. 시골이었다고 하니깐 마을 하나를 파묻은 사건이었을게다. 다름아니라 그 방송인이 평소에 하고 다녔다는 말이 내 주의를 끌었다.
"사기를 많이 당해서 어렵게 살았다."

낸시랭이라는 아가씨가 결혼을 했는데, 그 신랑 되시는 분이 또 사기 혐의를 많이 달고 계신단다. 그런데 그 분도 그러셨다지.
"창피할 정도로 사기를 많이 당했다."

뭐 대충 아는 분이 하나 있다. 그분 집안이 좀 골때린다. 남의 돈을 빌려서 떼먹은 일이 무용담으로 포장되어 흘러나온다. 본인들은 사기를 쳤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그분이 우리 마누라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지.
"사기를 참 많이 당했다."

이쯤 되면 이게 사기꾼의 클리셰가 아닌가 싶다. 대충이라도 앞뒤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얼척없는 소린데 말이야. 왜 사기꾼은 저렇게 똑같은 소리를 할까?

실용적인 용도가 있다. 본인을 너무 순진해서 피해만 보는 사람으로 포장을 해서, 상대방의 긴장을 풀기 위한 셋업이다. 동시에 합리화 기제이기도 하다. 본인에게 피해를 보고 돈을 돌려달라는 사람을 나의 평화로운 삶을 방해하는 훼방자이자 약탈자로 규정하고, 적반하장으로 본인이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마법을 부린다. 사기를 많이 쳐왔으니 피해자도 많고, 그걸 다 본인 당한걸로 치환하면 나는 사기 피해를 많이 당한 사람이 된다.

머릿속에서 저따구로 현실왜곡장이 가동되는 사람이라면, 그 입에서 나온 말은 대충 다 거짓말이다. 사기꾼은 숨쉬는거 빼고는 다 구라라고 하잖아. 본인의 과거, 미래 계획 다 헛소리, 거짓말이다. 절대 절대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된다. 당장 눈앞에 있는 당신에게 좋게 보이려는 목적 외에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저런 말 하는 사람 있으면 경계해라.

아까 부모님이 사기쳤다는 방송인 얘기로 좀 돌아가자면, 부모님도 조사 받고 걔도 자식으로써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내가 앞서 쓴대로 사기꾼은 숨쉬는거 빼고 다 구라다. 저 말도 당연히 구라다. 사기꾼이 빼도박도 못하게 걸리면 원래 하는 소리가 저거다. 그 사람들의 양심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뭐, 굳이 누가 설명 안해줘도 해놓은 일로 충분히 알만한데, 저 소리 믿으면 순진한게 아니라 나이브한거지.

사기꾼들이 이민가서 시치미 뚝 떼고 산다는 얘기는 나도 많이 들어봤다. 물론 외국에서는 또 그런 사람을 노리는 사기꾼들이 있고 말이야. 말로만 듣던 건데 실제 사례가 나타나니 내가 너무 흥분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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