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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Peloton 구독 끊었다

펠로톤을 쓴지 대충 5년은 된 것 같다. 마누라가 운동 해야겠다며 Peloton 매장에 가서 Bike, Guide, 요가 매트 두개, 우리 부부 자전거용 클릿 이렇게 사 왔다. 덤벨도 3쌍이나 업어 왔네. 아무튼 그렇게 사왔는데, 내가 알기로 우리 마누라는 2번인가 밖에 안 썼다. 그냥 나 혼자서 썼지.

그 때는 워낙 애들도 어려서 gym 같은 데 가서 운동을 할 수도 없었다. 딱히 대항마라고 할만한 서비스도 얼마 없었지. 그냥 Peloton이 홈 트레이닝 시장에서 압도적인 질과 양의 컨텐츠를 제공했다. 오죽하면 홈 트레이닝계의 Netflix라고 했으니까. 그래서 나도 마누라가 이걸로 운동을 할 것 같진 않지만, 나라도 잘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크게 반대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Peloton은 커뮤니티 효과가 있다고 했다. Peloton 추천한 아내 친구도, 우리가 추천인에 넣어줘서 $100 짜리 쿠폰을 받았다고 한다, 이 커뮤니티에 대해서 아주 좋게 말했지. PelotonMom 하고 우리 동네 치면 사람들 쫙 나온다고. 새로운 동네에 이사를 왔으니까 여기 사람들한테 다가갈 필요가 있고, 그 사람들도 Peloton 많이 하고 있을테니, 사려면 이걸 사야 된다 뭐 이런 생각이었다. 나도 우리 애들 친구들 집 가면 Peloton 있는 거 많이 봤으니까 이 동네 사람들이 많이 쓰는 건 사실이다.

5년이 지났다. 우리의 상황이 어떻게 흘러갔으며 당초의 기대는 얼마나 충족했나. 일단 애들이 좀 커서 숨 좀 돌릴 수 있으니까 마누라는 테니스를 치러 다니고 있다. 우리 딸은 농구하고 골프 좋아한다. Peloton을 안 한다 이게 아니라 아예 딴 걸 하고 있는 게지. 집에서 운동 하는 건 나 하나. 그리고 Apple Fitness+가 홈 트레이닝 시장의 절대 강자로 등극했다. 커뮤니티 효과에 대해서 말해보면, Peloton을 통해 알게 된 사람 하나도 없고, 누구하고 같이 Peloton으로 뭘 한 적도 아예 없다.

개인적인 사정을 보면, Peloton Guide를 써먹기가 어려워졌다. 지하실 리모델링이 끝나고 TV와 Peloton Guide를 연결해서 쓰려는데, 마운트를 잃어버렸더라. 내가 어디다 버리진 않았을텐데, 애들 장난감 통 이런 데 들어가 있는 모양이다. 찾을 길이 요원하다는 뜻이지. 그래서 마운트를 다시 구하려고 하니 Peloton에서는 이걸 단종시켜서 중고 마켓에서 알아서 구하라고 하네. 벽걸이 TV에 연결하려니 이것 저것 필요한 것도 많고 해서 상당히 귀찮아졌다. 이러느니 그냥 iPhone을 TV에 cast하는 게 낫겠다 싶더라. 게다가 구독료가 한 달에 $50로 올랐다. Apple Fitness+는 1년에 $79인데 말이야. 이리하여 Peloton 구독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 상태다.

Peloton 회사의 사정을 보면 말이야, 이게 얼마 전에 흑자로 돌아서긴 했다. 이 흑자는 다름 아니라 구독료를 올렸기 때문이다. 구독자 수는 오히려 줄었다. 1년 새 8%나 말이다. 새로운 이용자는 못 끌어들이고 오히려 기존 이용자가 이탈하는 상황. 요즘 들어 추세가 줄었다고 하니 구독료 인상 충격으로 빠질만한 사람은 대충 다 빠진 모양이다. 하지만 성장 엔진이 꺼졌다는 게 많은 걸 시사한다. 니치 마켓의 작은 이용자 풀에서, 험하게 말해서 고인물들에게서, 높은 구독료로 수익을 내는 게 지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이란 거지. 한 때 많은 사람들이 홈 트레이닝계의 왕이 될거라고 예상했고 예전엔 그러기도 했다. 성장해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뤄서 뭐 어찌 이 바닥을 접수한다. 당초 기대는 이랬는데 반대로 갔다. 내가 이 회사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게 다행이다.

재무 상태야 그렇다 쳐도 상품과 서비스를 봐도 성장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Peloton Bike는 보통의 spin bike보다 훨씬 비싸서 진입 장벽이 높은데다가 구독마저 나 같은 사람에게는 가성비가 안 나온다. 보통 사람들에게 어필할 구석이 없다는 뜻이지. 부유한 사람들은 $50 이거 아무 일도 아닐테니, 아무리 Peloton Bike가 비싸도 여기 남아 있을 수 있지 않냐 뭐 이래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부유한 사람들이 먼저 플러그를 뽑았다. 왜냐하면 그 사람들은 일찌감치 gym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가족 이용료가 한 달에 $400-$500 하는 그런 gym 있잖아. 그런 곳으로 돌아가서 운동도 다양하게 빡세게 하고 커뮤니티 효과도 누리고 있다. 그런 사람들 중에 까먹고 구독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물론 있긴 한데, 그걸 노렸다고 하기에는 서비스로 승부하지 못 하고 그런 요행수를 바라고 비즈니스를 하는 이 상태가 이미 문제라는 거지. 결국 메인 시장에서 승부를 못 하고 니치 마켓에서 살아남는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

그럼 Peloton이 뭘 했어야 했나? 진입 장벽을 낮췄어야지. Peloton 자전거 산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높은 구독료로 벌을 주진 말았어야지. 기타 등등 해서 대량의 구독자를 확보하는 걸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애먼 공장 부지에 현금이나 태워먹는 짓은 굳이 할 필요 없었잖아. 뭘 해도 여유 있을 때 할 수 있는 거지 이제 와서 애플에 맞불을 놓을건가 어쩔건가? 회사 경영이라는 건 참 어렵다. 시장을 이기는 비즈니스란 없는 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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