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비가 비현실적일만큼 비싸다보니, 가능하면 병원 안가고 살았다. 약도 덜 먹고 살았다. 처음 미국 올 땐 한국에서 어지간한 구급약은 사왔기 때문에 딱히 약을 사먹을 일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사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미국 온지 5년이 넘었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겠나.
얼마전에 치과에 가서 처방전을 받은 게 있었다. 진통제였는데, 가능하면 안먹고 버텨보려 했다. 아 근데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이 아파오는거다. 결국 미국 와서 처음으로 처방전 들고 약국엘 갔다.
약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처방전이 필요한 약과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약이다. 후자를 OTC라고 부른다. Over The Counter의 약자인데, 금융에서도 널리 쓰이는 용어다. 내 처방전에는 타이레놀이 적혀 있었는데, OTC로 사는 타이레놀과 처방전으로 받은 타이레놀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OTC에도 타이레놀이 여러 종류니까 아마도 차이가 있긴 있겠지.
약 사러 갈 때 들고 가면 도움이 되는게 두개가 있다. 하나는 보험카드, 나머지는 HSA 카드다. 처방전이 필요한 약은 무조건 HSA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즉, pre-tax money를 사용하는거다. 그냥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사도 되지만, pre-tax money를 쓸 수 있으면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보험카드 역시 도움이 된다. 보험에서 어느정도 약값을 커버해준다. 이렇게 HSA 어카운트와 건강보험을 이용하면 뭐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약을 사러 갈 수 있다.
그런데 이 보험카드와 HSA 어카운트는 OTC 약을 사는데는 해당이 안되는 것 같다. 똑같은 타이레놀이라고 하더라도 처방전을 받아서 가면 $5만 내도 될 것이 처방전 없이 가면 $15를 내는 상황이 생긴다는 거다.
한국에서는 약국에 가서 처방전을 건내주면, 약 나오는데 몇분 걸리지도 않는다. 그런데 여기 미국에서는 시간이 꽤 걸린다. 약국에서 대충 15분 정도는 앉아서 기다린 것 같다. 붐비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또, 한국에서는 한번 먹을 양만큼 종이에 포장되어서 나오는데, 여기서는 그냥 작은 통에 타이레놀을 가득 넣어서 준다. 이 통이 꼭 Wanted에서 제임스 맥어보이가 먹던 약통이랑 똑같이 생겼다. 일반적으로 다 이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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