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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돌이 선배들의 해외생활 이야기

체력은 국력

대학교 시절 막 부임하신 교수님께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힘들었던 점을 질문했다.

“미국 애들은 운동을 많이 해서 체력이 진짜 좋다. 밤을 새도 한 시간만 쪽 잠 자고 나면 다시 회복되는 것 같더라. 그런 애들과 경쟁하느라 힘들었다.”

너무 우수한 학생들을 만났다 거나, 외로움 혹은 중압감 같은 게 아니라 체력이라니. 내 예상을 벗어났지만 설득력 있는 대답이었다. 무릇 정신력조차도 체력이 있어야 나오는 것 아닌가. 이렇게 들은 말도 있고 나도 몸이 아파서 크게 고생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학교 운동장을 달린다든가, 짐에 출입하면서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그러다가 미국에 온 게다.

내가 미국 애들이 밤샘하고 나서 회복되는데 얼마나 걸리는지를 본 적은 없다. 그러나 미국 사람들이 운동을 많이 한다는 건 확인해줄 수 있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한국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다. 그리고 또 운동도 잘 한다.

한국에서 살 때 짐에 가보면, 내가 그래도 보통은 되었다. 솔직히 달리기는 잘 하는 편이었고, 드는 무게도 중간에서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여기 미국 짐에 와보니 뭐… 보통이긴 한데, 여자들 중에서 그렇다는 게 문제다. 여자가 쓰던 기구를 이어 써도 무게를 줄여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이고 남자는 뭐 말할 필요도 없다. 난 그래도 달리기는 자신이 있는데 동네 공원에서 조깅을 하다 보면 내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여자도 본다. 짐에서 단체 운동을 해보면 더 확연히 알 수 있다. 아무리 봐도 내가 전체 클래스에서 보통에 훨씬 못 미친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점도 있겠지. 허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달고 사는지, 또 그들의 운동 강도를 보면 그냥 이 동네의 표본 자체가 한국에서 내가 살던 동네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다.

내 주변 사람들을 봐도 대부분 운동을 열심히 하고 산다. 나의 많지 않은 친구들 중에서 매년 시카고 마라톤을 뛰는 사람은 여럿이고, 휴가 계획을 전 세계에 열리는 트라이애슬론 대회 일정에 맞춰 놓고 다니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현 미국 국가대표 운동선수까지 있다. 또 다른 친구는 자기 석사학위 지도교수와 트라이애슬론 대회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하는 걸 보니, 이렇게 운동하는 사람들이 특별한 사람들도 아니다. 그냥 대충 다 이러고 사는 모양이다. 한국에서 알던 사람이나 여기 친구들이나 다 엔지니어 아니면 애널리스트인데 운동하는 걸 보면 비교도 안된다.

얘네들이 이러고 사는데 더 체력도 좋고 건강하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기초 체력이 튼튼하니 어쩌다 밤을 새도 큰 데미지 없이 회복할 거라고 보는 것도 자연스럽다. 여긴 산후조리 같은 게 없는데, 이것도 기초 체력이 좋아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출산이라는 큰 일을 겪고 회복을 하는데 평소의 건강 상태가 큰 변수로 작용하겠지.

이렇게 운동 열심히 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어 보인다. 병원을 이용하기가 좀 심하게 불편하다. 잔병을 달고 살면 삶의 질이 너무 낮아지는데 그걸 한국에서처럼 쉽고 싸게 해결할 수가 없다. 때문에 병원을 덜 가기 위해서라도 몸 관리를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 건강 상태가 별로라는 식의 통계는 여기저기 쉽게 접할 수 있다. 실상이 그렇다. 어떻게 이 사람들이 몸 관리를 그렇게 하는데 건강이 안 좋다고 할 수 있을까? 여기서 참 아이러니한 점이 있다.

교육 잘 받고 돈 잘 버는 사람들은 몸에 좋은 음식도 챙겨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 그런데 교육 수준이 낮고 가난한 사람들은 반대의 경향이 뚜렷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내겐 경제적인 요인이 커 보인다. 신선한 야채보다 설탕 범벅인 정크 푸드가 훨씬 싸다. 돈 없는 사람들이 뭘 더 집어들 지 뻔하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이 건강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몸 관리를 하는 사람들은 마음껏 하고, 안 하는 사람들은 그들대로 또 안 하는 게 참… 여기가 자유의 나라 맞기는 하단 생각이 든다. 이러고 보니 이 사람들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가 의료보험을 반대하는 게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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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공돌이 선배들의 해외생활 이야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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