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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Safety Base

우리 딸 참 손이 많이 가는 애다. 특히 킨더 때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것 때문에 정말 많이 걱정 했고, 시간과 자원도 많이 쏟아부었지. 이제 애가 확실히 학교에서 자기 자리를 찾은 것 같다.

며칠 전에 어느 남자 아이의 생일 파티에 우리 딸이 초대됐다. 당연히 그 많은 아이들 중에 우리 딸만 여자였지. 보통 이러면 잘 못 논다. 그런데 우리 딸은 어찌나 잘 노는지 이렇게 밝고 자신감 있게 떠들고 어울리는 모습은 처음 봤다. 농담이 아니다. 말하는 것도 아주 큰 목소리로 말하고 애들이 떠드는데 같이 끼는데 어떠한 어색함이 없었다. 그 동안 여자 애들 생일 파티 같은 데 가서 보던 모습과 딴 판이었다. 물론 우리 애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애를 대하는 다른 아이들의 모습도 딴 판이었지. 확실히 자기가 여기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느끼더라.

저걸 가만히 보다보니, 이게 학교 선생님들이 보는 모습이겠구나 싶었다. 자꾸 학교에서는 우리 애가 다른 친구들하고 잘 지낸다고 하는데 학교 밖에서 여자 애들 모인 데 가면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이 남자 애들 무리가 자기 safety base가 되어주고, 또 본인도 여기 safety base가 있다고 느끼다보니까 저렇게 자신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여자 애들 노는 데에도 한 번씩 기웃거리는 거다. 만약 자기를 받아주지 않으면 그냥 남자 애들 노는 데로 돌아가면 되니까 이런 시도도 할 수 있는 것이지. 물론 대부분 안 받아들여지는 것 같던데 그래도 쿨하게 다시 얘네들과 놀 수 있으니까 상관 없는 거지. 이래서 학교 선생님들이 얘가 가끔 여자 애들 있는데도 간다고 했던 거다.

똥개도 자기 동네에서는 먹고 들어간다고 하잖아. 참 웃기지만 safety base가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다. 포트폴리오 짤 때도 믿는 구석이 있으면 공격적으로 짜고, 쥐뿔도 없으면 안전하게 짜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지. 부자가 되는 것보다 안 망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말이야. 우리 애가 학교 다닌지 4년만에 드디어 자기의 safety base를 확실하게 만들었고, 본인도 인지하고 있다. 보통 애들은 그냥 다닌지 1, 2주만에 아는 건데 우리 애는 참 오래도 걸렸다.

여자 아이들에게는 여자 아이들로 된 친구 무리에 남자 아이인 친구 한 둘이 있는 게 이상적이다고 하고 나도 이해는 한다. 그런데 그건 말 그대로 이상적인 상황을 말하는 거고 우리 애 입장에서는 지금이 그냥 딱 맞다. 남자 아이들하고 어울리니까 장점도 있는 것이, 여자 애들이 지랄을 못 한다. 괜히 지랄하다가 남자 애들을 상대해야 하니까. 나도 어릴 때 생각해보면 여자 아이들을 다 내 발 아래로 봤다. 정말 우습게 봤다. 여자 애들 하는 건 다 재미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걔네들이 남자 아이들이 하는 놀이를 같이 하면 뭐 짐짝 밖에 안 되니까. 그나마 공부라도 잘 해야 좀 사람 취급을 해줬었다. 얘네라고 뭐 크게 다르겠나.

드디어 아이가 정상적으로 학교에 적응하고 있으니까 나도 좀 한시름 놨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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