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on Music이 좋긴 좋네. 옛날에 즐겨 들었던 015B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봤다. 얼레.. 새 앨범이 있는 게 아닌가. 대충 2018년부터 활발히 새 음반을 내놓고 있었더라고. 여전히 그들다운 감성이 느껴지는 음악들이었다. 내가 요즘 한국 가요를 듣지는 않아서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으나, 사실 요즘 트랜드에는 조금 맞지 않는 것 같다. 뭐 근데 세상에 유행이 돌고 돌잖아. 거기에 나를 끼워맞추는 건 참으로 번거로운 일이다. 뭐가 유행하는지보다 나한테 맞으면 그만이지. 나에게 좋은 음악이면 그만인 거다.
대학교 1학년 땐가 2학년 땐가 처음 실연이라는 걸 당했다. 정말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경험이었지. 그 힘든 와중에 친하던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서 내 얘길 털어놓았다. 어떻게 지내는지, 심정은 어떤지, 그리고 무슨 노래를 듣는지. 내 얘길 묵묵히 듣고 있던 그 형이 첫 마디를 내뱉았다.
“존나 015B 노래만 듣고 있구만.”
그들 노래의 많은 장점 중에 하나는 감정에 솔직했다는 거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말빨이 딸려서 못 하고 있는데 누가 대신 그 말을 조리있게 해줬을 때 가슴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있잖아. 그들의 노래를 들었을 때도 비슷한 기분을 느겼다. 내 무너진 심정을, 어디다 말도 못 하는 그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며 같이 펑펑 울어주는 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런데 요즘 이런 건 ‘쿨하지 못한 것’, ‘찌질한 것’으로 치부되는 것 같다. 마땅히 그러지 말아야 하는 것 말이다. 헌데 그 억장이 무너지는 감정을, 내 자신의 감정까지 속이는 게 건강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안 그런 척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시험에서 일등도 먹고 하더라도 다시 나의 공간으로 돌아와서는 내 감정을 날 것 그대로 털어놓는 게 더 낫다고 난 생각한다.
새 노래들을 듣던 와중에, 325km이라는 요상한 제목의 노래가 특히 좋았다. 근데 이 노래는 일부러 1990년대 작법으로 만든 노래라고 하더라고. 그 시절 코드 진행, 악기 뭐 이런 거 말이다. 나도 어쩔 수 없는 90년대 학번이구나 싶었다. 이걸 만든 그들도 뭐 늙어가는 건 마찬가지이지. 뭐 그래도 좋다. 아파트로 히트 친 로제 같은 아가씨는 절대 만들 수 없는 노래 아닌가.
여담으로 로제의 아파트는 정말 큰 히트를 친 것 같다. 초등학생들 댄스 파티에 갔는데 이 노래를 모르는 애가 없더라고. DJ도 얘네들이 이 노래를 당연히 알고 있으며 얘네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불러낼 수 있는 노래로 생각하더라. 나는 브루노 마스의 Die With A Smile을 좋아하긴 하는데 흥얼거리는 거나 하지 이렇게 따라 부를 정도는 아닌데 말이다. 서로 마이크를 넘겨받으려 아우성치는 미국 서버브 백인 초등학생들을 보고 있자니 좋은 음악 앞에는 인종이고 국경이고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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