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imple Life

미국이 이 경제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정말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안보인다. 오바마 대통령도 얼마나 골치가 아플까. 이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가장 답답한 상황이던 IMF 시절을 생각해봤다.

금융위기가 오면서 나타난 현상 중에 중요한 것을 짚어보면 이 세가지다. 기업들의 줄도산, 은행의 줄도산 및 인수합병, 가계 실업으로 인한 구매력 저하. 이러니 경기침체가 안올래야 안올 수가 없다.

경기침체를 벗어나려면, 경기부양을 시키려면, 누군가는 돈을 풀어서 경기를 펌핑해야 한다. 그것도 잘 써야 경기가 부양되긴 하지만, 일단 누군가는 써야한다. 그 돈을 경기 부양이 되는 쪽으로 흘리는건 다음 문제지. 이 상황에서 가장 정석이라고 하는 방법은 정부의 재정지출이다. 좀 바꿔 말하면 정부의 deficit이다. 그런데 IMF는 돈을 빌려주면서 우리나라 정부에게 재정지출을 하지 말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이거 뭐 전형적인 깡패짓이다. 경기는 막장으로 달려가는데 정부에게 재정지출을 못하게 하면 그냥 확 망해버린다. IMF가 실제로 하는 일이란 게 developing country를 눌러앉히는거라고 하는 비판이 이래서 나온다.

경제의 3대 주체가 가계, 정부, 기업이다. 기업들은 줄도산 상태라 돈을 쓸 수 없고, 정부도 재정지출을 할 수 없다. 가계는 실업으로 당장 수입이 줄어든 상태. 이거 뭐 손발 묶어놓고 두드려 맞게 생겼다. 이 상황에서 김대중정부는 정말 묘안을 짜냈는데 그게 후일 엄청난 부작용을 불러왔던 카드 발급이다.

IMF 전까지 우리나라 가계의 저축율이 높은 상태였고, 부채는 낮았다. 당장 소득은 낮아졌더라도 경기가 회복되면 소득이 회복될 여지가 있었다. 그래서 가계가 엄청 빚을 내서 경기를 펌핑시킨다는 생각을 했고, 가계의 빚을 증가시키는 수단이 신용카드였다. 또 신용카드로 긁는 빚은 거의 100% 실물경제로 흘러가는 돈이지 않나.

정말 기가 막힌 한수였다. 그 방법이 아니면 도대체 어떻게 경기를 부양할지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물론, 이건 후일 카드사태를 불러오긴 했지만, 그건 또 노무현정부가 어떻게 땜빵을 잘 했다.

그리고 지금 미국을 보면, 참 김대중보다 더 답답할 것 같다. 일단 정부는 빚이 너무 많아서 재정지출을 할 수가 없다. 연방은행이 2번에 걸친 QE를 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또 할 수도 없다. 그리고 가계는 사상 최대의 부채와 높은 실업율로 고통받고 있다. 이미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가계부채 문제는 터져나왔다. 이미 가계부채가 높은 상태여서 신용카드 같은 건 대책으로 나올 수 없다.

마지막으로 기업인데, 기업은 정부나 가계와는 전혀 성질이 다르다. 정부는 거시적인 목표를 갖고 살신성인으로 지출을 할 수 있고 가계는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출을 해야된다. 그런데 기업은 다르다. 유망해보이지 않는 투자는 안하면 된다. 유지비 많이 들면 사람 자르면 된다. 불경기가 불보듯 뻔한데 어느 기업이 사람을 고용하고 투자를 하겠나.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이명박정부도 실수(?)를 했다. 돈을 대기업에 몰빵해주면 대기업이 돈을 써서 경기가 부양된다는 게 서민 털어서 대기업에 몰빵해주는 정책의 근거였는데 이렇게 믿었다면 무식한거다.

당장 미국정부가 해야하는 건 급증하는 국가부채를 어느 정도 막아서 정부의 재정 지출 여력을 다시 확보하는 거다. 재무건전성을 지키려면 또 해야되는게 두가지인데, 세금 더 걷고 지출 줄이는거다. 엉뚱한 지출을 줄이고, 경기 회복에 직결되는 지출을 늘이거나 동결하고 세금을 더 걷어야 된다. 그래서 오바마정부는 부시가 저질러놓은 감세 시한 연장을 거부했는데, 이걸 공화당에서는 증세라고 공격하더라.

감세를 하면서 소셜시큐리티 지출을 줄이라는 건데 이게 전체적인 미국의 재무건전성과 경기부양이라는 목표를 보면 도무지 앞뒤가 안맞는 소리다. 재무건전성이 목표라면서 왜 감세를 연장하냐. 오히려 증세를 하면 모를까.

이걸 보면, 미국이나 한국이나 돈많은 자칭 보수들은 전체 나라가 어떻게 굴러가는지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죽어나가든지 말든지 공적 시스템을 동원해서 지네 잇속이나 차릴 궁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당장 돈을 쓸 수 있는 경제주체가 없으니 경기 불황으로 빠져드는 건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럼 오바마는 여기서 무슨 수를 꺼내서 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내 생각엔 할 수 있는 카드가 없는 것 같아 보이는데 워싱턴의 똑똑한 행정가들이 무슨 천재적인 묘수를 꺼내놓을까.. 약간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도 된다.

미국 경제가 돌아가는 걸 보니, 강바닥에다 22조(실제로 공사를 동원해서 빚내서 때려박은 것까지 하면 거의 2배는 되지 않을까?) 때려박는 걸 보니 참 이명박이 보통 무식하고 나쁜 놈이 아닌 것 같다. 돈을 쓸 여력이 있으면 바닥경제에 직결되는 부분에다가 써서 경기를 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어떻게든 이권을 많이 따먹을 수 있는 방향으로 돌리려고 한게 아니냔 말이다.
반응형

'Simple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True맛Show(트루맛쇼)  (0) 2011.10.25
예전에 자주 듣던 노래  (0) 2011.08.29
살아남기가 쉽지 않네.  (0) 2011.08.15
SNS의 단점  (0) 2011.05.28
rejection letters  (0) 2011.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