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재기라는 사람이 모금을 위한 투신 퍼포먼스를 하다가 죽었다. 아직 시체가 발견되기 전 당시 동아일보 영문판 기사를 본 외국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배를 잡고 웃는 것이다. 그 많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성별과 marital status를 가리지 않고 황당하다며 웃음을 참지 못하더라.
나는 성재기가 누구인지 몰랐다. 이 기사에 그 사람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되어 있었을 뿐이다. 한국에서는 나름 트위터에서 지명도 있는 사람이었고, 다양한 사람들이, 특히나 진영논리에 따라서 다양한 의견과 소회를 내놓고 있는 모양이다. 그의 죽음에 숭고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의 반응만 봐서는, 이 사건에 대한 인류 보편적인 감정은 '웃기다'인 것 같다. 첨언하자면 그 사람들 모두 좋은 교육을 받은 수준 높은 사람들이다. 남의 불행에 자기 자신을 위로나 해야되는 불쌍한 처지의 사람들과는 거리가 좀 멀다. 그 사람들이 여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가장 많이 쓴 말은 이런 것이다. reckless, crazy, waste
나 역시 이 뉴스를 보고 처음 듣고는 웬 미친놈이냐며 한참을 웃었다. 그 다음으로 든 생각은 이 사람이 가족은 없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저 기사를 본 외국인들이 웃음을 진정시킨 후에 역시 여러가지를 물어봤는데 다 비슷했다. 미친놈이냐? 가족은 없냐? 고인에겐 안된 일이지만 가족이 있는 제정신 붙은 사람이 할 짓은 아니어 보이는게 사실이니까 말이다. 제일 많이 웃은 대목은 “I’m confident that I can survive.” 여기다. 그리고 남성인권 운동을 했다는 대목에 흥미를 공통적으로 보이더라. 솔직히 나도 이게 뭔지 잘 감이 안오는데, 그 사람들 역시 처음 들어본다고 신기해했다.
위험한만큼 극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만약 투신 후에 전투수영으로 살아나와서 불고기 파티를 했다면 정말 어느 정도의 효과를 얻었을까? 물론 그 사람들의 지지자들을 뭉치게 하는 효과야 있었겠지만, 역시 목숨 가지고 장난을 쳤다는 비난도 듣지 않았을까. 주변 사람들은 성공했을 경우에 얻을 효과에 눈이 멀어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았던 것일까.
그리고 KBS의 저널리즘에 대한 비판이 빠지지 않았다. 기사에 언급된 대로 기자들에게는 code of conduct가 있다. 당장 기사거리에 눈이 멀어 윤리규정을 내버린 모양인데... 현장에 있던 기자가 처벌을 받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난 자살을 옹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괴로워서 목숨을 끊는 사람은 조금 이해가 된다. 그런데 성재기씨의 사고는 참 이해하기가 어렵다. 누가 괴롭히지도 않았고, 그다지 막장 인생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리고 죽어야 될만큼 뭘 잘못한 게 있는 사람도 아니다. 충분히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있었을텐데 왜 이런 무모한 선택을 해서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주었을까. 자신이 주변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 처음에는 웃었지만, 지금은 남겨진 사람들 생각에 안타까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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