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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미국에서 Private Financial Advisor 만나기

Chase에 saving account를 열러 갔다. 아무래도 시국이 시국인지라 고객은 아무도 없고 직원들만 드문 드문 서 있는게 분위기가 좀 그렇더라. 아무리 간단해도 계좌를 여는 거라 banker를 만나라 그러대. 기다리는 사람은 당연히 없으니까 바로 만났지. 얘야 뭐 나한테 계좌 열어주는 것 말고도 상품 팔면 좋으니까 이것저것 물어보더라. 아무래도 내 급여가 direct deposit으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에 내 수입은 당연히 알고 있을테고. 주로 내가 저축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 했다. 결국 이걸 도와줄 사람을 만나보지 않겠냐고 하더라.

난 파이낸스를 전공했고, 현재 금융산업에서 구르고 있어서 내 스스로 알아서 한다고 했다. 그래도 누구를 만나서 해가 될 건 없으니 만나볼 의향은 있다고 했고,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남에게 이걸 맡길 것 같진 않다고 했다. 괜히 헛된 기대를 주고 싶진 않았다. 그래도 좋다면서 바로 사람을 불러왔다. 그 사람은 Chase 직원이 아니라 JP Morgan 직원이었다. 뭐 당연히 그렇겠지만.

이미 약속을 한 것도 아니라, 그냥 간단히 인사만 하고 잡담 좀 했다. 그러고는 따로 약속을 잡고 진지하게 얘기를 해보기로 했다. 내가 스스로 자산을 운용할 뜻을 확실하게 내보였다. 이 사람들의 시간을 괜히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약속까지 잡은 걸 보니, 뭐 잘은 모르겠지만, 요즘 이렇게 은행에 찾아오는 사람도 좀 뜸 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뭐... 약속까지 잡은 게, 이유가 있긴 했다. 금융에 대한 지식은 내가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최근의 금융 시장 동향에 대해서는 좀 모르기도 하고, 얘네들이 뭘 해줄 수 있는지도 궁금했다. 나에게 어떤 가치를 더해줄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일까? 당장 공짜 check book도 필요없는데 말이야.

약속 시간, 내 포트폴리오를 정리한 엑셀파일을 들고 그 financial advisor를 만났다. 내 포트폴리오를 섹터별로 분류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주로 현 상태와 판데믹 이후 나의 판단과 실행한 것들을 그대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이건 좋은 판단이었고, 어떤 것은 나쁜 판단이었으며, 이 하나하나의 이유는 뭔지도 설명했다. 여기서 내가 받은 인상으로는 그 financial advisor가 포트폴리오에 운영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있는 것 같았다. 흥미 있는 소식으로는 요즘 JP Morgan에서는 이머징 마켓 비중을 늘리고 있단다. 내 포트폴리오는 100% 미국이다. 대형주부터 소형, 중형, 가치, 성장, 해외 등에 고르게 노출된 포트폴리오를 추구하는 것 같더라. 그러다가 한번씩 리벨런싱 하고. 이게 정석이긴 하지.

애기들 학자금 저축을 포함한 내 현재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본 후,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물어왔다. 내가 내년에 서버브로 이사갈 예정이어서 그런지 주로 애들 학자금, 은퇴 후 생활비에 대해서 물어보더라. 그리고 지금까지의 인풋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학교 다닐 때 많이 해본 Monte-Carlo simulation이다. 그러면서 내가 은퇴 후에 원하는 만큼의 여유를 누릴 수 있을 확률이 얼마인지 말해줬다. 학자금의 경우에는 애들이 in-state university로 가는지 private university에 가는지에 따라서 당연히 다른 결과가 나오는데, 그걸 지금 어찌 알고 대비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이게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분명히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시뮬레이션에 당연히 여러 가정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내가 보기에는 좀 심하게 보수적이었다.

아무래도 보수적인 이유가 있겠지. 어지간하면 달성될 것처럼 해놓은 금전적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고객이 화를 내는 일은 흔할 것이고, 그걸 피하려면 내 포트폴리오의 예상 수익률 같은 것들을 좀 작게 잡아놔야겠지. 너무 심하게 낮게 잡은 것 같은데. 그리고 수익률이 낮으면 금전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니까 저축을 좀 더 하시면서 우리 상품을 이용해보세요 뭐 이런 얘기를 꺼내기도 편할 테니까 말이야.

수익률도 좀 낮게 잡고, 인플레이션은 좀 높게 잡았는데, 물론 그 advisor는 보수적인 가정이라고 얘기를 해줬다. 허나, 이걸 fine-tune을 해야할 텐데, 나처럼 주식시장의 평균 geometric 수익률이 얼마인지 대충 머릿속에 넣어두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반 사람들은 이 가정을 봐도 감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일텐데. 물론 그런 사람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해볼 수 있는 것은 정말 큰 장점이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결국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 얘긴데, 뭐.. 내가 만난 advisor는 충분히 잘 아는 것 같긴 했다.

내 포트폴리오를 깠으므로, 내 자산이 얼마나 있는지는 이제 다 알았다. 그리고 그것들을 Chase 혹은 JP Morgan으로 옮겨오고 싶어 했다. 지네 private client 계정을 열고, 얼마 이상의 자산을 옮겨 오면 현금을 주는 프로모션이 있단다. 지금 당장 가진 건 없는데 가끔 이게 있으니까 프로모션 생기면 건너오라고 했다. 그런데 준다는 현금이 무려 $2,000이다. 야.. 이게 무슨.. 말이 되냐. 물론 나중에 여기서 세금을 떼가긴 하지만 내가 $2,000,000씩 옮겨온다면 이게 이해가 되는데... 아니 이 소소한 자산을 옮겨오는데 왜 이렇게 프로모션이 거대한지 이해가 잘 안된다.

