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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생산적인 Black Friday

내가 처음 미국에 왔던 2009년에는 Black Friday가 제법 큰 행사였다. 자정이 되기 전 Best Buy를 두 바퀴나 둘러싼 사람들도 봤고. 그런데 최근 10년을 돌아보면… 글쎄 그렇게 대단한 딜이 많이 뜨는 것 같지 않다. 따라서 뭐 대단한 걸 산 일도 없었다. 올해는 웬 일로 제법 돈을 썼네.

먼저 펠로톤을 드디어 샀다. 펠로톤 자전거와 가이드라고 뭔 TV 앞에 다는 카메라를 샀다. 나야 운동을 회사 짐에서 하니까 안 사야겠다 했는데 갑자기 마누라가 펠로톤에 꽂혀서 꼭 사야 된다고 그러더라고. 이 회사 상태가 지금 상당히 안좋기 때문에 분명히 딜이 뜰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더 좋은 딜이 뜨더라. 얼마나 좋은 딜이냐 하면 무려 정가에서 $900 깎아주고, 옛날에는 받았던 배달과 설치비도 무료. 뭐 이건 무료 된지 좀 되긴 했다. 거기다 추천해준 친구에게 $100짜리 옷 쿠폰까지. 총 $1,000짜리 프로모션이었던 거다.

물론 끼워 파는 악세사리 중에 필요 없는 것도 있고 필요 있는 것도 살짝 비싸게 파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1,000이면 진짜 괜찮은 딜 아닌가. 하기사 얘네들이 지금 급하긴 급하지. 아령은 어제 배달이 왔고, 자전거도 내일 모레면 온단다. 옛날보다 배달도 빨리 오네. 이제 마누라가 한국 드라마 좀 그만 보고 추천해준 친구와 운동을 하면 좋겠는데.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그 집 연말파티 때 비싼 와인을 사 가야겠다. 그리고 나는 회사 친구한테 예쁜 트레이너 추천 받아야지.

우리 마누라야 뭐 펠로톤도 사고 신발도 사고 이것 저것 많이 샀고, 나는 뭐가 고장나지 않는 이상 안 산다. 허나 올해는 내 생활에 아주 중대한 변화가 생겼기 때문에 필요한 게 생겼다. 그 변화라 함은 내가 오피스로 끌려갔다는 사실이다. 이는 7-8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교통으로 통근을 한다는 뜻이다. 서론이 길었다. Airpod Pro 2 샀다. Active Noise Canceling이란 걸 처음으로 산 것이다. 와 이게 진짜 너무 신기할 정도로 대단하네. 기차를 타면서도 볼륨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사람들이 그래서 이걸 다 귀에 꽂고 있구나. 너무 깊은 인상을 받았고, 앞으로 내가 대중교통을 사용하는 한 구형 이어버드로는 못 돌아갈 것 같다.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왜 이제껏 몰랐냐고 타박하더라. 근데 내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회사에 끌려나오기 전에는 하루 종일 집에 있었는데 이런 게 필요가 없었고 시카고에 살 때는 자전거로 통근을 했다. 그 전에는 이 기능에 들어간 이어버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큼지막한 헤드폰이어야 있었지만 겨울에 털모자 쓰고 그걸 얹고 다닐 수도 없는 일이니까. 여차저차해서 첨단 기술의 세례를 늦게 받았는데 당장 내년이라도 비행기를 탈 일이 생기면 온 식구들한테 이 기능이 들어간 헤드폰을 사줘야겠다.

이 것 말고도 바베큐 할 때 쓸 온도계를 하나 사려고 했는데, 역시나 내가 사려고 하는 건 세일을 안 하네. 뭐 매년 그랬지. 이래서 내가 Black Friday 신경 안 쓰고 산 거고. 그냥 딜이 뜬 건 아니지만 필요한 물건이니까 사긴 사야겠다.

결론적으로 올해에는 좋은 딜도 찾았고, 돈도 많이 썼고, 우리 생활에 큰 도움을 줄만한 것들을 샀으니까 얘네들을 잘 쓰는 미래를 기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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