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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전기 lawn mower 사용기

나는 애들 교육에서 제일 중요한 게, 부모와 아이가 뭘 같이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애한테 좋다는 거 부모가 일방적으로 시켜봐야 의미 없다. 꼭 내가 Freakonomics에서 ‘What makes perfect parents’ 읽고 나서 이러는 게 아니라 평소부터 갖고 있던 생각이다. 애들에게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줘야 된다. 아빠가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어떻게 접근하는지 등등. 이런 건 애들한테 설교 해봐야 소용 없다. 직접 같이 뭔가를 하면서 보고 배우는 거지.

근데 애들이랑 뭔가를 하는 게 만만치 않다. 일주일 내내 뼈빠지게 일하고 마누라 비위 맞추는데 진짜 내 에너지의 대부분을 다 쓰고나면 그냥 좀 쉬고 싶다. 이래서 육아를 잘 하는 건 공짜가 아닌 것이지. 그냥 아빠의 몸과 마음을 다 갈아 넣어야만 이게 가능한 거다. 뭐 하여간 그래서 뭔가를 같이 해야 하는데 뭘 하면 좋을까 하다가 그냥 정원 관리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정원 관리도 일이 많지. 그 중에 spring cleaning과 mulching 같은 건 너무 빡세고, 비교적 만만한 잔디 깎기를 같이 하기로 했다. 그냥 나 혼자 결정했다. 작년엔 우리 정원을 관리해주는 업체의 패키지 서비스를 썼다. 올해 다른 서비스는 다 해달라고 하면서 이 잔디 깎는 것만 내가 하면 오히려 돈을 더 쓰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뭐 그래도 돈 몇 푼보다 아이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니깐 그러기로 했지. 근데 말이 같이 하는 거지, 내가 잔디를 깎는 동안 얘네들은 그냥 인도에서 스쿠터 타고 논다.

잔디 깎는 기계가 얼마나 많냐. 그거 다 리서치하고 뭐 어쩌고 할 시간도 없고 해서, 우리 옆집 아저씨가 쓰는 걸로 샀다. Ego Power에서 나온 전기 lawn mower다. 그걸로 다 된다 하대. 우리 옆집과는 snow blower도 똑같은 걸 쓰고 lawn mower도 똑 같고 펜스도 같은 업체에서 해갖고 정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아무튼 이걸 지난 추수감사절 근처에 세일을 좀 하길래 냉큼 사서 차고에 넣어뒀지. 배터리는 따로 빼서 지하에 넣어뒀고.

드디어 봄이 오고 잔디를 깎을 때가 되었다. 진짜 제대로 lawn mower를 돌려 본 것이다. 근데 반도 못 깎았는데 배터리가 나가대. 아무리 일주일 동안 충전기 위에 올려놔도 똑 같더라. 우리 옆집 아저씨한테 들은 바로는 절대 이래서는 안 되는데 말이다. 혹시나 해서 배터리 가격을 봤는데 $400이다. 옆집 아저씨가 lawn mower 기계는 얼마 안 하고 이게 다 배터리 값이라고 하더니 진짜였네. 시발 좆 됐구나 싶었는데 혹시나 해서 고객센터에 전화를 돌려봤다.

아.. 뭐 쉽진 않더라. 오류인 게 분명한 증상들이 있고 그 증거를 대도 진행을 안 해줄라 하대. 결국 그 쪽이 시키는대로 테스트를 하고 나서야 불량을 인정하고 replacement를 보내 준다대. 근데 또 out of stock이라면서 나중에 제품 들어오면 보내준단다. 아니 아마존에도 재고가 있고, ace hardware에도 재고가 있는데 이게 무슨 소린지 기분이 안 좋았지만 콜센터에 있는 상담원한테 따져봐야 뭐가 되겠나. 그냥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전기 배터리 들어가는 제품은 제대로 사야겠다. 중고 장터에서 업어 오거나 그러지 말고. 진짜 배터리가 이렇게 비싼 줄 몰랐다. 물론 고객센터에 전화도 여러 번 했어야 했고, 지금 겪는 불편함이야 상당하지만 워런티가 있는 게 어디냐. 전기 lawn mower를 써보니 확실히 편한 점은 있다. 가솔린 쓰는 모델에 비하면 유지보수가 없다시피 하고 소음도 훨씬 작다. 근데 중간에 배터리가 나가면 그렇게 난감할 수가 없네. 다행히 rapid charger라고 충전이 생각보다는 빨리 되는데 이것 갖고 잔디 깎는 알바는 영 못 할 것 같다.

그리고 family event로써의 잔디 깍기는 기대했던 대로 되는 것 같다. 해가 뉘엿뉘엿하게 내려간 오후 5시는 밖에 나가 있기에 딱 좋다. 애들도 집 안에 틀여박혀 있는 것보다는 밖에 나가서 아빠 구경 하는 걸 더 좋아한다. 가끔은 민들레도 뽑는다. 내년 쯤 되면 잔디를 같이 깔아볼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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