옮겨온 자산 운용을 JP Morgan에 맡길 수도 있다. 이 경우 수수료를 내는데 자산이 많을수록 수수료율이 내려간다. 얘네들이 이것 때문에 이러나 싶어서, 난 내 자산 직접 굴리겠다고 확실히 말했다. 그런데도 나 같은 사람 끌어오는 게 정책이란다. 아마도 여기 계좌 만들어 놓고 거기서 향후 비즈니스를 할 여지를 남겨놓고 싶다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날은 당장 프로모션도 없고.. 딱히 내 포트폴리오에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 할 게 없었다. 그냥 자기네들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즉 내 자산을 갖고 시뮬레이션 해주고, 거기에 맡게 계획 짜주고 제안도 해주고 그런다.. 이런 걸 보여준 게 그날의 결론이다. 또 프로모션 생기면 연락 준다더라.

이날 내가 느낀 점은 말이지... 내가 지금까지 경험해본 한국의 어떤 증권/보험 advisor보다 훨씬 나았다. 아무리 내가 한국을 떠난지 10년이 넘었어도 비교하기 부끄럽다. 뭐 내가 상품을 가입하려고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는데, 정석에서 벗어난 이야기는 절대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일하는 것 같았다. 내 상황을 듣고는 지네들이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도 무리하지 않게 설명하고 말이지. 툴도 강력하더라. 현재 자산을 단순히 은행, 주식 계좌에 들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스톡 옵션도 넣을 수 있고, 미래 이벤트도 자세히 설정할 수 있었다. 정말 어느 누구가 와도 종합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릴 수가 있게 되어 있었다. 이게 만들기는 어렵지 않은데, 왜 한국에서는 구경도 못해본 건지 모르겠네.

이 사람을 만나기 전에 포트폴리오 분산과 세금에 대해서 좀 궁금했고, 질문을 했는데, 별로 뾰족한 방법은 없더라. 예상을 하긴 했지만.

그리고 이 financial advisor가 보통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 생각을 해봤다. 도움이 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난 내가 내 돈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 안다. 여기서 뭘 기대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 그리고 미래에 내가 돈을 얼마를 갖고 은퇴하든지, 딱히 지켜야 할 라이프 스타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에 맞춰서 살 자신이 있다. 평소에 가능한 저축을 많이 하려고 노력도 하고 있고 말이지. 이런 나조차도 시뮬레이션 결과로 나오는 내 은퇴 후의 모습이 조금은 구체적으로 다가오더라. 더군다나 과연 내가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갖고 은퇴할 수 있을 것인지, 또는 이 학자금으로 애들 주립대 보내기에 충분할지 전혀 감이 없는 사람도 있을거다. 막연히 걱정하거나 궁금해하기보다는 financial advisor랑 붙어 앉아서 얘기를 해보는 게 분명히 도움이 될거다. 이게 딱 정답을 주거나 그렇진 않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더 저축을 할 경우에 미래가 얼마나 달라질지 그런 감을 잡기가 쉽지 않다. 그런 사람들이 저축 목표 금액이나 은퇴자금 계획을 수립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한국에서 보험/증권 영업하시는 분들은 진짜 한숨 나오는 짓만 골라서 하시는데 JP Morgan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최소한 JP Morgan의 advisor가 시키는대로 하면, 내가 사색이 되어서는 당장 해지하라고 할 일은 드물 것 같다. 보통 사람들도 믿고 말을 섞어도 될 것 같다. 나도 내가 돈이 엄청 더 많아진다면 advisor를 만날 것 같다.

그렇다고 다들 JP Morgan을 찾아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TD Ameritrade, Vanguard 다 저런 서비스가 있다. 저런 시뮬레이션, 계획 수립도 도와주면서 돈도 운용해주는 것 같다. 심지어 얘네들은 robo advisor가 있다. 여기다가 운용을 맡기면 수수료가 JP Morgan보다 훨씬 낮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원하는 게 대충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에 자동화된 robo advisor가 가능한 모양이다. 저기서 커버 안되는 것을 하려면 사람을 만나야겠지. 물론 얘네들도 그런 사람 서비스가 있다.

며칠이 지나서 연락이 왔다. 현재 프로모션은 예전에 있던 것처럼 좋은 게 없네. 결국 내가 그 advisor에게 맡겨야만 $2,000 준단다. 그래서 거절했다. 난 내가 내 돈을 관리하고 싶다. 대단하지도 않은 금액인데 이걸 맡기는 것도 부끄럽고. 누차 강조했기 때문에 걔네들도 이미 잘 알고 있다. 다음에 다시 좋은 프로모션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그날 있었던 대화 한 토막이다.
"채권을 판 건 잘 했어. 요새 금리 때문에 채권 제법 내렸거든. 그런데 그거 판 돈을 스몰캡 성장주에 몰빵을 했냐. 제법 손해 봤겠는데?"
"아이고 그래 내가 미쳤지. 올해부터는 라지캡 가치주에 넣으려고 했었는데 그 순간엔 생각이란 걸 전혀 안하고 있었지 뭐야."

아 지금 생각해도 뼈아픈 실책이다. 이날 이후에 스몰캡 성장주 인덱스에서 일부 돈을 빼서 라지캡 가치주 인덱스에 집어넣었는데, 지금까지만 보면 또 backfire의 냄새가 스멀스멀 난다. 어이구 난 진짜 타이밍 잡는 건 잼병이다. 팔면 오르고, 사면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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