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imple Life

여자 농구로 본 자본주의 본고장 사람들

얼마 전에 NCAA 농구가 끝났다. 사실 나도 NBA는 예전에 좀 봤는데, 요새는 또 안 보고, 여자 농구는 관심 없다. 하물며 여자 대학 농구야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Caitlin Clark이라는 이름을 우리 첫째 아이가 알아 와서는 경기를 보고 싶다고 하는 거다. 집에 케이블도 없고, 일정도 좀 안 맞아서 라이브로는 못 보고 나중에 경기 영상을 찾아서 아이에게 보여줬다.

그런데 우리 딸내미는 어떻게 이 이름을 알고 있었는가 하면 학교 선생님이 이야기 했단다. Caitlin은 IOWA 대학에서 뛰고 있고 또 그 동네 출신이다. 아이오와주는 일리노이주 바로 옆 동네 아닌가. 마침 우리가 지난 봄 방학 때 여기 다녀왔다. 그래서 그런지 이 동네 사람들 중에는 아이오와주에 친척이 있거나, 거기 출신이거나, 아니더라도 자주 가봐서 약간 친근하게 여기기도 하는 것 같더라. 부산 사람이 마산 사람 만나면 느끼는 그런 기분이랄까. 그런 동네에 여자 농구 스타가 나타난 거지. 그래서 학교 담임 선생님이 열렬히 응원한다는 얘기를 우리 애가 들었던 것이다. 거기다 지금 얘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가 농구다. 그래서 나도 팔짜에 없는 여자 대학 농구를 다 보게 됐다.

UConn을 상대로 한 준결승은 심장 쫄깃한 역전승이었고, USC를, 남가주대 아님, 맞이한 결승은 그냥 힘없는 패배였다. 농구 게임 맨날 져도 아무렇지도 않은 우리 아이인데, Caitlin Clark을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은 내게도 놀라웠다. 그 선수는 좀 달라 보이긴 했다. 커리나 릴라드처럼 장거리 3점을 쏘대. 그게 그 선수 플레이 스타일의 근본인 것 같더라. 그럼 그 여자 대학 농구 게임 자체가 NBA 경기처럼 재밌었냐 하면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쫄깃한 승부야 뭐 다 재밌지. 그런데 NBA에서처럼 탄성이 나올만한 플레이가 자주 나오지는 않았다. NBA가 괜히 NBA인가. 그래도 충분히 즐기고도 남을만한 경기였다.

NCAA 준우승을 끝으로 Caitlin Clark은 프로로 넘어갔고, 1순위로 Indiana Fever에 지명을 받았다. 사실 난 WNBA는 본 적이 없다. 대충 WNBA가 시장성이 없어서 NBA의 보조로 리그가 운영되고 있다고 들었다. 쉽게 말하면 돈이 안 된다는 뜻이지. 그러니 선수들 연봉도 얼마 안 된단다. 아무튼, 그렇다 치고. 바로 옆 주인 Indiana로 갔으니 우리 동네로 경기를 하러 오지 않겠는가. 아이에게 경기를 보여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 Chicago Sky vs. Indiana Fever의 스케쥴을 알아봤다.

6/23일에도 오고, 8/30에도 오네. 그런데, 티켓 가격이 미쳤다. $324부터 시작이다. 아니 내가 전에 보러 간 불스 게임도 $100 훨씬 미만의 티켓이 있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아무리 경기장이 좀 작더라도 진짜 이거 장사 안 되는 것 맞아? WNBA 티켓 값이 원래 이런가 싶어서 7/13일 토요일에 있을 Chicago Sky vs. New York Liberty 티켓 가격을 봤지. 이건 $23부터 시작이네. NBA 티켓도 인기 팀이 오느냐, 비인기 팀이 오느냐에 따라서 가격이 다르긴 한데 $324 vs $23은 너무 예상 밖이다.

근데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Caitilin Clark은 알아도 시카고 연고 팀 이름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 나도 New York Liberty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른다. 모르는 걸 원할 수는 없지. 사람들이 알고 또 원해야 거래가 되고 가격이 올라가는 거니까. 진짜 유연한 시장 경제를 목격하고 있구나 싶다. 진짜 이러다가 인디폴에 가서 경기를 봐야 할지도 모르겠네. 옛날에 밀워키 가서 불스 경기를 보기도 했는데 말이야.

또 새삼 이 시장 경제 참여자들의 과감한 행동에 놀랐다. $324라. 혼자 가서 보는 사람은 드물테고, 둘이 가도 $648인데 나는 많이 부담스럽다. 평소에 $25 하는 거라는 걸 생각해보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망설여질텐데 여기 사람들은 지른다. 이 사람들이 다 밀리언씩 버는 사람들은 아닐 것 같은데 말이다. 미국 사람들이 확실히 소비 성향이 높은 것 같다. 원하면 돈을 낸다는 원칙에도 충실하고 말이지. 이러니까 미국 사람들의 가계 저축률이 낮고, 또 가계 빚이 높으며 그걸 원동력 삼아 미국 경제가 굴러가는 모양이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 같다. 저축 말고 다른 재산 혹은 돈 나올 구석이 있다면 그래도 되지. 미국 다큐멘터리에서 어느 생활이 팍팍한 사람이 나와서 얘길 하는 걸 봤다. 아니 생활이 팍팍하던 사람이지. 그 사람의 경제적인 문제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상속을 받으면서 다 해결되었단다. 그러니까 본인의 재산이 별로 없고 직업도 대단하진 않았지만, 노후에 대한 고민 없이 번 돈 다 쓰면서 살 수 있었던 것이지. 압도적인 세계 GDP 1위를 얼마나 오랫동안 했나. 게다가 이건 현재 진행형이고 그 동안 쌓아온 부가 얼마나 엄청나겠지. 그게 다 미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거고. 그래서 저 다큐에 나온 사람처럼, 앞으로 받을 유산을 믿고 대충 앞가림만 하고 살아도 되는 사람 엄청 많을거다.

하지만 난 내 몸뚱이 하나 빼고는 믿을 구석이 없으니깐, 아끼고 저축 많이 하면서 살아야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