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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Life

기독교인으로부터의 꾸짖음

어제 할로윈 파티에 갔다가 아주 늦게 들어왔다. 따라서 당연히 늦잠을 자고 브런치 레스토랑에서 간단히 커피와 식사를 하며 NYTimes에서 유로존 위기와 중국과의 관계를 조명한 기사를 보고 난 후 앞으로 세계 금융위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한참을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유 노래를 들으러 유튜브에 들어갔다 겸사겸사 블로그에 들어와보니 이런 댓글이 들려 있네. 그것도 비공개로.

http://sharpe.tistory.com/60

댓글이 달린지는 며칠 지났는데, 몰랐다. 블로그에 잘 안들어와서이기도 하고 댓글을 누가 달거라 기대도 안하기도 하고. 이 댓글을 보면 비기독교인을 "우매한 중생"으로 폄훼하는 전형적인 기독교인의 시각이 느껴진다. 이해한다. 나도 기독교인일 때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 댓글은 무례하지만 이 사람 자체가 망나니라 이런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름 예의를 갖춘다고 한게 이거라는 거, 정말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도 예의를 갖춰서, 그 사람이 볼 리는 없지만, 답글을 하나 써본다.


개신교와 한국의 역사는 그리 쉽게도 의심하고 허점을 파고 들면서 당신이 성경보다 더 믿고 의지하는 그 과학이라는 '학문'은 얼마나 허점 투성이며 오류 덩어리인지 알고 계실텐데도 맹신하시는 이유를 잘 모르겠군요.

블로그 글들을 간단하게만 읽어봐도 얼마나 회의적이고 우울한 인생관을 갖고 계시는지 잘 나타나 있는데 아마 짐작하기로는 어린 시절 부모님 또는 교회로 부터 입은 상처가 커 부모님이 의지하는 기독교에 대한 막연한 보복 심리로 보이네요.

당신의 부모님도, 가족들도, 교회의 목사님 및 성도들도, 이 세상 모든 사람 하나하나가 인간이기에 실수 투성이며 불완전한 것을...

늦기 전에 오류 덩어리인 인간들을 보지 말고 성경에 나와 계시는 하나님과 예수님, 그리고 그분들이 보내신 성령님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얕은 지식에 가득차 교만하여 기독교를 부정하며 지금처럼 하루하루 삶에 의미도 없이 살아가질 않기를 바랍니다. 비록 누군지 모르지만 당신의 영혼이 구원을 받도록 기도드리겠습니다.

가기 전에 당신이 그토록 맹신하는 과학적인 질문 하나만 던져드리지요. 이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힌트: 무에서 유는 창조 될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시간의 시작점은 과연 어디일까요? 빅뱅이 사실이라면 빅뱅을 일으킨 그 가스들은 어디서부터 생겨난 것일까요?) [비밀댓글]


제 친한 친구 하나가 여기 제 글을 보더니, 글만 보면 무슨 음울한 루저인줄 알겠다고 하던데 정말 그렇게 오해하신 분이 나타났군요. 하지만 여긴 제가 아주 꿀꿀한 기분이 들 때마다 그냥 넋두리나 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제 주변사람들 중 여길 아는 사람은 별로 없고 글들에도 제가 누구인지 알수 있는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아마 사람들이 좌절하거나 기분이 매우 안좋을 때 한 넋두리를 모아본다면 제 글들보다 훨씬 음울할겁니다. 이런 말을 하긴 좀 쑥스럽지만, 실제 제 모습을 보신다면 아마 꽤 잘난 사람이라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국 역사, 기독교 역사를 의심하고 과학을 맹신한다고 말씀하셧는데, 제가 의심한 건 기독교에서의 주장이지 그들의 역사가 아닙니다. 칸토어의 대각선 논법이 궁금해서 찾아보면 그걸 의심하는 겁니까? 의심이라는 말 뜻이 '누구에게 불리한 정보를 찾아서 알게 된다'는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교회에서 저런 의미로 "의심"이란 말을 쓰는 사람들 꽤 봐오긴 했습니다만. 저는 그냥 궁금해서 공부했을 뿐입니다. 알고 싶어서요.

맹신이란 말은 근거가 없이도 혹은 반대의 증거가 아주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믿는거겠죠. 쉽게말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믿는 겁니다. 바꿔 말하면 자신이 믿는 것이 맹신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합리적으로 조금은 묻거나 따지는 과정이 들어가야 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과학이 오류에 가득찼는데도 제가 맹신을 한다구요? 최소한 과학이란 게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립되어 가는건지는 아신다고 가정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학문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것 중에 오류가 가득찬 게 뭐가 있죠? 만약 그런걸 아신다면, 그리고 그걸 발표한다면 노벨상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전 지금 학문이 무결할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오류에 가득찼다고 주장하시는 학문에서 하나의 가설이 정설이 되기까지의 합리적인 의심을 과연 성경책의 이야기들이 통과할 수 있을까요?

