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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희망이란 좋은 것일까? 아니면 나쁜 것일까?

The Shawshank Redemption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의 포스터를 본 건 언제가 처음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고등학생이던 때였던 것 같다. 나는 이게 무슨 액션 영화라고 생각했다. 근데 포스터에 걸린 인물들을 보면, 하나는 유약해 보이는 샌님이고 다른 하나는 노인네. 이 사람들 갖고 무슨 탈옥 액션을 보여준단 말인가. 대신 아놀드 형님의 얼굴이 박혀 있었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극장으로 갔을 게다.

그 시절 난 온갖 쓰레기 같은 영화를 다 섭렵하면서도 이 영화는 보지 못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훌륭한 영화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기회가 없었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도서관에다 이 영화를 신청했고 지난 주말에 30분씩 끊어가며 겨우 감상할 수 있었다.

좋은 영화다. 줄거리도 그렇고 만듦새도 그렇고. 그 옛날 봤던 쓰레기 영화 중에 하나 대신 이걸 봤으면, 뭐 그렇다고 내 인생이 바뀌지는 않았겠지만,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내 인생에서 같은 2시간이라는 게 참 뭐…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지만 난 그 중에서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인상 깊었다. 희망, 희망은 위험한 것이기도 하지. 바라는 게 많으면 불행하대잖아.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게 희망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랬다. 내가 오랫동안 품었던 희망을 포기하자 나는 행복해졌다. 희망을 이루면 글쎄 아마도 더 행복했겠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손에서 떠나간 꿈을 평생 가슴에 품고 안타까워하느니 그냥 난 툭툭 털고 정리를 한 거다. 그냥 포기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내가 더 행복해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포기로 뭔가가 나아지다니.

하지만, 인생이란 게 그리 쉽나. 뭔가 얻어 걸리는 일은 아주 드물다. 나는 지금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이 행복이라는 게 내가 어떠한 가족을 꾸리겠다는 목표가 없었다면, 따라서 내가 노력하지 않았더라면 실현되지 않았을 거다. 즉, 내가 희망을 갖고 뭔가를 했기 때문에 행복해진 것이지. 희망이 없었다면 내가 행복해지는 일은 없었을테니. 희망이라는 건 좋은 것이고, 어쩌면 가장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 말한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에서 말한 것은 희망의 양 면인 것 같다. 희망은 위험한 것일 수도 있고,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아무 희망이나 가져서는 안된다는 얘기인 것 같다. 사람이 가져야 하는 희망은 busy living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희망이다. 나에게 인생이라는 건 뭔가를 하는 것이다.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희망은 여기에 동력이 된다. 아주 강력한 동력이지. 하지만 남이 뭘 해주기를 바라고 살거나, 얼토당토 않은 꿈을 꾸고 있다면 인생에는 독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몸을 움직여서 뭘 이루겠다는 희망은 인생을 다르게 살게 해준다고 믿는다.

이 밖에도 이 영화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익숙함이라든가. 익숙해진다는 것은 어쩌면 죽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룩스는 목을 맸을 때 죽은 게 아니다. 이미 교도소에서 죽어 있었지. 거기서 나가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사람이란 본능적으로 편한 자세를 찾게 되어 있다. 그 편한 자세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지.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하며 불쾌함을 기꺼이 마주하겠다는 자세가 없으면 그냥 죽은 거나 다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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