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물건을 쌓아놓고 사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필요한 게 아니면 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살다보니 뭘 사지 않고 살 수가 없네.
올해 사기로 한 것들이다.
1. 검은색 정장
2. 카메라
3. 아내 자전거
미국 와서 처음 산 정장은 회색인데 결국 검은색 정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에 정장이 여러벌 있긴 하다. 그 중에는 검은 색도 있다. 하지만 직장생활 처음 시작할 때 산 쓰리버튼 검은색 파크랜드 정장을 과연 지금 입을 용기가 있느냐고 물어본다면 안타깝게도 아니다.
그 검은색 정장은 물건을 한번 살 때 제대로 된 걸 사야 된다는 걸 배우게 해줬다. 대학 졸업식 때 입을 정장이 필요해서 싸구려 떨이 행사장 비슷한 곳에서 하나 사 입었다. 사입을 땐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다. 아무래도 비슷한 것들만 거기 널려 있으니. 그런데 얼마 못가 그걸 입기가 좀 부끄럽더라. 그래서 직장을 다닐 때 하나 산다고 한 게 바로 그 문제의 검은색 정장이다. 신기하게도 그것도 매장에서 골라 입을 땐 그리 나쁜지 몰랐다. 사실 한참동안 몰랐다. 정장을 잘 입지도 않고 내가 보는 눈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정말 이젠 그런거 못입을 것 같다. 장동건이 나온 광고는 멋있었지만, 장동건이 뭘 입어서 멋이 없겠냐.
대학 시절에 취미로 사진을 좀 찍었다. 그 때는 디지털 카메라도 아니었다. 나와 잘 맞는 취미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 직장다니는 내내 다시 시작하진 못했다. 직접 현상, 인화를 하다보니 시간이 너무 드는데 대학 졸업 후엔 그런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그동안 디지털 열풍이 불어서 모든 게 다 바뀌기도 했다. 일단 해본 게 있어놓으니 아예 안좋은 장비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대학 때 사용하던 고만고만한 수준의 장비를 디지털로 갖추자니 제법 돈이 들었다. 돈모아서 유학간다는 목표가 최우선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참고 살았던 거다.
결혼한 친구들 중에 괜찮은 카메라가 없는 집이 없어서 아내도 하나 사길 원한다. 그동안 장비 가격이 많이 싸져서 내가 원하는 장비를 갖추는 것도 쉬워졌다. 난 가장 기본적인 것만 사용하니까 놀랍게도 1000불 미만으로 해결이 되겠더라고. 아내도 허락을 했고 올해 Black Friday를 노려보자는데 과연 그때 원하는 카메라를 건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내가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았기 때문에 얼마나 자전거를 탈 수 있을지 잘 몰랐다. 그래서 대충 중고 싸구려 자전거를 사서 타고 다녔다. 솔직히 나보고 타고 다니라면 용기가 없어서 못탈 정도의 자전거인데 아내가 자전거에 대해서 너무나 무관심했던 덕분에 지금까지도 타고 다녔다. 하지만 이제 많은게 바뀌었다. 아내가 그 자전거가 많이 안좋다는 사실을 알았다. 뭘 대단한 걸 바라진 않더라도, 오늘 바이크샵에서 본 500불짜리가 마음에 든단다.
뭐 그냥 이런 것들을 사야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기치 않은 일이 생겼다. 뭐 인생이 다 그렇지 않은가. 아내의 laptop computer가 고장난 것이다. 고치기도 좀 애매했다. 내 laptop을 며칠 같이 썼는데 너무 불편하더라. 그래서 이번 labor day 때 세일하는 걸 하나 사버렸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 이렇게 생겨버렸다.
아내 컴퓨터
검은 색 정장
카메라
아내 자전거
이 모두 정말 가끔 사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가끔 생기는 일이 참 여러가지가 자주 생긴다. 사람이 살다보니 참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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