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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기억에 많이 남을 2015년

고개를 젖히고 눈을 감고 있으면, 눈 앞에 여러 장면들이 지나간다. 잘한 일, 못한 일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도. 좋든 나쁘든 간에 내게 중요한 기억들인 것 같다. 그 기억들이 내가 살아온 삼십여년의 시간에 고르게 분포해 있진 않다. 어떤 해의 일은 많이 떠오르고, 또 아무 의미가 없었던 해도 있다.

2015년에 있었던 일은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영주권을 받았고, 집도 샀고 차도 샀다. 친구들과도 더 돈독해졌고. 이런 단편적인 사실들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처음 사본 차도, 집도 아니니까. 하지만 이런 것들이 오랜 시간 후에도 기억할만한 일이 되는 건, 이들이 내가 시카고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겠지.

내가 이곳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참으로 오랜만에 가져본다. 학교나 회사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기분이다. 내가 그곳에서 아주 충실한 일원이었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말이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참 오래 살았는데, 왠지 내가 거기 평생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웃기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서울이 아니면 내가 일할 곳도 찾을 수 없는데.

비로소 내 생활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온갖 변수를 늘어놓고 이리저리 재던 시절은 끝났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던 상태도 벗어났다. 뭐 계속 일이야 생기겠지만, 제법 맷집이 생긴거지. 갑자기 누가 아파도 병원비 감당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야. 지금 사는 동네에도 정이 들었고, 직장에서도 편하게 내 일을 할 수 있다. 지금 내 상태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건 뭐 반 쯤 미치지 않고서야 말이 안된다.

남들보다 조금 자리를 늦게 잡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동안 일을 돌아보니 참 나도 열심히 달려왔구나 싶다. 2016년에도 이대로만 살아갈 수 있기를. 별로 여기 들어맞는 의미는 없지만 2014년에 찍은 사진 하나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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