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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시카고에서 한국 책 읽기

해외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다들 하는 얘기가, 한국 책을 읽기가 너무나 어렵다고 한다. 그냥 영어 책 읽으면 된다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니들이 그만큼 영어를 잘 해서 그런 것이지 나는 뭐… 영어 책으로 읽으면 진도가 너무 천천히 나간다. 게다가 뉘앙스 같은 걸 이해를 못 하니까 들인 노력에 비해서 얻는 게 너무 미미하고 힘도 들어서 쉬는 느낌이 없다.

한국 책을 보려면 전자책 밖에 사실 방법이 없는데, 전자책도 나는 좀 불편하더라. 종이 책에 너무 익숙해져있다보니. 알라딘 US에서 구해다 보는 친구가 있어서 따라 해보려고 했는데, 아 진짜 너무 비싸대. 한국에서 얼마 하는지 뻔히 알고 있는데 훨씬 많은 돈을 주고 사려니까, 뭐 큰 차이가 안 난다 해도, 차마 못 하겠더라.

그런데, 우연히 보고싶은 한국 책을 Chicago Public Library에서 검색해보니까, 좀 나오더라. 일단 박경리의 토지를 3권까지 빌려왔다. 나는 더이상 시카고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라이브러리 카드를 갖고 있어도, 대출이 안 되대. 그런데 내가 라이브러리 웹사이트에서 시카고 안 살아도 되는 방법을 찾아서 도서관원을 설득해서 받아냈다. 시카고 안 살아도 최소한 일리노이주에는 살아야 된다. 거기다 Chicago Public Library와 호혜 관계에 있는(reciprocal) 도서관 카드를 갖고 있으면 된다. Reciprocal library 목록이 쫙 있는데, 우리 동네 도서관이 딱 있네. 이런 짓 까지 해감서 도서관 카드를 만드는 사람이 흔친 않을 거다.

그럼 Chicago Public Library가 우째 한국 책을 갖고 있느냐… 시카고에도 왕년에 한국 사람들 많이 살았던 동네가 있기 때문이지. 그 동네에 도서관이 2개가 있는데, 한국 책은 대충 거기 다 있는 것 같다. 비록 한국 사람들이 많이 이사를 나갔다 해도, 여전히 한국 사람들이 있어서 제법 최근에 나온 책도 있더라. 그럼 그 책을 다운타운에 있는 도서관에서 픽업하겠다고 신청을 하는 것이지. 우리 동네 도서관에 갖다주면 좋은데, 그건 안 되는 것 같다.

가지러 가는 건 좀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일 좀 하고 종이책을 보느냐 전자책 보느냐 하면 난 종이책이지. 똑같은 내용이라도 웬지 종이책으로 보니까 100여 년 전 한국의 시골 마을이 더 생생하게 그려진다. 몇 페이지 돌아갈 때도 그냥 휘리릭 페이지 넘기면 그만이고. 지금 내가 검색해서 찾은 책만 해도 몇 년은 읽을 수 있테니까 한국 책에 대한 갈증은 좀 풀었다. 아 진짜 Chicago Public Library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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