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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

올해는 이것 저것 좀 샀다. 사실 블랙 프라이데이가 10여 년 전보다 많이 못하다. 예전에는 그냥 반 값 세일이 흔했는데 말이다. 내 생각에 블랙 프라이데이가 이렇게 된 건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먼저 온라인으로 언제든 가격표를 바꿔가며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전처럼 리테일에 물건 풀어놓고 가격표를 일일이 붙이던 때와는 사정이 달라졌다. 게다가 물류가 발전한 것도 큰 이유인 것 같다. 미국은 원체 땅 덩어리가 크고, 물건을 여기서 저기로 옮기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다. 연말에 재고를 안고 있으면 새 물건을 들여올 수가 없다. 재고를 어디 보내기도 어렵고 또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만 신상품을 갖고 오기도 비용이 많이 드니까 왕창 재고 떨이 세일을 해서 창고를 비워내는 것이지. 근데 물류가 발전해서 물건을 여기 저기 소량으로라도 보내고 받는 비용이 낮아졌단 말이야. 그러니 재고 떨이 세일의 동인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핫 딜이 많이 없고 나도 자연히 관심이 없어지더라. 당장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재워놓는 편이 아닌데다, 만약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이 때까지 기다리지도 않았다. 애초에 핫 딜이 많이 없으니까 기다려봐야 보람이 덜 하다. 근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물건을 샀느냐 하면 뭔 일이 있긴 있었지. 마당의 잔디 때문이다.

그 동안 잔디 관리를 돈 주고 맡겼었다. 첫 해는 동네 고등학생, 둘 째 해부터는 업체를 썼다. 그런데 이 업체가 작년엔 좀 잘 한 것 같은데, 올해에는 영 별로인 것이다. 올 여름에 유난히 비가 좀 많이 오긴 했다. 그런데 비 온 날 잔디를 깎으면 안 된다. 얘네들이 잔디 깎는 차를 쓰기 때문에 여기저기 타이어 마크를 내놓고 가더라고. 잔디가 까진단 말이다. 그런 곳에 또 패치 한다고 씨 뿌려 놓으면 다음 주에 또 와서 망가뜨려놓고 가고. 어느 정도 이해는 가는 것이 얘네들은 잔디를 깎아야 나한테서 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어지간하다 싶으면 그냥 와서 깎아버리는 것이지. 잔디 깎는 것 말고도 이것 저것 더 해준다고 해서 쓴 건데, 작년보다 잔디 상태가 더 나빠졌다. 지네들이 감당할 수 있는 캐파보다 규모가 커져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 것 같다. 결국은 돈을 엄청 많이 주고, 다른 업체에게, 관리를 맡기거나 아니면 내가 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더라.

한편 같은 업체를 쓰던 옆 집 아저씨는 전기 lawn mower 하나 사서 직접 하더라. 젊은 나이에 은퇴하시고는 그 동안 아웃소싱 하던 일을 직접 해보시고 있다. ‘생각보다 고되니까 웬만 하면 사람 써라.’ 이런 말을 나한테 했으면 모르겠는데 할 만 하다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나도 직접 하기로 했지. 기계 모델명도 받아 왔다.

2년 전 모델인 것 같더라. 하기사 2년 전에 사셨으니. 아마존에서 2년 전 모델은 $650짜리를 $400에 세일을 하고, 작년 모델은 $750짜리를 $600에 세일을 하대. 2년 전 모델은 renew라고 해서 완전 새 것은 아닌 모양인데 뭘 할까 하다가 그냥 옆집 아저씨가 쓰는 2년 전 모델로 결정했다. 무슨 모터가 효율적이고 2중 칼날이고 하는데, 내가 무슨 잔디 깎기 대회 나갈 것도 아니고 그런 게 무슨 소용이겠나. 그냥 돈 적게 쓰는 게 최고지. 여기다가 예초기도 싼 걸로 하나 샀다. 이리하여 대충 $500 정도 썼네. 생각해보니 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산 건 아니네. 뭐 하여간 연말 쇼핑이긴 하지. 뭐 어째 자꾸 차고가 농기구로 가득 차고 있는데, 내가 서버브에 살고 있긴 하구나 싶다.

정작 블랙 프라이데이에 한 건 겨울 휴가를 보낼 리조트 예약이구만.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Lake Geneva, WI에 가게 됐다. 여기는 얼마 전에도 다녀왔기 때문에 또 갈 생각이 없었다. Galena, IL에 가려고 지인들에게 호텔 추천까지도 받았었다. 그런데 마누라가 무심코 검색을 해봤더니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싼 가격이 뜬 것 아닌가?! 무슨 학생들 학기 중 평일도 아니고 말이야. 믿을 수가 없어서 그냥 결제를 했더니 덜컥 예약이 됐다. 블랙 프라이데이 딜 뭐 이런 것도 아니고 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Galena는 다음 spring break에 보자꾸나.

사실 애들이 너무 어려서 어디 구경 하고 뭐 이런 건 의미가 별로 없다. 어지간한 경치가 아니면, 그러니까 알프스 산 정도가 아니면, 감흥 같은 것도 못 느끼고 그나마 크게 좋아하지도 않는다. 밴쿠버 좋다고 또 가고 싶다고는 하지만, 뭐가 좋았냐면 호텔방에서 우산 갖고 노는 게 너무 재밌었다 이런 수준이다. 그니까 그냥 가깝고 적당한 데 가서 재밌게 놀다 오면 그만인 것이지. 같은 곳을 여러번 가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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