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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cross road

어제 끓여둔 미역국에 밥을 말아먹고 회사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갔다. Immortals라는 영화였는데, 난 별로더라. 액션장면은 볼만했지만 대사가 영 안들리더라. 이제 일상생활에서의 대화는 그럭저럭, 아주 잘은 아니더라도, 들리는데 감정과잉의 액션영화는 아직도 안들린다. 그리고 그리스 로마 신화와 꽤 관계가 있는 내용인 것 같은데 그런 배경지식이 없다보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누가 물어보면, '막판 20분은 재밌는데 나머지는 지루했다.' 이렇게 대답할런다.

영화를 보고나서 간단히 요기를 하다가 내 과거 이력 이야기를 하게 됐다. 난 그냥 예전에 좀 안좋은 일이 있었다고 얘길 했다. 사실 그 안좋은 일은 내게 너무나 치명적이어서 내가 한때 되고자 했던 커리어를 완전히 접고 한단계 아래로 내려가야만 했다.

사실 그 일은 참 오래됐다. 그때는 너무나 억울했다. 내가 왜 그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게 없었는데 말이다. 너무나 억울하고 원통하고 분해서 폐인처럼 몇달을 살았다. 내가 그런 일을 겪어온 것을 받아들이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그런데 세월이 조금 지나서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았다.

그건 바로 남이 내 결정을 하도록 내버려둔 것이다. 물론 그런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 지독하게 운이 없었다. 하지만 옆에서 누가 나를 구워삶으려고 하던 최종 결정은 내가 하겠다고 단호하게 나섰어야 했다. 나도 모르는 새 일이 그런 식으로 흘러가버렸고, 당시 너무 어렸던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결정은 내가 할테니, 옆에서는 도와만 달라고 했어야 했다. 내가 혹시 너무 단호하게 나가면, 역시 내 결정에 관여하려는 사람의 의지 역시 꽤 강했으므로, 그 사람과 부딪히고 행여 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두려워 그냥 가만히 있었다.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가... 내 앞 일을 내가 결정하겠다는게, 그게 잘못된 게 하나도 없는데.. 지극히 정상인데 말이다.

이 정상적인 것을 못하게 한다면 그게 잘못된 것이고 그런 사람은 피했어야 했는데... 그때 내가 가진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고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 난 그때는 알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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