물론 통과 못합니다. 구체적으로 노아의 방주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배운 mechanics를 갖고 보면, 나무라는 재료로는 그렇게 큰 배를 만들 수 없습니다. 덩치가 커지면 거기에 따른 응력도 커지는데 나무라는 약한 재료가 그걸 버티지 못합니다. 건물을 예로 들어보면, 나무로 2층짜리 집은 지어도 20층짜리 건물은 못짓지 않습니까. 철근콘크리트 구조로는 2층 이상의 건물 지을 수 있지만 그것도 아주 고층으로 가면 약해서 대부분의 고층건물과 모든 초고층 건물은 철골구조로 만들어집니다.

노아의 방주는 가장 기초적인 학부수준의 mechanics로도 이렇게 반대의 증거가 명확합니다. 이러함에도 믿는다면 그거야말로 맹신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배운 mechanics가 틀렸거나 성경이 틀렸거나 둘 중 하나란 건데, 현대의 역학이 틀렸다면, 증명방법은 간단합니다. 그정도 되는 배를 성경에서 나온대로 나무로 만들어 보이면 됩니다. 성경에 따르면 청동기시대 남자가 혼자서 그 배를 만들었죠. 그게 사실이라면 현대에서 못만들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성경에 그 배를 노아 혼자서 만들었지 하나님이 도와줬다고 나오지 않습니다.

그럼 이렇게 말하는 기독교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시대의 나무는 좀 달랐을 지 누가 아냐?" 말이 안되죠. 하지만 이걸 넘어가주더라도 다른 수많은 비슷한 수준의 오류들이 있습니다. 그런 오류들도 다들 저런 수준으로 허술하게 넘어가려고 하죠. 그럼 묻습니다. 현대의 mechanics가 겨우 저런 수준의 과정으로 확립됐습니까? 어떻게 완전하다는 성경이 오류가 가득 찼다는 현대의 학문보다 더 허술합니까?

이 외에도 수많은 증거가 있습니다. 성경이 옳다구요? 그러면 쉽습니다. 거기 배치되는 논거가 틀렸다는 걸 보여주시면 됩니다. 그냥 뜬구름 잡지 않고 노아의 방주 이야기 나오면 mechanics가 틀렸다는 걸 보여주면 되죠. 그리고 노아의 방주 이야기 하나를 사실로 만들려면 mechanics 뿐 아니라 수많은 분야의 정설을 뒤집어야 되는데 그 중에 성경보다 허술하게 믿어지는 건 하나도 없습니다.

혹시 본인이 성경을 '맹신'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십시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성경이 사실이라는 근거가 있어서 믿고 있습니까?

그리고 또 이런 걸 보면 답답한 것이 굳이 제게 포교를 하고 싶고, 또 제가, 수많은 오류에도 불구하고 믿어야한다 혹은 제 의심이 잘못됐다고 말씀하시는거라면 최소한 제가 원래 쓴 글에서 제기한 의문에 답은 주시고 말씀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아쉽게도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혹시 그런 수준의 질문도 한번 안해보시고 그냥 믿으시는 건가요?

성경엔 오류가 많지만 거기 나온 하나님과 성령을 보라는 사람도 봤습니다. 그런데 성경이 오류투성이라면 거기서 묘사하고 있는 신을 믿는 건 무슨 의미가 있죠? 성경책에서 묘사한 역사적 사건들이 사실이 아니라면 성경 자체의 credibility가 떨어지는게 당연한건데 말입니다.

그리고 제게 제기한 의문에 대해서 제가 답을 해보겠습니다. 사실 이런 식의 질문은 교회에서 많이 하죠. 저도 한 때 교회에서 열심히 그들의 주장을 열심히 읽었기 때문에 왜 저런 질문을 하는지, 원하는 답이 뭔지도 다 압니다.

빅뱅 이전의 가스(?)가 어디서 왔냐구요. 어디서 왔다면 누군가 만든게 되고 그러면 창조주가 있는거고 그 창조주가 여호와라는 말을 하고 싶으신거죠.

일단 저는 답을 몰라요. 현대 물리학에서도 밝혀가고 있는 부분이지만 아직 가설이겠죠. 어쩌면 앞으로 영영 풀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론 딱히 궁금해해 본 적도 없습니다. 저는 무신론자는 아닙니다. 신이 있어서 창조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신이 성경책에서 말하는 여호와라는고 어떻게 확신하죠? 우주를 만든 신이 알라인지, 여호와인지 시바신인지는 혹은 여러 종교들에서 말하는 신과 전혀 다른 신인지는 어떻게 알죠? 그래서 저는 창조주 == 여호와 이렇게 주장하시는 건 저에게는 별로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습니다.

오류에 가득 찼던 안찼던 그걸 믿어서 본인이 행복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다면 전 반대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걸 근거로 멀쩡한 사람을 우매한 중생 취급한다면, 또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친다면 그건 개인적으로 믿는 차원을 벗어나는 겁니다. 안믿는 사람이 못마땅합니까? 그럼 그 사람들을 설득할만한 논거를 갖고 나타나세요. 무작정 안믿는 사람이야 어찌할 수 없겠지만, 합리적인 근거만 있다면 믿을 사람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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